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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이 흐르는 세월

서영남 2013. 11. 05
조회수 17843 추천수 0


민들레국수집.jpg


민들레국수집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민들레 식구들이 아침 식사하는 모습입니다.
 
방지거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고생하시는데 혼자 민들레국수집 근처에서 삽니다.  하루 두 번 국수집에 오셔서 식사를 하십니다.  오전 아홉 시와 오후 두 시입니다.
 
민들레식구들이 많아지면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장 평화로운 때도 있긴 합니다.  곧 이어서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집니다. 수습이 잘 되어서 한 숨 돌리는 것도 잠시 또 바람이 몰아칩니다.
 
추석 명절에 화목하게 보냈습니다.  화수부두에서 단합 모임도 했습니다.  
 
다시는 술을 한 방울이라도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큰소리쳤던 00 씨가 기분 좋게 딱 한 잔만 하더니만 발동이 걸렸습니다.  이웃과 다투어서 급히 방을 옮겼습니다.  옮긴 곳에서도 또 술을 마십니다.  할수없이 여인숙으로 옮기려는데 전에 있었던 여인숙엣도 손사레를 칩니다.  어제 새벽에는 술을 먹다 계단에서 굴렀습니다.  새벽에 119를 불러 병원에 가서 머리를 꿰맸습니다.    
 
안드레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결핵 의심이 있어서 돌아온 00 씨가 며칠 전에 균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좋은지 또 술을 입에 대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께 큰소리 치고,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다가 싸우고...  어제 오후에 알콜 치료를 위해 병원에 석달을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직후에,
 
이슬왕자와 00 씨와 00 씨,  셋이 어울려 술을 마신다는 소식을 듣고 갔더니 정말 떠들면서 이별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세상에...  겨우 흐트려 놓고  00 씨와 00 씨까지 내일 병원에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밤에는 복통이 심하게 온 식구를 백병원에 입원시킸습니다.  오랜 노숙생할로 위에 염증이 아주 심하다는 것입니다.  입원수속을 밟았습니다.  처음에는 입원비 걱정에 고집을 피우다가 다른 식구들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입원을 했습니다.  아침에 세면도구 챙기고 진료의뢰서 구해서 보냈습니다.
 
민들레 식구들과 어울려 살다보면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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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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