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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퀘이커모임

조현 2005. 12. 05
조회수 16936 추천수 0
‘침묵 명상’과 ‘사회 참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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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서울 도심에 이렇게 고요한 집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신촌 연세대쪽에서 금화터널쪽으로 가다 오른쪽으로 접어든 골목길 끝에 ‘종교친우회 서울 모임 집’이 있다. 27일 오전 11시 빨간 벽돌 2층 방에서 15명 가량이 눈을 감은 채 방석이나 의자에 앉아 있다. 방을 둘러싼 이화여대 뒷산의 나무와 산새들도 숨을 죽인 채 함께 침묵 중이다. 퀘이커들의 침묵 예배다.


40여 분쯤 지났을까. 고요 속에서 곽봉수씨(44)가 입을 열었다.

“왜 삼성가의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물음이 하루 종일 맴도네요. 그 나이 또래에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한게 한 때문일까요.”


물음 같은 짧은 말 뒤엔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 모임에선 누구나 침묵 중 나타난 영감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교회도, 목사도, 설교도 없는 이 모임에서 이렇게 화두처럼, 때론 시와 노래와 기도로 나타나는 이런 메시지가 설교를 대신한다. ‘감화’로 불리는 이런 메시지를 한 사람이 두 번 할 수 없고, 남의 말에 꼬투리를 잡거나 논쟁을 하지 않는 것만을 원칙으로 한다.


교회·목사·설교 없이 침묵예배

사회문제 대해 깊이있는 토론


마침내 60분의 침묵 예배가 끝났다. 모두 눈을 뜨고 자유스런 분위기의 대화가 시작됐다. 괴산에서 온 농부가 “쌀 개방으로 인해 농촌엔 한숨뿐”이라고 말을 꺼냈다. 다른 회원이 “정부가 농촌에 119조 원을 투자한다고 하지 않느냐”고 하자, 홍씨는 “그 돈이 농촌에 오는 줄 아느냐”며 “농촌엔 그 돈을 활용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돈은 도시의 컨설팅업체나 지역재단과 같은 도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의 침묵과는 상반되는 듯한 사회 문제에 대한 토론이 깊이를 더한다. 각자의 내면에 존재한 빛에 ‘물러감의 시간’(침묵 예배)을 가진 퀘이커들은 이렇게 내면의 빛을 세상을 위해 발현시키는 ‘나타남의 시간’(참여 및 구제)을 가진다. 이들은 고요한 침묵 명상을 통해 깊은 영성을 추구하지만, ‘세속을 구원하려는 행동이 없는 명상은 정신적인 방탕’이라는 간디의 말처럼 명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1979년도부터 이 모임에 나온 오철권씨(58)는 “퀘이커로 활동했던 함석헌 선생(1901~1989)의 말처럼 ‘행함이 불을 지피지 않으면 믿음의 향기는 없다’고 믿기에 비폭력과 평화를 위한 사회참여를 아주 중시한다”고 말했다. 퀘이커가 전 세계적으로 30여만 명에 불과한데도 전쟁과 테러의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죽어가는 이들을 구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퀘이커들은 1,2차 대전 피해자들을 도운 공로로 194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 모임에서도 지뢰 피해자를 돕고, 국제사면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


교세 확장에만 몰두하는 대형 교회들의 풍토와 달리 이들은 ‘전도’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는 겸허함 속에 머무르며 모든 이들이 스스로 빛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네온사인 불빛이 현란한 한국 교회에 고요히 내면의 빛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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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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