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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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리에 기대어서

서영남 2013. 11. 26
조회수 14297 추천수 0

구 베로니카 자매님께서 수경재배로 키운 채소를 열두 상자나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깨끗하게 씻어서 겉저리로 무쳐서 내 놓았습니다.  손님들이 참 잘 드십니다.
 

섭리축소.jpg


자기를 희생하여
형제들의 보호자가 되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다.
 
자신의 희생으로
배고픈 이를 먹여주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다.
 
자신의 희생으로
벌거벗은 이를 입혀주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다.
 
자신의 희생으로
집없는 이에게 누울 곳을 마련해 주는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다.
 
자신의 희생으로
무지한 사람을 가르치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다.
 
하느님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다.

- 피터 모린의 쉬운 에세이에서-
 
 
하느님의 섭리에 기댄다는 것은 참으로 아슬아슬합니다.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내일 일을 알 수가 없습니다.  불안합니다.
 
시장에 쪽파를 사러나갔다가 쪽파 한 단에 오천 원이라는 말에 그만 쪽파를 집었다가 슬며시 내려놓았습니다.   애호박도 이제 철이 지났습니다.  값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국수 고명으로 애호박 대신 무엇을 올릴까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진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장을 하느라 법석을 떱니다.  그런데 민들레국수집은 아직도 김장을 할 꿈도 꾸지 못합니다. 
 
민들레 식구들의 집에 보일러 경유를 조금이라도 넣어주어야 하는데...
 
어제는 가슴을 꽤나 조렸습니다.  몇 곳의 집세를 내야하는데 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까 고민 고민했습니다.  "주님, 도와주십시오" 속으로 기도만 했습니다.  저녁 일곱 시에야 네 곳에 월세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보내자마자 곧이어 통장이 비워졌습니다.  남인천방송 케이블 요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며 한 푼도 남기지 않고 0원이 되었습니다.  놀랍습니다.   이렇게 11년을 살았습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이 세상에는 그래도 따뜻한 나눔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덕분에 추운 겨울도 훈훈할 수가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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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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