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 등 그리스 주류 철학자와 예수의 근본적 차이는?

휴심정 2013.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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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요한수도원.jpg

*파트모스 성요한 수도원 내부 모습. 



유일신 종교는 현실 윤리에서는 강점을 발휘했지만, 이분법적 선악관으로 인류 역사를 신화시대의 미망과 혼몽의 시대로 되돌려버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교황의 명령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십자군은 7만여 명의 예루살렘 사람들을 학살했고, 유럽의 30년 전쟁 때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종교전쟁으로 800만 명이 희생됐다. 그뿐인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에선 앞의 수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흑인노예와 인디언들이 희생되었다. 


"예수를 믿으면 구원받고, 그렇지 않으면 저주 받는다."


이와 같은 이분법 논리는 이제 기독교 내에 심각한 해악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수 믿으면 구원'이라는 등식이 어떤 짓을 해도 예수만 믿으면 구원받는다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지,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목사들의 세습과 횡령과 성폭력 등과 관련된 사건들이 잘 말해준다. 


예수의 계명은 이분법적 정죄가 아니다. 종살이를 벗어나야 하는 유대 노예들의 대변자인 모세의 이분법이나 증오의 계율도 아니었다. 


예수는 말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그리스 주류 철학자들과 예수의 가르침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을 신으로부터 해방시켰지만, 모든 인간이 아니라 '그들만'의 해방을 추구했다. 거기에 노예와 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이방인, 여성 등도 낄 자리가 거의 없었다. 오직 시민들만이 자유와 해방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옹호되었다. 


예수4.jpg 


예수는 전혀 달랐다. 예수는 노예와 장애인, 여성처럼 소외되고 버림 받은 자들을 해방과 구원의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것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성이다. 하지만 기독교의 근본주의적 배타성과 폭력성은 그 위대성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성서는 내게 하나님이 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구원받아 갈 곳은 '내 하늘 집'이 아니라 '하늘나라'다. 나 혼자 승리하는 독불장군식이 아니라 너와 나, 네 쪽과 내 쪽이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를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기적인 현세에서 인간은 나와 내 편과 내 나라만 구원 받기 원하면서 상대 쪽을 지옥에 빠지게 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근본주의적 이분법 논리가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는 아프리카 추장조차도 눈치 챌 정도다. 

오직 자기의 기준에 따라 선과 악을 나누는 선교사의 열변을 들은 아프리카 추장은 이렇게 말한다. 


"더 이상 말하지 않다고 알아들었소. 그러니까 당신들이 내 마누라와 내 재산을 다 빼어가는 게 선이고, 반대로 내가 데려오면 악이라는 거지요?"



<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14장 <요한계시록의 파트모스> 330~332쪽


축소IMG_3150.jpg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을 쓴 파트모스의 동굴 내부.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동굴 천장의 갈라진 틈과, 요한이 머리를 베고 자고(왼쪽 아래) 손을 짚고 일어난 구멍(오른편 위쪽) 등이 보인다. 


*그리스 신화와 철학, 역사와 종교에 대한 인상깊은 문명답사기! <그리스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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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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