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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하는 사람의 두 가지 부류

서영남 2013. 08. 04
조회수 18760 추천수 1

 

아침에 오이를 사러 갔다가 젊은 우리 손님을 길에서 만났습니다.  어제 밤에는 서울역 근처에 있는 어떤 회사 작은 공원에서 밤을 새웠답니다.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인천으로오면서 조금 눈을 붙였고요. 아침 시간을 기다리면서 화도진 공원으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곧바로 노숙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답니다.  직업소개소에 가 봐도 중학교 중퇴 학력이라 힘든 일만 소개해 준답니다. 가서 일 해 보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답니다.  돈이라고는 쥐꼬리만큼.  일은 너무 힘들고 ...  센터에서 독후감 발표하고 삼천 원 받는 것이 요즘 유일한 수입원이랍니다.  밥 먹은 다음 센터에 가서 샤워하고 한 숨 잔 다음에 책을 읽을 것이랍니다.
 
젊은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으니 손님들이 그냥 막 들어 옵니다.  그렇게 오늘 민들레국수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슬왕자는 중환자실에서 나와서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어제는 저녁에 인문학 강의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얼굴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한여름노숙.jpg


노숙을 하는 사람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부류는 너무 가난해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앖는 사람들입니다.  고아원에서 자랐거나 부모님이 이혼했거나 버림받았거나 그래서 공부도 배움도 삶의 희망도 없었던 사람입니다.  피자배달을 해서 모은 돈 백만 원으로 팔에 문신을 하고 뻐기는 아이같습니다.  사랑을 받는 것인 줄만 압니다.  자기가 중심인 줄 압니다.  다른 사람은 오로지 자기를 위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둘째 부류는 경쟁만이 살 길인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악착같이 선착순 일등이 되려고 기를 썼습니다.  공부도 했고 과거에는 사업도 했고 출세의 길도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살기 위해서 이웃을 가차없이 쳐 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가족마저 자기가 살기위해 버렸습니다.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둘째 부류의 사람도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랑입니다.  나보다 귀한 남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자기 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렇 때 우리는 자기 중심성에서, 지독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멋진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민들레 꿈 공부방 아이들은 서울 63빌딩 아쿠아리움에 견학을 갑니다.  아이들이 10시가 조금 지났는데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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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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