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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연인에게 피임과 사랑 처방과 의식

양태자 2016. 02. 29
조회수 15346 추천수 0

서양에도 중세 ‘무속’…병자에 치유 주문
베개 깃털을 악마의 음모라며 ‘푸닥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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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도 우리의 무교처럼 푸닥거리 등이 그리스도교와 함께 존재했다. 오늘은 리하르트 킥헤퍼 교수의 연구내용 중에서 얘기하나를 발췌해 본다. 1428년에 법정에 섰던 마토이끼아(Matteuccia Francisci)라는 여인의 얘기다.
 그녀는 그리스도교에 반하는 행위를 하다가 법정에 섰다. 그녀가 행한 것을 보면 우리의 무속과 좀 유사했다. 영세를 받지 않고 죽은 영아들의 뼈를 모아서는 십자가 밑에다 감추었다. 문제를 가진 심란한 고객이 찾아오면 이들에게 마법적인 주문을 외면서 9일 동안 기도를 바치면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고 장담까지도 했다. 당시는 영세를 받지 못하고 죽은 아기는 천국에 못 간다고 믿었다. 아니 그리스도교에서 그렇게 주입식으로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이런 영세 받지 못한 영아를 푸닥거리와 연관 지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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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법도 있었다. 자고 일어난 아침에 베개 위에 아주 의심스러운 깃털을 발견할 경우다. 그녀는 이런 경우를 밤 사이 귀신이 베개를 사용한 자에게 마법적인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당장 그 베개를 들고 이 여인에게 갔다. 그러면 그녀는 이것을 가지고 무적인 의식을 행하고 그것을 다시 당사자에게 돌려주면서 집에 가서 태우라고 조언했는데 그래야 악마를 다 떼 낼 수 있다는 거다.
 사실 깃털 넣은 베개를 사용 하다보면 아침에 털이 하나 빠져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세인들은 늘 이렇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곤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부여된 의미도 철저하게도 잘 믿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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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한 병자를 치유 했다는데 그 방법이 참으로 묘하다. 30가지 약초로 섞어 만든 즙을 가지고 온 그녀는 마법적인 주술을 외면서 이 병자를 집에서 거리로 의도적으로 쫓아낸다. 말하자면 치료 의식의 일종이다. 문제는 이 병자가 막 거리에 섰을 때 우연히 그 거리를 지나가던 자에게 이 병을 그대로 옮기게 했다는 예식이었다. 근데 그럼 그 거리를 단순히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그 병을 옮게 된 자는 어쩌나?
 1428년에 나온 법정문서의 계속이다. 당시의 한 수도승의 연인에게 피임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퍼새(수말과 암나귀의 잡종)의 발굽을 태워서 재를 와인에 타서 마시라고 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또 있다. 그녀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처방도 해 주었다. 어느 날 한 사제의 애인이 그녀를 찾아와 그녀가 이미 건네준 방편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인인 사제가 오랫동안 그녀를 찾아오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더 나아가, 드물게 한 번씩 찾아오면 사랑놀음이 아니라 두들겨 팬다는 거다. 그러자 그녀는 기이한 방편으로 의식을 치른다. 그녀가 왁스로 만든 형상을 불 위에 올려 놓고 이 사제의 연인에게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주문을 외우라고 했다. 더구나 그 왁스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녀가 사랑하는 사제의 심장으로 여기라고까지 했다. 아무튼 이 의식 후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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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좀 뜬구름 같은 얘기 같기도 해서 옆에 있는 각주를 보니 칸디다 페루찌라는 이의 연구를 인용했다고 킥헤퍼 교수가 친절하게 주석까지 달아 놓았으니 사실임은 분명하다. 당시는 사제들이나 수도승들의 삶이 오늘날처럼 경건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고 263쪽에 달하는 내용을 여기 다 싣기는 좀 그러하니 이 내용 정도로 그치기로 한다.
 중세가 그리스도교를 끌어안고 있었다지만, 글도 잘 모르는 하층민들은 상층인들이 따지는 삼위일체의 신보다는 민간 풍습이 더 절절하게 가슴에 다가왔을 것 같다. 그러므로 그녀의 이런 무적인 행위를 그냥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 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민간 풍습의 본래 모습은 그리스도교가 지배하기 이전에 중세인들의 마음 안에 공동으로 깔려 있었던 그 무엇이었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무슨 무슨)주의나, (무슨 무슨)정신도 엄밀히 따지면 그리스도교를 근본으로 하는 서양 학문의 발달과 더불어 붙여진 명칭이다. 한 예를 독일어로 보자. 무속주의(Schamanismus)나 무속정신(Schamantum)도 다 후에 생긴 명칭들로서, 이런 명칭들이 붙기 이전에 인간은 공통적인 어떤 모상을 이미 안고 살아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연유로 우리나라의 무교와 무속도 이와 유사하다고 여겨진다. 그리스도교 이전에 이미 우리와 함께 했었던 그 무엇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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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자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과 비교문화학으로 석사, 예나 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천국과 지옥』 (독일인 교수들과의 공저), 『서구 기독교의 믿음체계와 전통 반투 아프리카에 나타난 종교 관계성 연구』, 『한국 기독교에 나타난 샤머니즘적인 요소들』 등의 연구 저서가 있다.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2015년, 이랑), 『중세의 뒷골목 풍경』(2011년, 이랑), 『중세의 뒷골목 사랑』(2012년), 영성 번역서 『파도가 바다다』(2013년)를 출간했으며,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글을 대중매체에 쓰고 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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