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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도 광복을

원철 스님 2010. 08. 06
조회수 3153 추천수 0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팔월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광복절이 있다. 빛을 되찾았다는 광복(光復)에 정말 어울리는 계절이요, 날짜라고 하겠다. 을사년(1905)의 겨울초입인 11월의 그 을씨년스러움을 한순간에 반전시키는 광명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식민지인 우리 민족을 위로하기 위한 한 마디였던 ‘동방의 한줄기 빛’은 사실이 되어 60여년 동안 온세계로 퍼져나갔고, 이제 한국인이란 자부심의 광명이 모두의 가슴 속에 충만한 시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안팎으로 제대로 된 광복절을 맞이하는 셈이다. 때마침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光化門)을 복원하고 있다. 올해(2010) 광복절에 맞추어 낙성 할 예정이라고 한다. 광복절과 광화문 완성은 그 이름과 시절이 딱 맞아 떨어진 느낌이다.   
 
대구 망우공원에는‘광복(光復)회관’이 있다. 1922년 백두산 낙엽송과 붉은벽돌을 건축재료로 하여 달성공원 근처에 지었다. 원래 이름은 조양(朝陽)회관이었다.‘조선의 볕’이라는 의미였다. 어두운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이름을 통하여 내면의 빛에 대한 의지를 내보일 수 있었다. 1984년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지라 ‘근대문화유산 4호’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문화재적 가치의 빛남까지  함께 한 것이다. 전국의 여러 ‘광복회관’중에서도 가장 역사성을 가진 건축물이다.
 
부산에는 광복동이란 약간 ‘촌스럽게’ 느껴지는 그 지명이 현재에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원래 이 지역은 동래군 부산면이었다.(그런데 현재 그 동래군이란 이름은 부산광역시 동래구로 한쪽구석자리에  남아있다.) 일본인에 의해 바닷가 개펄을 메워 계획도시인 신시가지가 만들어졌고 번화가인 이곳에 주로 그들이 거주했다. 물론 당시에는 일본식 주소가 매겨졌다. 해방이 되면서 그 자리가 광복동이 되었다. 번화한 거리에서 조국광복을 기리기 위한 것이였다. 우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약한 자의 어두움을 드리웠던 거리였지만 해방이후 그  자리가 바로 광명(光明)의 거리가 된 것이다.         
 
구름이 걷히면 즉시 태양이 나오듯이 번뇌의 구름이 걷히자 광명의 태양이 온 산하에 가득하게 된 것이다.  무명(無明;어두움)과 광명(밝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움이 걷히면 그게 바로 밝음인 까닭이다. 욕망이라는 암흑터널을 벗어나면 찬란한 광명의 세상을 보게 되는 것처럼 수만년의 어둠에 쌓인 동굴안이라고 할지라도 불을 밝히는 한순간에 모든 어둠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처럼 어둔 마음도 광명을 만나기만 하면 저절로 밝아지면서 의식도 깨어나게 된다. 광복은 무명(無明;밝지못함)으로부터의  광복이다. 광복은 빛을 되찾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열리면 그 자리에서 내마음의 광복이 찾아온다.
 
현대의 선지식인  광덕 선사(1927-1999)는 유난히도 광명을 강조하셨다.
1974년 48세 때 당신의 마음광복을 선언하셨다. 사상적인 열림을 만천하에 알렸던 것이다.
 
이것이 뒷날 정신개벽운동인 ‘불광(佛光)운동’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우리가 횃불이기 때문에 스스로 타오르며 이웃과 역사를 밝힌다는 이 선언을 후학들은‘광명의식(빛찾기 의식)’이라고 불렀다. 
 
 아침해
 바다를 솟아오른 찬란
 억겁의 암흑이 찰라에 무너지고
 광명찬란
 광명찬란
 광명만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광명만의 세계
  -광덕스님 ‘한마음 헌장’중에서
   
 
장마가 그치는가 했더니 이제 염천(炎天)이다. 일광보살이 구름 한 점없는 하늘에서 한가운데서 이글거리며 더욱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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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
해인사로 출가했다. 오랫동안 한문 경전 및 선사들의 어록을 번역과 해설 작업, 그리고 강의를 통해서 고전의 현대화에 일조했다. 또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메일 : munsu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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