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천사와 악마의 야누스, 어디 종교뿐이랴

조현 2007. 12. 17
조회수 41711 추천수 0
 
   또하나의 ‘댄 브라운’표 스릴
   태초 에너지인인 ‘반물질’도 창조와 파괴 두 얼굴
 선 위한 악? 악 위한 선?…인간 본능은 하나일까


 
 <천사와 악마>를 첫 리뷰로 선택한 것은 이 책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인 때문이다. 정확히 오늘 아침까지 읽었다. 짬을 내기 어려워 오직 잠을 줄일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책이 하루 5~6시간인 수면 시간을  2~3시간으로 단축시켜버렸다.
 또 ‘천사’와 ‘악마’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극단’이기도 하려니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양성’의 단면이기도 한 때문이다.
 <다빈치코드>라는 소설과 영화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댄 브라운식의 스릴이 넘치는 이 소설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악을 등장시켜 ‘신의 필요성’을 세계인에게 재인식시키는 종교 근본주의자의 드라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지금 세상에서 미국과 함께 유무형의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로마 가톨릭 교황청의 핵심 인물이다. 

 이미 <다빈치코드> 1,2권을 통해 댄 브라운의 스릴 구성 방식을 맛본 바 있어 대충 스토리가 짐작가는 바가 없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식상하기보다는 흥미진진한 쪽이었다.  <다빈치코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만찬 그림이라는 예술품으로 ‘인간 예수’를 드러냈다면, <천사와 악마>는 갈릴레오 이후 과학자들과 종교와 대립을 통해 종교의 야누스적인 면모를 파헤치고 있다.


시발점은 최첨단 연구소에서 발생한 살인 현장


 <다빈치코드>보다 일찍 출판되었는데도 빛을 보지 못하다 <다빈치코드> 덕분에 뒤늦게 뜨긴 했지만, 명감독 론 하워드가 톰 행크스 등을 주인공으로 픽업해 내년초부터 영화를 찍기로 했다니 <다빈치코드>에 이어 다시 한번 화제가 될 수 있다. 다만 <다빈치코드>가 직접 ‘예수의 신성(神性)’을 걸고 넘어진데 반해 <천사와 악마>는 로마 가톨릭을 걸고 넘어져서 보수 개신교가 반발은 커녕 오히려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강 건너 불구경을 할 가능성이 높아서 <다빈치코드> 때만한 논쟁을 낳지는 않겠지만.
 
 댄 브라운의 책을 낸 각 출판사들은 저자를 소개하면서 ‘한 때는 평범한 교사’였다가 일거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한 때는 아이였고, 한 때는 청년이었고, 한 때는 평범하지 않았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주인공인 하버드대 고고학교수 로버트 랭던을 등장시킨 그의 소설에서 보여준 고고학과 과학, 종교에 대한 지식은 사람들이 그를 앞서 알아주지 못했을 뿐 이미 하버대 교수들을 능가해도 한참을 능가하는 비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댄 브라운은 ‘평범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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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무지’ 위에 군림하던 종교의 허구를 낱낱히 해부해버리고 있는 과학을 등장시킨 것에서도 보통은 넘는 댄 브라운의 수가 보인다. 이 드라마의 시발점은 세계 최첨단 연구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현장이다. 스위스의 유럽입자물리학 연구소인 CERN에서 사제이자 유능한 과학자인 베트라가 살해당한다.
 
베트라 주검의 가슴엔 ‘일루미나티(Illuminati)’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일루미나티는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무자비한 박해를 받아 지하로 숨어들었던 이탈리아의 뛰어난 물리학자·수학자·천문학자들의 비밀 결사체로 전설 속에만 남아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계몽된 사람들’이란 뜻의 ‘일루미나티’로 칭한 세계 최초의 반기독교 과학자 집단이었다. 가톨릭 교황청은 그들에 대해 이슬람어로 ‘적’을 의미하는 ‘샤이탄(Shaitan)’으로 규정했다. 이는 영어의 ‘사탄(satan)’의 뿌리다.


 CERN의 콜러 소장은 베트라의 살인사건과 일루미나티의 연관성을 파헤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 하버드대 고고학자 로버트 랭던에게 SOS를 쳐 랭던을 CERN으로 긴급히 모셔온다. 그래서 로버트 랭던은 하루 동안의 스릴 속에 빠져든다.
 이날 살해 당한 베트라는 과학을 통해 신의 부존재를 파헤치는 게 아니라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던 인물. 그는 이를 위해 태초의 빅뱅 당시 생성된 ‘반물질’을 만들어냈다. 반물질이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보통 물질과는 반대의 전기적 성질을 지닌 것으로,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반물질’은 100퍼센트의 효율로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한 방울로 뉴욕 시의 하루 전력량을 모두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지만, 물질이나 공기와 닿기만 해도 대폭발을 일으킬 정도로 불안정하며, 1그램만으로 20톤의 핵폭탄 에너지와 맞먹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인간의 무지와 불안, 공포와 공생하는 종교와 권력 생리 해부


그런데 베트라가 살해됨과 동시에 베트라가 숨겨둔 ‘반물질’이 행방 불명된 것이다. 만약 그 반물질이 도시에서 폭발하면 그 일대는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히로시마 이상의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그런데 그 반물질이 바티칸의 감시카메라에 잡힌다. 그러나 어둠 속에 있는 반물질이 감지되긴 하지만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다.

