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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모른다고 말할수 있는 목사

2016. 11. 08
조회수 10355 추천수 0
 관계-김대중그림.JPG
김대중 그림

평생을 목사라는 이름을 지니고 살았으니 아무래도 목사들의 세계를 잘 알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외국에서 이민 목회뿐만 아니라 외국인 목사들과도 접촉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비교 가능할 것이다. 현실 속에서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백인들의 목회자상은 대체로 어디서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가장 강하다.
 그러나 기독교 한국의 목회자상은 전혀 달라서 자기의 신념을 주장하고 보신주의, 이기주의적인 모습으로 갈등을 만들어 내는 요소가 강하다. 역사상 가장 나쁜 조건, 무한경쟁 즉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태계에 있는 한국의 목회자상은 놓을래야 좋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에서 직업적 목회자의 사고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인상을 받기가 어렵다. 나쁜 직업이 아닌 이상 사람이 자기 직업에 충실하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밖으로 나타나는 것과 실제로 수행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직업도 있기 때문에 좋은 직업으로 보여도 내용이 다를 수가 있다.예를 들면 오랜 동안 한국에서 교통 순경의 이미지는 노상강도의 이미지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목사라는 직업도 마찬가지이다.그러므로 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목사상은 직업적 의식이 없는 목사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너무 많고 흔하고 써먹을 데가 없는데 말은 많은 직업 군이다.

목사처럼 주관적인 시각이 강한 직업 군이 없다. 목사들은 늘 자기 생각대로 설교를 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자기 느낀 대로 보는 주관적 경향이 강할 수 있다. 동시에 속으로는 객관성이 전혀 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로는 그럴듯하게 객관적으로 포장하는 기술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공부한 신학의 편협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필요성, 즉 설교를 위한 목적 을 가지고만 정보를 취사 선택하기 때문이다.
 항상 설교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목사의 입장으로서는 설교에 도움이 되는 정보 외에는 진지하게 접근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또 한 가지는 목사들은 항상 무엇이든지 자신이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중하게 풍부한 자료를 모으기 보다는 서둘러 적은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평생 목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것은 내가 잘 모르겠다"
" 아? 그런 건가?"
하는 소리를 별로 들어 보지를 못했다. 모르면서도 아는듯한 폼을 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자기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으면 곤란하다는 태도인 것이다.

또 목사들은 어떤 사실에 대하여 판단을 급하게, 즉 속단의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늘 생각할 것이 많고 설교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처리를 해서 저장해 놓고 싶어 하는 심정 때문이다.

나는 목사들이 사실을 잘못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정반대의 사실을 확신을 가지고 주장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서 심장마비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있었다. 그들이 어디서 잘못된 사실도 저렇고 골고루 모아 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확신에 사로 잡혀 설교를 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띵하다. 더욱이 잘못된 정보에 권위까지 언어 놓으면 더욱 위험하다.

목사들은 두루뭉실하고 좋은 것은 좋은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자세는 예수에 대하여 오해한 탓이다. 예수는 판단이 분명하고 단호한 이였다. 예수는 타락한 종교 시스템에 분노해서 예수의 성전에 들어가서 노점상을 철거 시키지 않았던가?

나는 자신을 목사로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목회로 생각한다. 더욱이 나이를 먹을 수록 만나는 이들에게 무엇인가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을 늘 가지고 살고 있다.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나로서는 주변 사람들과 성실하고 진실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목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나와의 관계에서 진지함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즉 목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삶에 빈 곳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지는 않지만 생각하고 염려하며 지내다가 가끔씩 만나서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 방법으로 그들의 인생에 개입한다. 방법은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 요즘 말로 하면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다. 세상이 변해서 요즘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인들이 날이면 날마다 외우는 사도신경을 이렇게 고쳐서 믿는다.
“인간의 근원이시고 모든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사오니 내 속에서 에너지를 끌어내는 원천이고, 모든 관계의 근원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사도신경에서 ‘성령이 교통하심을 믿사오며’라고 하지만 나는 성령의 역사는 잘 몰라도 교통하는 네트워크의 역사는 알기 때문이다. 예수도 인간이 하나님과 어떻게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나를 믿는 자는 나를 믿는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며 나를 보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보는 것이니라.“라고 하신 것이다. 즉 예수와 네트워크를 맺어야 하나님과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네트워크를 맺는 매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원리와 세상의 운행 이치를 알아야 하고 그런 것을 깨우치려면 일신의 안락을 추구하려는 사고와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즉 끊임없이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관계에서 ‘관심’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사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게 된다. 인간의 모든 실패는 바로 이런 유형의 인물에서 비롯된다.”

자연 생명체는 '순환'이 막히면 이내 종말이 다가온다. 즉 움직여야 할 ‘기’가 막히면 죽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들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중풍이나 치매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질병들이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징후들을 모르고 지나치다가 그만 변을 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 집단, 개인간의 문제도 위기의 징후들을 부인, 외면하다가 큰 일을 당하게 된다. 이렇듯 인간이 겪는 심각한 재난과 증상에는 한결같이 보통 사람에겐 보이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신호들이 있다.
 원래 무당이란 영매(靈媒) 라 하여 영혼과 인간을 매개하여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진짜 무당은 아무런 과정 없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고 남 보다 더 큰 고통, 남이 겪지 않은 고통을 겪은 사람이어야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처럼 산전수전, 공중전, 한국전, 월남전, 온라인전 다 거친 사람은 그런대로 무당이 될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목사는 교회가 아닌 아무 곳에서나 삶의 현장에서 제물이 없어도 굿판을 벌일 수 있는 무당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성수(재호주 목사)

이 글은 기독교매체 <당당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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