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을
휴심정의 기사와 글이 모여 있습니다.

히말라야에 최악의 물폭탄

조현 2010. 08. 06
조회수 12806 추천수 0
방금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에서 청전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청전 스님과 제가 불과 10여일 전까지 한달간 누비고 다니고 돌아온 뒤 <라다크 잔스카르 순례기>에 쓰고 있는 라다크에 대형 재난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산위의 레왕궁.jpg
  레 시내 한가운데 있는 옛 라다크왕궁이 산 위에 보인다.


현지인들의 표현에 따르면 어제(5일) 밤 갑자기 하늘이 갈라지더니,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져 세상이 물 바다가 됐다는 것입니다.
원래 라다크는 비가 내리지않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설산을 제외하고는 모든 땅이 사막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 사막같은 곳에 흙으로 지은 흙집들에서 살아가고 있고, 흙과 모레 자갈길을 내서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곳입니다. 
 
&

 
몇년에 한번씩 비가 내리더라도 단 몇방울 내리고마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밤 유래가 없는 물폭탄이 쏟아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현상이 해발 3천~6천미터가 대부분인 레 인근 지역까지 미친 것입니다.
 
라다크는 방대한 지역에 10여만명의 사람들이 사는 ‘작은 티베트’입니다. 라다크의 중심도시인 레에만 인구가 집중돼 있고 다른 지역의 인구밀도는 지극히 낮습니다. 레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군의 읍과 면소재지의 중간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런데 레와 그 인근에서 이렇게 집중호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를 냈다는 것입니다.
    

띡세 출팀잠빠.jpg

레에서 만났던 틱세사원의 롭상 세랍 스님(위)과 출팀 잠파 스님(아래)

모레 자갈 산의 레의 길들.jpg
                   비가 오지않아 사막화한 산에 낸 길들




현재 레 인근 사찰 스님들에 따르면 레에서 찾아낸 주검만 60여구이며, 물에 떠내려가 행방불명된 사람이 2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라다크공항은 폐쇄된 상태가 대부분의 길마저 끊겨서 구호활동도 제대로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착륙하는 비행기에서본 레 공항.jpg



불과 10여일 전까지 만났던 지상에서 가장 맑았던 선한 사람들, 레 인근 티베트사찰의 스님들, 레 게스트하우스에서 친절하게 대해주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사하신지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다크는 워낙 인도 히말라야에서도 오지라 외신에서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레 게스트하우스의 할머니.jpg라다크는 옛 티베트 구게왕국 땅이면서도 2차대전 이후 인도령으로 남아 현재 중국의 지배하에 있는 티베트와 달리 티베트불교의 유산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인류문화의 보고입니다. 그곳에 이런 폭우가 내렸다면 티베트불교 고찰들도 피해를 입지않았을 지 우려가 됩니다.
또 라다크 지역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도 티베트의 향기를 찾아 오는 곳입니다. 그들이 레에서 고립되고, 또 폭우로 인해 인명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적지않습니다.레 게스트하우스의 할아버지.jpg

청전 스님도 애초 라다크 순례를 7월 중순부터 할 계획이었습니다. 제가 일정을 당길 것을 요구해 6월말부터 순례를 해서 7월말에 끝냈기에 망정이지 라다크 지역 순례 도중이었다면 저나 청전 스님도 이 재난을 피하지 못했거나 길이 끊긴 지역에 갇혔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지구 최고의 오지에서 문명에 물들지않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 겪은 자연 재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글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인도오지기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간디의 수제자면서 간디도 배운 비노바간디의 수제자면서 간디도 배운 비노바

    조현 | 2010. 04. 23

    땅 헌납운동 벌여 비폭력 도덕혁명 ‘기적’힌두교 기독교 불교 등 기도문 함께 봉송  비노바 베바는 간디만큼 유명하지않다. 그러나 간디는 인도가 독립한다면 가장 먼저 인도 국기를 게양해야할 인물로 비노바 바베를 꼽았다. 비노바 바베는 ...

  • 본능 거스르려니 더 유혹, 집착이 ‘병‘본능 거스르려니 더 유혹, 집착이 ‘병...

    조현 | 2010. 03. 08

    간디, 식욕·성욕 이기려고 끊임없이 ‘자기 부인’‘향락 거부‘ 아쉬람서 혼숙하던 커플, 잔소리에…­   아침 7시 30분에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먹는 음식이 바로 그 사람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했던 간디의 신념에 따라 음식은 절제...

  • 천상의 미소 ‘아빠스님’ 다시 천상으로천상의 미소 ‘아빠스님’ 다시 천상으로

    조현 | 2010. 02. 18

    티베트 ‘천진보살’ 쬔뒤 스님, 지상 여행 마쳐죽음 예견하며 열반 전 출가사찰로 되돌아가    17일 밤 잠결에 전화가 울렸습니다. 히말라야 다람살라에 있는 청전 스님이었습니다. 젖은 목소리였습니다. “아빠 스님이 돌아가셨소!”&...

  • 자기가 사는 곳 청소, 인도에선 ‘이상한 광경’자기가 사는 곳 청소, 인도에선 ‘이상...

    조현 | 2009. 12. 10

    허드렛일은 불가촉민 ‘몫’…거부했다가 반발만 사 인도 어디서나 볼수있는 간디는 화석으로 굳은 신  간디는 어린시절 외엔 사가에서 산 적이 없다. 늘 공동체 삶을 살다 갔다. 그가 인도에서 가장 많은 세월을 보낸 곳은 중인도 세바그람...

  • 사람 취급도 안하면서 개종은 막는 힌두교사람 취급도 안하면서 개종은 막는 힌두...

    조현 | 2009. 11. 18

    불가촉천민 차별 금지했지만 법은 법일뿐신 경배 정성 1만분의 1이나마 나눈다면…   암베드까르(1893~1956)는 근대 불가촉천민의 아버지다. 그는 인도 독립 뒤 헌법기초위원장과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인도 헌법의 아버지다. 인도의 어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