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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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플시럽의 달디단 맛처럼

박성훈 2019. 04. 09
조회수 4967 추천수 0

임금님의 수라상도 부럽지 않은 아침식사

 

 

10상량식2-.jpg » 메이플 시럽 헛간을 짓는 메이플릿지 공동체마을 사람들

 

겨울 내내 꽁꽁 얼었던 대지가 무언가 새로운 기운을 맛본듯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얼어붙은 대지를 박차고 나오는 놈은 노란 아코나이트 (노랑 너도바람꽃) 입니다. 길을 지나다 하얗게  눈덮인 대지를 뚫고 나와 노란 꽃망울을 내민 꽃을 보노라면 그동안 매서운 겨울로 지친 마음이 녹듯 사르르 녹아 마음도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가득하게 합니다아코나이트를 바로 쫓아 오는 놈은 스노우 드롭 (설강화) 입니다눈송이가 떨어지듯 자그마한 하얀 꽃망울이 난초같이 기다란 잎에 매달린 꽃으로 청초하기 그지 없습니다 뒤론 보라색의 크로커스와 작은 아이리스가  마중하고 싶어  안달이 쫓아 나옵니다

꽃들1.jpg

 

 1노란아코나이트-.jpg » 노란 아코나이트

 

되면 봄내음 가득한 부드러운 흙을 만지고 싶어 손도 근질근질 해집니다. 이렇게 봄을 기다리는 뿐만 아닙니다. 지난 가을 화려했던 단풍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벌거벗은 추운 겨울을 기다려온 메이플나무도 슬슬 몸을 뒤틀기 시작합니다요즈음 같이 밤에 영하 3-4 떨어지면 메이플 나무는 지난 겨울 내내  뿌리에 저장했던 양분을 (체관)으로  빨아들이게 됩니다그러다 낮에 햇살을 듬뿍 받아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수분과 공기가 팽창해 수액을 배출하려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메이플 나무 껍질에  구멍을 내면  메이플 수액이 밖으로 흐르게 됩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고 흐린 날에는 나무 줄기 속의 밤과 낮 압력차이가 없어 수액이 나오지 않고, 기온이 영상으로 지속되면 더이상 흐르지 않아 사실 기온차가 가장 심한 1월에서 3월 사이에만 메이플 수액을 얻을 수 있습니다.

 

 

 

 

3쇠파이프 박기-.jpg » 메이플 시럽 나무에 쇠파이프 박기

 

이맘때가 되면 저희 가족도 공동체 모든 아이들도 메이플시럽을 만드느라 바빠집니다지난해 깨끗하게 씻어 말려 놓았던 양동이를 꺼내 수레에 싣고 메이플 나무가 가득한 숲으로 갑니다. 아빠들과 형아들이 수액이 나오도록 메이플 나무에 15 각도로 구멍을 작은 파이프를 꽂으면 동생들은 양동이를 파이프 위에 걸어 놓고 눈이나 비가 들어가지 않게 뚜껑을 덮습니다양동이를 걸자마자 수액이 졸졸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네요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은 지난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지부터 살피며 낮에 메이플 숲으로 달려가 수액이 얼마나 모였는지 들여다 봅니다. 바로 나온 수액을 자리에서 마시기도 하는데 아주 시원하면서 약간 달달한 맛이 몸이 상쾌해지는 합니다. 어느 정도 수액이 양동이를 채우면 드럼통을 가져와 수액을 모읍니다. 이렇게 모은 수액을 나무 장작을 태워 24시간 졸이면 메이플시럽이 되는데 40리터를 끓이면 1리터의 시럽이 나옵니다.  

4수액체크--.jpg 5수액먹는--.jpg 6수액끓이--.jpg 2드롭꽃--.jpg

 

   

얼마전 우리 메이플릿지 학교에서는 그동안 사용했던 메이플시럽 만드는 헛간이 너무 오래되고  낡아 7-8학년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메이플시럽 헛간을 짓기로 했습니다. 지난 7-8개월동안 아이들은  숲에 가서 건물에 쓰여질 소나무와 참나무를  잘라 날라오고, 아빠가 잘라온 나무를 재목을 만들어 주면,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올드 패션 방법으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톱과 망치와 끌을 사용해 재목들을 깎고 다듬어 홈을 건물에 쓰여질 목재를 준비했습니다. 나무를 다듬을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나무와 나무를 연결할 애를 먹기때문에 여간 정확도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손은 연장질에 집중하면서도 내내 재잘거리며 신나서 일합니다. 주말에는 아빠들도 와서 나무를 다듬으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음을 만끽합니다.

