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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남곡 2011. 06. 20
조회수 7648 추천수 0

사람을 사랑하는 구체적 기술(技術)이 정치(政治)다


논어 안연편 22장을 보면 번지라는 제자가 공자께 인(仁)에 대해 물으니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라고 답한다.

공자는 인(仁)에 대하여 ‘이것이 인(仁)이다’라고 정의(定義)하는 식으로 답변하지 않는다. 묻는 사람의 수준과 그 때의 정황에 따라 다양하게 답변한다. ‘극기복례(克己復禮)’ ‘충서(忠恕)’ ‘박시제중(博施濟衆)’ 등 많이 알려진 답변들이 있다.

그런데 번지가 묻자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이것은 동서고금의 모든 성현들의 공통된 말씀이고, 세계 인류가 궁극적으로 진화해야 할 목표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가 대해서는 시대와 사회, 문화에 따라 다른 대답이 나오는 것 같다.


번지가 이어서 지(知)에 대해서 묻자 ‘사람을 알아보는 것(知人)’이라고 말하였는데 전후 문맥으로 보아 인(仁)과 지(知)를 결부하여 묻고 답한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으로부터 실현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이 공자의 특유한 면이다.

즉 인(仁)이란 구체적인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실현되는 것인데, 그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올바르게 배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仁)’을 묻자 ‘바른 정치의 요체’인 ‘올바른 인사(人事)’로 답변한 것이다.

즉 “곧은 사람을 등용하여 굽은 사람 위에 놓으면 굽은 사람도 능히 곧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고 말한다.


아마 이 문장만 보면 질문과 대답이 매끄럽지 못하게 연결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공자의 사상이나 실천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이다.

논어 위정편 21장에 보면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효도하라, 오직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하라. 그러면 거기에 늘 정치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바로 이것이 정치를 하는 것이니, 어찌 정치를 따로 할 것이 있겠습니까.”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와 같이 공자에게 정치란 모든 인간관계에 통용되는 원리를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아마 번지라는 제자가 그다지 총명한 사람이 아니어서 이 이어짐을 바로 깨닫지 못하고 다른 제자인 자하에게 공자의 말씀을 되묻자 “뜻이 넓고 큰 말씀이오. 옛날 순임금이 천하를 차지하자 여러 사람 중에서 고요(皐陶)를 등용하시자 어질지 아니한 자들이 멀리 사라졌으며, 또 탕임금이 천하를 차지하자 여러 사람 중에서 이윤(伊尹)을 골라 등용하시자 어질지 아니한 자들이 멀리 사라졌소.”라고 부연 설명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자하는 곧바로 정치의 요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즉 정치란 ‘사람을 사랑하는 구체적 기술(技術)’이라는 공자의 이상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적재(適材)는 정직한 사람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정직은 ‘정직함을 좋아한다면서 배우기를 싫어하면 그 폐단은 가혹하여지는 것(好直不好學 其蔽也絞)’이라는 공자의 말이 의미하듯 자기류의 정직이 아니라 무아집의 정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윗자리에 이런 정직한 사람이 있으면 정직하지 못한 사람도 바르게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 집단 그 사회의 기풍이 점차 ‘인’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실제의 사회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 현상도 많이 나타나는데 그렇게 되어서는 ‘불인(不仁)’한 사회로 되고 만다.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관계맺음이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구축함이란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제거한다는 것보다는 그 악(惡)이 제거되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이웃을 사랑하라’나 ‘원수를 사랑하라’는 목표보다는 낮은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인(仁)을 실현하는 것, 즉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정치(넓은 의미로 모든 인간관계)를 통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단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안에 있는 좋은 것을 신장시키는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사랑의 절대성과 함께 그 사랑을  하여 그 원수 안에 선(善)함이 신장(伸張)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선어중(選於衆) 거고요(擧皐陶)(여러 사람 가운데 고요를 골라 등용)라는 말에서 ‘선거’(選擧)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자못 흥미 있다. 전에는 군주가 주체가 되어서 ‘선거’했지만 지금은 국민이 주체가 되어서 ‘선거’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주의는 올바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로 되는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성군(聖君)이라야 제대로 되었다면 현대에는 어떤 것이 그 요체일까? 그 국민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말씀은 오늘 날도 유효할 뿐 아니라 어떤 점에서는 더 현실적인 과제로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패가 얼마나 심한 단계인가 하는 것을 보면서좌절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이런 때일수록 정치적 허무주의나 냉소주의에 흐르지 않고 공자의 이상처럼 ‘정치야말로 사람을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으로 내년에 다가올 선거(選擧)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것은 체제를 불문하고, 시대를 넘어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政治)가 이익을 중심으로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권력쟁탈의 장(場)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게 하는 조화의 기술(더 나아가 예술)이 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절실한 요구이다.

이것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인간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밝고 성숙한 시민의식이야말로 선거를 이와 같은 정치 변혁의 강력한 도구로 만들 것이다.

이것이 시대를 넘어 공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며, 우리의 신인문운동이 정치분야에서 이루어야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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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서울대 법대 재학 때부터 민주화에 투신 4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진리를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토회 불교사회연구소장을 거쳐 경기도 화성 야마기기마을공동체에 살았으며, 2004년부터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된장·고추장 등을 담그며 산다. 서울에서 매주 ‘논어 읽기’ 모임을 이끈다.
이메일 : namgok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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