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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민들레 식구들

서영남 2013. 06. 23
조회수 15238 추천수 2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노숙하는 분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계절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손님이 늘 때는 장마철과 겨울철이랍니다.  막노동 일거리가 없으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고통을 당합니다.  배고픔을 참고 참다가 어색하게 민들레국수집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문을 열기 이십 분 전입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분들입니다.  들어오셔서식사하시라고 했더니 참 좋아합니다.
텃밭 농사를 지으신 분들이 채소 나눔을 많이 해 주십니다.  우리 손님들이 상추쌈에 아주 행복해 하십니다.  어디 가서도 상추쌈 먹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합니다.  참 맛있게 잘 드십니다.
민들레 식구들이 민들레희망지원센터 옥상 정원에서 삼겹살에 상추쌈을 먹곤 합니다.

새민들레식구들 (1).jpg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베로니카께서도 우리 손님들 중 세 분을 도와주자고 합니다.  세 사람은 참 착합니다.  꽃밭을 가꿀 때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손을 거듭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고마워합니다. 몸집도 자그마합니다. 세 사람은 나이 차이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서로 잘 지냅니다. 몇 달을 눈여겨 봤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드디어 결단을 내렸습니다. 민들레 식구가 될 수 없는지 물어봤더니 아주 좋다고 합니다.
 
58세 차 0 씨는 이름이 외자입니다.  국민학교를 나왔습니다.  지금껏 막노동에서부터 구두닦기 등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돈 안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조그마 몸집에 쌀 80킬로 쉽게 들었다고 합니다.  결혼은 꿈도 꿔 보지 못했답니다.  몇 년전에 어지러워 쓰러진 후에는 힘든 일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노숙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45세 정 0길 씨는 스무 살에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부인과 이혼했다고 합니다.  딸이 스물 다섯 살인데 엄마랑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노숙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40세 박 0현 씨는 의정부에 어머니가 혼자 사신답니다.  돈이라도 벌 수 있어야 어머니를 모실 수 있을텐데...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결혼을 했었는데 곧바로 이혼 당했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일을 해도 돈을 벌 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노숙을 하게 되었답니다.
     
6월 24일 월요일까지 세 분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보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 동안은 찜질방에서 지내면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런 말을 합니다.  똑똑하고 될 성 부른 사람믈도 많은데 어떻게 자기같은 찌질한 사람을 도와주느냐고 놀랍니다.      

새 민들레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방도 마련해야 하고 살림살이도 마련해야 하고....  하느님!  알아서 하십시오.  제가 또 일을 벌였습니다.  세 분이 함께 살아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민들레 식구들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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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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