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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의 지겨움

홍성남 2017. 07. 12
조회수 4491 추천수 0


내가 듣기 싫은 잔소리, 하지도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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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우리 아이는 숫기가 너무 없어서 걱정이에요.

우리 아이는 아무것도 할 생각을 안 해요.


이런 하소연을 하는 어머니들이 종종 있습니다. 자녀들이 달팽이 콤플렉스에 걸린 경우입니다. 달팽이 콤플렉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성적으로 우울한 상태 속에서 살아갑니다. 일 년 열두 달 옷 색깔이 늘 어두운 사람들, 일 년 내내 한 번도 활짝 웃지 않는 사람들, 사람을 만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 차라리 집에서 혼자 있겠다고 하는 사람들.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집으로 찾아가 보면 하루 종일 그냥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물어봅니다.


뭐하십니까?

그럼 이렇게 대답하지요.

앉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어 보이는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습니다. 건드리면 달팽이처럼 머리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이런 성격의 형성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대체로 잔소리가 심한 양육자 아래서 자란 사람이 많습니다.


부모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지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따라서 잔소리하는 본인은 충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는 듣기 싫은 잔소리일 뿐입니다. 물론 사람이 성장하는 데 늘 좋은 소리만 듣는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자칫하면 천방지축이 될 수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잔소리는 몸에 좋지만 입에는 쓴 약의 기능을 합니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잔소리 역시 너무 많이, 자주 사용하면 부작용만 생깁니다. 우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면 하는 사람은 안 그럴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지겹습니다. 그래서 잔소리가 시작되면 달팽이처럼 자기 안으로 쏙 들어가서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또 잔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으면 무기력증에 빠집니다.


어느 심리학자가 실험을 했습니다. 낮은 벽 하나를 세워두고, 개에게 전기 충격을 주어 건너편으로 피하게 하다가 나중에는 양쪽 모두에 전기 충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개는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데도 피할 생각은 않고 배를 깔고 엎드려 꼼짝 않고 있더랍니다. 무기력에 빠진 것이지요. 잔소리는 전기 충격과 같습니다.

 

잔소리를 많이 하는 부모는 강박증적인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용서가 안 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잔소리가 심합니다. 쉽게 말해 자기 속을 들볶는 사람이 남의 속도 들볶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는 사람이 남에게도 그렇게 합니다. 이런 부모는 자기 불만의 배출구로 가장 만만한 자녀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잔소리가 심한 사람은 대개 무능력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녀가 자신의 무능력함을 알고 비웃을까봐 먼저 비현실적인 요구, 즉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얼마나 심한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입니다. 아이는 이런 부모를 존경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도 그렇게 못하면서하고 속으로 분노를 쌓아갑니다.


내가 네 나이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어쩌구, 너는 나 때보다 훨씬 좋은 여건에서 그것밖에 못하냐 저쩌구하며 아이를 주눅 들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부모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아이들 앞에서 과거 자랑이나 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부모의 긍지가 아닌 열등감의 발로입니다.


잔소리의 부작용은 심각합니다. 아이들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지만 잔소리가 요구하는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불안이 늘어나고, 권위적인 어른에 대한 반항심이 생깁니다. 정신적인 압박감 때문에 무기력증에 걸립니다. 못 다 한 일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 삶을 즐기지 못합니다.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거짓말 대신 병적인 양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동네 마당 청소 문제로 토론이 벌어졌는데 한 아줌마가 목청을 높였습니다.

사람들이 청소를 안 해서 동네 꼴이 아주 더러워졌다니까. 도대체 왜들 동네를 사랑하지 않느냔 말이야.


이때 건강한 사람이라면 콧방귀를 뀌고 맙니다.

너나 잘하세요. 왜 우리한테 난리야.

하지만 병적인 양심을 가진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자책합니다.

맞아. 나는 나쁜 사람이야.


그리고는 아무도 나오지 않은 마당에서 자기 혼자 청소합니다. 그러니 만성피로가 따라다닙니다. 쉬는 시간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기 바쁘기 때문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하던 잔소리가 몸에 배어서 이제는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잔소리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어떤 신부가 신자들에게 변화하라고 들들 볶아대다가 자기 성질을 못 이겨 죽었다고 합니다. 그 신부가 죽은 날 신자들은 장례를 하는 뒤에서 잔치를 벌일 정도로 기뻐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이 신부가 살기는 열심히 살아서 천당에는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천당에 가보니 고칠 점이 너무나 많아 만나는 사람마다 잔소리를 해대고 다녔지요. 견디다 못한 천당 주민들은 민원을 내고, 차라리 천당을 떠나겠다고 이주 신청을 위해 줄을 잇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하느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이 나타나시기만 하면 득달같이 달려가 천당이 왜 이 모양이냐며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했지요. 하느님 역시 견디다 못해 연옥에나 갈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신부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친히 붓글씨로 쓴 현판을 주셨습니다. 현판에는 한문으로 행할 시(), 죄 벌(), 일할 노(), 말 마()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하느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하느님은 친절히 대답해주셨지요.

옛날 당나라의 한 나그네가 길을 가는데 농부가 밭을 갈다 지친 말에게 채찍질을 하더란다. 그래서 농부에게 교훈을 줄까 하고 사자성어를 써서 농부에게 주었느니라. 행할 시, 죄 벌, 일할 노, 말 마. 일하는 말에게 벌을 가한다는 뜻으로 그렇게 살지 말라는 소리이지.

신부는 그것이 욕인 줄도 모르고 자기 집 문 앞에 떠억 하니 걸어놓고 살았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소리는 백해무익합니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란다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말없이 기도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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