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불고기가 먹고 싶어요

서영남 2013. 09. 17
조회수 20579 추천수 1

편집불고기불고기1.jpg

 

서옥점 할머니
남편을 여의고 혼자 딸 하나 곱게 키워서 시집을 보내곤 한 숨을 돌렸답니다. 
 
그 행복도 잠깐.
 
결혼한 딸이 사위에게 얻어맞고...  사위가 가족을 버리고 떠나가 버렸답니다.
 
심한 우울증에 걸린 딸은. 자식 둘을 데리고 엄마 집으로 들어왔답니다.
 
딸과 외손주 먹여 살리느라 동분서주, 발을 동동 구르며 옥수수 빵을 작은 손수레에 끌고 다니면서 팔기도 했습니다.  폐지를 줍기도 했습니다.  하루 오백 원, 천 원 벌기도 힘이 듭니다.
 

편집불고기불고기2.jpg


코딱지만한 할머니 집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로 추위를 버팁니다.  그마저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켜지를 못합니다 .
 
몇 년 전 할머니가 조금 건강할 때는 중풍 걸린 여동생을 데리고 국수집에 와서 동생 밥 먹는 것을 챙겨주곤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잘 걷지도 못합니다.  병색이 완연합니다. 그런데도 작은 손수레 힘겹게 끌면서 폐지를 줍습니다.  겨우 종이상자 한 두개 정도입니다.  백 원어치도 되지 않습니다.
 
"할머니, 이젠 천국에 가실 준비를 해야죠?"
 
"아픈 딸을 두고 천국에 갈 수가 없어요."
 
아픈 딸을 돌봐야한다면서 천국도 마다하십니다.  할머니는 집사님입니다.
 
힘이 하나도 없답니다.  밥맛도 없답니다.  먹고 힘을 내야하는데...  돈을 벌어야 하는데...
 
소고기가 먹고 싶답니다.  양파 넣고 간장 넣고 소고기를 볶아서 드시면 힘이 날 것 같다고 하십니다.
 
급히 정육점 가서 소고기 만 원어치 샀습니다.  네 등분으로 나눴습니다. 
 
그 중 하나를 양파 넣고 간장 넣고 볶았습니다.  김치국물 반찬을 해서 맛있게 드셨습니다.
 
남은 소고기를 달랍니다.  딸에게 볶아주면 참 좋아할 것이라고 합니다.
 
매정하게 안된다고 했습니다.  내일 국수집에 오시면 할머니께 볶아드릴 것이라고 거절했습니다.
 
 
온종일 모은 폐지가 손수레에 조금 있습니다.
 
할머니가 어렵게 주저주저하시면서 집에 쌀이 없답니다.
 
쌀을 한 포 손수레에 실어드렸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서영남 | 2017. 03. 13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모든 것이요.  어떤 사도가 이 무상성을 산다는 표지는 무엇일까요?  많이 있지만 두 가지만 강조하겠습니다. 첫째, 가난입니다.복음 선포는 가난의 길로 가야만 합니다.  이 가난을 증언하는 거예요.  ...

  • 수감자 노숙자의 따뜻한 국물 한술수감자 노숙자의 따뜻한 국물 한술

    서영남 | 2017. 02. 19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 특히 가난한 이들, 노숙하는 이들,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 소외된 이들이  민들레국수집에서 환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어제는 청송을 다녀왔습니다. 청송의 형제들이 베베모가 다시는 청송에 오지...

  • 설날에 더 슬픈 사람들설날에 더 슬픈 사람들

    서영남 | 2017. 01. 30

    우리 손님들이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 흙수저조차도 챙겨 나오지 못한 청춘들흙수저조차도 챙겨 나오지 못한 청춘들

    서영남 | 2016. 09. 23

    88년생 청년과 84년생 청년 둘을 데리고 건강보험공단에 갔습니다.  84년생 청년은 24살 때부터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일거리가 있을 때는 겨우 살다가 돈 떨어지면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 차례나 어린 청년이 노숙하는 것이 안쓰러...

  • 가난밖엔 가진 것 없는 그들이 ‘하느님 대사’가난밖엔 가진 것 없는 그들이 ‘하느님...

    서영남 | 2016. 02. 15

    시기와 질투. 공지영 작가의 글에서 얻어왔습니다.  시기와 질투는 그 근본 개념이 조금은 다른데, 시기는 쉽게 말해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미움이고, 질투는 쉽게 말해 나보다 잘난 저 사람에게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