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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후기 도둑기사 들끓었다

양태자 2016. 05. 02
조회수 12383 추천수 0
4개 도시 연합해 거금 현상금 방 붙이기도
잡히면 처참하게 죽여…처형장은 축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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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기사들 얘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사들의 이미지와는 달리 후기 중세로 갈수록 도둑기사들이 설쳤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뉘른베르크(Nuernberg)는 당시 상업이 발달한 부자 도시로 신흥 도시 귀족들이 많이 살았다. 돈이 넘쳤던 것은 당연했겠고, 실과 바늘처럼 도둑기사들도 들끓었을 거다.
 이 도시의 문서에 남아 있는 도둑기사 얘기는 뭘까? 이름이 에펠아인(Eppelein von Geilingen)이라는 자의 얘기다. 이 에펠아인을 잡기 위해 많은 병졸들이 도시를 온통 뒤진 결과 1377년에 드디어 그를 체포했다. 그는 당연히 처형될 처지에 놓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당시는 사람을 처절하게 죽였다. 죽이면서도 우아한 예식이 거행되었는데, 사제가 마지막 가는 이에게 기도해 주는 것이다. 어떤 학자가 밝힌 자료에 보니 저렇게 기도해주는 것이 결코 공짜가 아니고 한 건에 얼마였다는 통계가 있다. 심지어 사형장에 데려다 주는데도 마찬가지로 돈을 받았다고 하니 당시 종교인들은 절대 공짜는 없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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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도 이젠 이 그림 중의 한 방법으로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다. 사형집행관이 혹시 죽기 전 마지막 원이라도 있느냐고 그에게 물었더니 그가 답하길, 마지막으로 군마에 한번 앉아보고 싶다고 했다. 허락을 받은 에펠아인은 즉시 군마에 탔다. 그리고 곧바로 힘차고 재빠르게 말을 힘차게 몰아 성벽을 넘어 탈출했다가 16미터의 웅덩이에 빠졌다고 한다. 그가 탈출하는 장면은 부연 설명보다는 남아 있는 그림으로 참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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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질주에도 그는 다치지도 않는 상태에서 도주했다고 한다. 그후 그는 칩거해서 산 것도 아니었고, 다시 도둑기사가 되었다고 한다. 거침없는 도둑질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적을 좀처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게 되는 법. 드디어 붙잡혔는데 그의 나이가 70살이 되었을 때다. 이젠 별 힘이 없어서였을까? 자주 언급했었지만, 당시의 70살은 장수 중에서도 장수다. 그는 훔친 재물로 특별히 영양섭취를 잘했나보다. 그는 혼자서 살기보다는 그를 따르는 무리들과 합숙생활을 했었을 거다. 
 뉘른베르크 시민들은 그에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가, 그가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자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뉘른베르크시는 그를 아주 처참하게 죽였다. 먼저 수레에 몸을 달아 돌려 뼈를 뭉개지게 한 다음에 사지를 찢어서 죽였다고 라이트쯔 박사가 밝혔다. 넘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중세인들은 이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직접 보고 축제처럼 즐겼다니 오늘날의 문화적인 관점과는 상당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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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도둑기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보니 당시의 4개의 도시가 연합하여 방을 붙이기도 했다. 내용 중의 하나는 크라프트(Kraft Waaler)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뮌헨 부근의 아우그스부르크 출신이다 그에 대한 방은 그를 산 채 잡아오면 1500굴덴(돈 단위)이고 주검을 가져오면 1000굴덴이었다. 누차 강조하지만 당시 돈에 0이 3개 붙으면 엄청난 돈이다. 지금도 1500유로라 하면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백만원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유로 1500을 손에 쥐면 왠지 3백만원 내지는 최고로는 4백만원의 가치로 느껴지니 말이다. 같은 금액이지만 유로 돈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거다.
 당시는 아우구스부르크는 뮌헨보다 더 발달한 상업도시였다. 이 도시는 1327년 이래로 거부 도시귀족 퓨거(Fugger) 가문 덕택에 떵떵거리고 있었다. 오늘날 독인인들 중에 성이 퓨거라고 한다면, 1327넌 이래의 그 명성을 한 몸에 지녔던 가문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당시 15세기 때의 울름(Ulm)의 한 시민이었던 베르너(Werner Rosshaupt)라는 기사는 뉘른베르크의 사신에 대해서 너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이 사신의 코를 싹둑 잘랐다고 한다. 그러자 뉘른베르크 시민들은 이에 대한 복수로 베르너를 생포를 시도했다. 뉘른베르크인들은 베르너의 시체를 가지고 오면 1000굴덴이고 생포하면 2000굴덴으로 현상금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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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민초들은 대체로 어두컴컴한 삶을 살았는데 이런 도둑기사들까지 설쳐 대었으니 민초들의 삶은 왠지 더 회색빛이었을 만 같다. 지난 시대 일어났던 인간사를 보니 오늘날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독일 체류 적에 즐겨 보았던 방송이 하나 있었다. 독일의 공영방송사인 ZDF인가, ARD인가에서 방영했었는데 지난 번 독일여행 때보니 여전히 이 프로를 방영하고 있었다. 바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가 서로 연계해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방영하는 프로다. 동시에 범인의 사진 등을 공개하면서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는데 독일 장수방송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범죄자들이 많다.(독일은 주로 외국인들이 많은 듯 했다) 다른 점이라면 그때와 지금의 범인 잡는 방법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겠다. 지금은 방송을 통해서도 범인을 쉽게 잡을 수도 있지만 위의 도둑기사들은 이런 방송을 통해서가 아니라 해당 관리들이 발품을 팔면서 열심히 잡으러 다녔을 것이다.
 500여년 전의 그들은 방송 하나로 앉아서 범인 잡는 현대의 이런 모습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500년 뒤 우리 후손들은 지금 현대인들에게 뭐라고 할까? 왠지 중세인들의 발품 팔던 모습과 유사 하다고 할 것만 같다. 그때는 상상도 못할 시대가 될 것 같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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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자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과 비교문화학으로 석사, 예나 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천국과 지옥』 (독일인 교수들과의 공저), 『서구 기독교의 믿음체계와 전통 반투 아프리카에 나타난 종교 관계성 연구』, 『한국 기독교에 나타난 샤머니즘적인 요소들』 등의 연구 저서가 있다.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2015년, 이랑), 『중세의 뒷골목 풍경』(2011년, 이랑), 『중세의 뒷골목 사랑』(2012년), 영성 번역서 『파도가 바다다』(2013년)를 출간했으며,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글을 대중매체에 쓰고 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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