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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의 놀라운 김장 이야기

서영남 2013. 12. 02
조회수 20982 추천수 0

민들레국수집김장2.jpg

 

민들레국수집의 김장은 참 재미있습니다.  놀랍습니다. 
 
2003년 민들레국수집을 연 첫해에는 김장할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고마운 택시기사께서 당신 형님이 좋은 일로 식당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곳에서 담은 김장을 받아달라고 했습니다.  맛있는 순무김치를 그때 처음으로 맛 보았습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봉화의 바오로 형제님의 도움으로 천오백 포기나 김장을 담았습니다.  봉화 깊은 산골에서 자란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았고, 토굴에 저장해서 두고 두고 맛있는 김장김치를 손님들께 대접할 수 있었답니다. 
 
2006년부터는 민들레국수집에서 김장을 했습니다.   김장철이면 천사같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배추며 무, 마늘도, 고추가루도, 새우젓과 필요한 젓갈도, 펄펄 살아있는 새우도 보내주셨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는 김장을 하고 이웃과 나누기만 하면 됐습니다.  김장하는 날도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올해도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전국에서 김장에 쓸 재료들이 조금씩 조금씩 모여들었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서 김장비용도 여성평가사회에서 도와주셨습니다.  배추와 무도 시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김장 날짜를 잘못 잡은 것 같았습니다.  춥고 비오고 눈까지 내린다는 일기예보입니다.  천막을 치고 민들레국수집 앞 노천에서 김장하기에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자원 봉사자 분들도 걱정을 하십니다.
 
베로니카께서 올해는 노천에서 김장하지 말고 어르신 국수집에서 김장을 하면 어떨지 물어봅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젠 바람이 불고 눈이 와도 괜찮습니다.
 
어제 아침입니다.  민들레 식구들과 기존의 주방 자원봉사자 자매님들 뿐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배추와 무와 쪽파와 갓을 쳐다보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어떻게 이처럼 많은 것들을 다듬고 절이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레나 자매님이 오시고,   수산나 자매님이 영등포에서 오시고, 민들레국수집 vip 손님들이 한 분 두 분 오시고, 계산성당 청년 셋이 앞치마 가지고 오고, 한국은행 직원 네 분이 오시고, KT 직원 두 분이 자원 봉사하러 오시고, 미카엘라 자매님이 언니랑 왔습니다.  식사하러 오셨던 우리 손님들 몇 분도 쪽파 다듬어 주십니다.  그렇게 김장을 했습니다.
 
오늘은 배추를 버무리고  나누고 저장하면 됩니다.
 
여성평가사회 회원들께서 오셔서 절인 배추에 김장양념을 버무려주실 것입니다.   또 민들레국수집 김장이 걱정되신 분들이 찾아오셔서 일손을 도와주실 것입니다.  동네 할머니들께서도 가만계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막걸리에 삶은 돼지고기에 생굴 듬뿍 넣은 양념에...  잔치를 벌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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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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