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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삶의 첫출발은 자기존중

손관승 2018.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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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정말 평범한 사람입니다.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보니 광화문 네거리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직장인의 얼굴이 바로 제 얼굴이 되고 말았네요. 학창 시절 주변에서는 저에 대한 기대도 꽤 컸고, 저 역시 무엇인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샐러리맨이 되고 만 지금의 제 모습이 가끔 실망스럽습니다. 언론에 소개되는 제 또래의 사람들은 이미 뭔가를 이루고 또 멋지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저만 멋없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혼자 생각을 해봅니다. 확 달라지고 싶은데 뾰족한 수가 없네요. 그게 요즘 저의 고민입니다.”


A 직장 생활 15년 차에 접어든 40대 초반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남성의 사연이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이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고, 또 공감하는 주제일 겁니다. 이 직장인의 고민이 담긴 편지를 받고 세 가지를 생각해봅니다.


첫째, ‘차별 포인트’입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과연 뭘까요? 남자이지만 머리를 뒤로 묶고 다니거나 턱수염을 기르고 다닌다면 그것도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이 다르게 인식되고 싶다는 의사 표현입니다. 개화기 시대의 지식인처럼 둥근 모양의 개성 있는 안경을 쓰고 다니는 사람 역시 은유적으로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직장인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내적인 것은 금방 알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과거에 비해 이 시대의 직장인들은 남녀 불문하고 외모 유지를 위한 자본, 즉 외모 자본이 많이 듭니다. 모두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장인으로서, 혹은 직업인으로 본질적인 질문은 다릅니다. 나의 직(직위, 직무)은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쉽게 알 수 있지만, 나의 업(직업)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는 훌륭한 컴퓨터 엔지니어인가? 나는 최고의 기획자인가? 아니면 파이낸싱 전문가로 자처할 만한가? 내가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진정한 차별 포인트는 과연 뭘까? 아니면 최소한 어떤 사람, 무슨 능력자로 기억되고 싶은 건가요?


둘째, 자기 객관화입니다. 앞서의 질문에 정확한 대답은 본인이 알기 힘듭니다. 주변 동료와 업계에서 하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 능력과 주변에서 인정해주는 본인의 이미지는 다를 때가 많습니다.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고 좌절하는 이유입니다. 주관과 객관의 불일치라고 할까요. 그 좌절의 결정적 순간은 인사 발령입니다. 자기 자신은 피카소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는 피카소의 일을 돕는 말단 조수로 판단하게 된다면, 충격과 좌절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가진 능력 가운데 최고는 자기 객관화라고 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많은 이들은 자기 객관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관과 객관의 불일치입니다.

“학교 다닐 때 나보다 훨씬 공부도 못하던 친구가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나는 그동안 뭘 한 걸까?”


가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흔히 상위권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습관입니다. 영어에 ‘스트리트 와이즈’(street wise, 세상 물정에 밝다)란 표현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신 학교와 관련 없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법을 말합니다. 비록 학교 다닐 때 공부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동료 관계와 소통에 능숙하고 사회생활 문제 해결 능력에는 탁월한 사람입니다. 학교에서는 ‘책’을 잘 읽고 표현하는 데 현명한 사람이 이긴다면, 직장과 사회는 ‘거리의 생존능력’이 더 요구되는 곳입니다.


사회생활의 문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거리의 생존능력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부와 청탁 능력 같은 부정적 단어들입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공부 잘하는 법을 학교에서 배우듯, 사회에 나오면 사회생활 잘하는 법 역시 배워야 합니다. 학교 공부는 잘했지만 직원 소통에 빵점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누구나 예술가입니다. 직업적 예술가는 아닐지언정 일과 삶의 예술가는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주목받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게 함정입니다. 여기서 행복과 불행의 차이가 시작됩니다. 주목받지 않아도 행복한 예술가는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미디어로 보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입니다. 온라인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행복해 죽겠다는 소식들만 전합니다. 그러나 사실 곰곰이 따져보면 ‘왕자병’에 걸려 있거나 공주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영웅 신드롬’에서 삽니다. 드라마, 소설, 영화 같은 곳에서는 늘 우리에게 영웅이 될 것을 강박하고 있습니다. 비범은 좋은 것, 평범함은 나쁜 것이라는 등식이 늘 존재하는 곳입니다. 예술에서 평범함은 경계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비범함과 평범함의 개념을 너무 협소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외모가 뛰어나다고 훌륭한 예술가가 아니듯, 삶과 일의 예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서 비유를 한 피카소의 명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처럼 규칙을 배워라! 그래야 당신이 예술가처럼 그 규칙을 깰 수 있으니 말이다.”


인생의 훌륭한 예술가가 되려면 우선 자기 존중부터 배워야 합니다. 사람은 스스로 느끼는 만큼 행복하니까요. 행복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해집니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예술을 배우는 데 늦은 나이란 결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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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관승
직장인의 마음을 주제로 글 쓰고 강연 하고 있다. 언론인과 iMBC 대표이사, 세한대학교수, 중앙대학 겸임교수를 거쳤다. <투아레그 직장인학교>, <그림형제의 길>, <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탑 시크릿 그림자 인간>,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노마드> 등의 책을 썼다.
이메일 : ceonom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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