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알렉산드로스와 싯다르타, 예수의 차이점

휴심정 2013.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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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 VS 욕망을 버리고 얻은 진리

마케도니아 버스터미널에서 올림포스 산을 향한다. 알렉산드로스는 이 버스가 지나는 길을 따라 올림포스 산의 신전에 갔다. 
테살로니키에서 올림포스 산이 있는 리토호로 시에 이르는 한두 시간 내내 설산이 보인다. 그리스에서 아토스 산이나 올림포스 산만 설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그리스에선 여름을 빼면 어디서고 설산을 쉽게 볼 수 있다. 
설산의 긴 줄기가 고타마 싯다르타의 고향인 카필라 성 인근의 히말라야 설산을 연상케 할 만큼 장대하다. 설산을 보니 알렉산드로스와 고타마 싯다르타의 삶이 쌍두마차처럼 연계돼 그려진다.

두 사람 모두 왕자로 태어났지만 한 명은 욕망으로 현세를 장악한 대왕이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욕망을 버리고 정신세계의 상징이 되었다. “제우스의 아들로 점지됐다”고 한 알렉산드로스의 탄생 이야기와 비슷하게 싯다르타는 히말라야의 아시타 선인으로부터 “속세에 살면 세상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될 것이고, 출가하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것이다”는 예언을 듣는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교육이 두 사람을 전혀 다른 길로 이끈다. 알렉산드로스의 아버지 필립포스 왕은 알렉산드로스를 당대 최고의 스승에게 맡겨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대왕’으로 길렀다. 반면 고타마 싯다르타의 부친 숫도다나 왕은 선인의 예언처럼 혹시나 아들이 궁궐을 떠나 출가할까 두려워했기에 세상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향락으로 포위했다. 태자 싯다르타가 계절마다 다른 궁전에서 지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젊은 여인들 품속에서 환락에 빠져 세상 고통을 맛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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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향락을 끊고 철저히 절제의 삶을 익힌 알렉산드로스는 그 훈련의 힘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반면 싯다르타는 십대 후반 우연히 성 밖에서 병들어 죽어가는 삶의 고통을 목격한 뒤, 삶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이어 오랜 고뇌 끝에 스물아홉 살에 늦깎이로 출가를 결행한다.
세속적으로 볼 때 알렉산드로스는 고국 마케도니아뿐 아니라 그리스의 영광을 세상에 드날린 인물이다. 반면에 싯다르타는 고국인 카필라 왕국과 동족인 석가 족에겐 무력하기 그지없는 존재다. 싯다르타의 고국인 카필라 왕국은 코살라국의 비유리 왕에게 멸망한다. 원한 때문이었다. 비유리의 어머니는 석가 족 공주의 몸종이었다. 카필라국은 공주를 코살라국에 시집보내기 싫어 공주의 몸종을 그 나라로 보낸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비유리는 태자 시절 외갓집이라고 찾아간 카필라성에서 석가족으로부터 어머니의 신분을 알게 되고, 평생 잊지 못할 수모를 당한다. 그래서 훗날 석가족의 씨를 말리겠다는 결심을 한다. 비유리 왕이 군사를 일으켜 석가족을 치러 나서자, 싯다르타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비유리 왕이 지나가는 길목을 세 차례나 지켜서 그가 돌아가게 한다. 그러나 네 번째에 이르러서는 카필라국이 치러야 할 인과응보임을 알고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동족들이 비유리 왕이 이끄는 군사들의 칼에 죽어가고, 왕국이 멸망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알렉산드로스보다 300여 년 뒤 인물인 예수도 싯다르타처럼 조국 이스라엘에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예수는 알렉산드로스처럼 서른세 살이란 젊은 나이에 죽는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가 그 나이에 조국의 깃발을 세상에 꽂은 것과 전혀 달랐다. 예수를 ‘유대의 왕’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그가 놀라운 권능을 발휘해 로마의 압제로부터 유대를 해방시켜 줄 것이라 믿었다. 예수가 로마 군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때조차도 그가 기적을 일으켜 로마 군을 무찌르고 새 세상을 열어주기를 열망했다. 구약시대부터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가 모세를 따라 해방을 꿈꾸며 가나안 땅을 찾아왔던 히브리(유대)인들에겐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 주는 사람이 구세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예수는 모든 기대를 저버린 채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십자가에서 숨지고 만다. 그를 철석같이 믿었던 이들은 절망에 빠지고 만다.

그런데 현세적 욕망을 이룬 알렉산드로스의 빛이 그의 사망과 동시에 산산이 흩어진 것과 달리 당대엔 무력했던 싯다르타와 예수의 빛이 2천년 넘게 찬란히 비추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3장 알렉산드로스의 기도 신전, 디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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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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