 랭던은 살해 당한 베트라의 수양딸로, 유능한 과학자이자 반물질을 베트라와 공동으로 연구했던 빅토리아와 함께 반물질을 찾으러 로마 교황청으로 간다. 로마 교황청은 교황이 15일 전 서거해 이날 새 교황을 선출하는 날이다. 그런데 몇시간 내 반물질을 찾아내지 않으면 지구상 최대 종교의 심장부이자 세계 유산의 보고인 바티칸이 송두리째 날아갈 판이어서 반물질을 찾아내는 일만도 다급한 실정인데, 유력한 교황 후보인 네명의 추기경들이 행방불명된다. 그리고 야누스의 지시를 받은 ‘암살자’는 교황청에 전화를 해 ‘일루미나티’가 교황청의 눈을 피해 동지들을 규합하기 위해 자기들만의 상징을 두었던 성당들에게 추기경들을 차례로 살해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반물질로 가톨릭은 오늘 마지막을 맞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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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임 교황이 서거한 마당에 교황 선거 자체가 무산되고, 가톨릭 자체가 와해될 위기에서 교황의 비서실장격인 젊은 궁무처장이 ‘사려 깊은’ 대처와 ‘헌신’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악과 싸우는 구세주로 등장한다. 그는 반기독교세력인 어둠의 세력과 맞선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궁무처장이 바로 암살자를 교사해 교황 후보 네명을 죽이고, 반물질을 바티칸 지하 무덤에 감춰 세계를 위협하고, 전임 교황까지 독살시킨 ‘야누스’다.  ‘믿음이 없는’ 세상에서 다시 믿음을 되살리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궁무처장은 나름대로 응답을 얻은 뒤 이미 전설이 된 ‘사탄’의 존재를 세상에 등장시켜 이에 대항해 인류를 구원할 ‘선’(善)과 종교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인간의 무지와 불안, 공포와 공생하는 종교와 권력의 생리를 예리하게 해부한 댄 브라운의 통찰은 아무리 박수를 보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어디 두얼굴을 한 게 ‘종교’만인가.
 누구는 인간은 원래 선하다고 하고, 누구는 인간은 원래 악한 존재라고 하지만, 인간은 야누스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빈그릇에 산삼물을 담으면 보약이 되고, 양잿물을 담으면 독약이 되는 것처럼.


나의 ‘인간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악마에서 천사를!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착하게 생겼느냐’(!)고 하는 내게도 ‘살인의 추억’이 많다. 마음의 세계에선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않아도 ‘마음을 먹은 것’이나 ‘의도’만으로도 행동과 같은 것으로 보는데, 그렇다면 나는 여러번 살인을 했던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졸개들이 조선의 젊은이들을 단칼에 목베고, 조선의 아낙들을 겁탈하고, 주몽과 대조영의 사랑스런 부하들이 한나라와 당나라의 군대의 창칼에 쓰러져 갈 때면 마음의 칼을 빼어들어 그들을 내려치는 ‘붉은 악마’가 되곤 했다.
 그러나 어디 그런 살심만이 전부랴. 아무리 원통하고, 아무리 인내하긴 힘든 조건에서라도 성모 마리아처럼 관세음보살처럼 모두를 용서하고, 사랑하고 싶은 게 이 마음이기도 한 것을.
 비밀의 장벽은 열려야 하고, 사람들을 공연히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는 허상은 깨져야 하지만, 로마 교황청이 악이 된다면 인류에겐 너무나 불행한 일이다. 나는 악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야누스적인 두 얼굴 가운데 천사의 꽃이 활짝 피도록 그 쪽에 물을 주고싶다. 로마 교황청의 역사에서 자주 ‘악마’의 얼굴을 보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가톨릭 신부와 수녀와 평신도들에게서 악마의 얼굴을 발견한 적이 거의 없으니까. 그보다는 자주 ‘천사’를 보았으니깐. 그리고 천사에서도 악마를 발견하는 기자로서의 ‘직업병’을 감출 순 없지만, 그 무엇보다도 악마(실은 ‘악마’가 어디 있으랴)에서도 천사를 보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인간에 대한 관전 포인트’니깐. (난 역시 넘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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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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