드디어 메이플시럽 헛간을 세우는 상량식 날입니다. 아이들이 미리 잡석을 깔고 브릭을 놓아 터를 잡아 놓은 부지 위에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과 아빠들이 모여 그동안 정성들여 준비한 나무로 모두 힘을 합쳐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어 뼈대를 맞추었습니다. 연결된 나무들은 나사 못을 사용하지 않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나무 못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이제는 서까래를 지지하는 도리를 얹을 차례입니다. 그동안 나는 밑에서 보조만 하다가  기둥위에 올라가 돕기 시작했습니다. 어릴적엔 제법 나무를 잘 타고 나무위에 오래 있어도 끄떡없고 좋기만 했는데 한시간 반 넘게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다보니 다른 아빠들과 함께 일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몸이 금방 지쳐오는게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아침 7시쯤 시작된 상량식은 놀랍게도 11시가 쯤에 서까래까지 끝내 지붕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12시엔 공동체 사람들과 주변의 이웃들과 친구들도 초대에 잔치를 벌렸습니다학교 선생님들과 몇몇 남자 아이들이 24시간 돌아가며 장작불을 피워 구운 통돼지 바베큐와 아침부터 여자 아이들과 몇몇 자매들이 분주하게 만들어 놓은 마늘빵도 브릭오븐에 굽고, 사과에 카라멜을 입혀 놓은 꼬치와 50-60년대 골동품으로 보이는 사이다 프레스에 직접 사과를 넣어 만든 애플 사이다 등을 먹으니 지친 몸에 힘이 돋는 같습니다. 역시  잔치날에는 음식이 빠져서는 안되겠죠.

 

7헛간나무-.jpg 8헛간나무2--.jpg

메이플 시럽 헛간 나무 다듬기

초대되어온 많은 이들이 그동안 아이들의 수고와 땀이 맺힌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감탄하고 놀라워 합니다. 지역 킹스턴 고등학교 교육감이신 분이 초대되어 왔는데 행사를 지켜보며 요즈음 많은 아이들이 테크놀리지에 잡혀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수고하며 함께 일하는 가치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음을 부러워하며 아이들을 격려했습니다.  돈만 있으면 홈디퍼에 가서 지어진 헛간을 사서 지게차로 실어 올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손수 흘려 만든 것과 비교할 있나요. 우리 아이들도 그동안 힘들게 일해 것에 열매를 맺게 되어 뿌듯해합니다

헛간이 지어지자 아이들이 디자인을 조각해 만든 멋진 헛간 간판도 달고, 그동안 우리가 알고 지내던 아미쉬 마을에서 메이플 수액을 끓이는 팬도 새로 구입했습니다. 새로운 팬은 사이즈가 크고 성능이 좋아 한꺼번에 800갤런의 수액을 빠른 시간내에 끓일 있습니다.

한국에 메이플 시럽이 뭔지도 모르다가 이곳에 와서야 처음으로 맛보게 되었는데 맛이 장난 아닙니다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100% 메이플 수액을 나무를 때서 졸인거라 나무 태운  스모크 향도 나면서 질리지 않는 순한 단맛이 나는게 한번 사람은 두고 두고 맛을 잊지 못합니다.

 

메이플시럽1-.jpg » 수액채취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진해지는 메이플 시럽

저희가 8 메이플릿지 공동체에 이사왔을때(Maple Ridge-공동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가 메이플 나무가 덮여져 있어 메이플릿지라고 부릅니다.)  옆집에 사는 네이슨이 저희 가족에게 메이플 시럽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당시 하빈이는 초등학교 3학년, 유빈이는 4살로 우리 아이들도 신나서 참여했습니다. 네이슨은 말을 모는데 수레를 가져와  드럼통에 수액을 모아 집으로 나를 유빈이와 하빈이는 수레에 올라타 수액이 넘치지 않도록 드럼통을 붙잡습니다다음에는 젊은 청년 앤드류가 트렉터 뒤에 짚단을 놓아 앉을 자리를 만들고 드럼통을 실어 수액과 아이들을 나릅니다. 아이들은 말타는 재미와 트랙터 타는 재미로 열심히 이리 저리 뛰어다며 메이플 수액을 모읍니다.

메이플시럽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처음으로 수액을 채취해 시럽을 만들어 사용하던 것을 유럽 정착자들이 받아들인 것이 유래라고 합니다. 인디안 전설에 따르면 마나부시라는 소녀가 할아버지가 메이플나무에 구멍을 뚫어 메이플 시럽을 모은 것을 맛보고는 메이플시럽을 얻기 위해 남자들이 일이란 나무에 구멍 뚫는 밖에 없어 남자들이 점점 게을러질거라 염려되어 양동이에 물을 받아 메이플 나무에 올라가 나무  한가운데 부었습니다. 이후로 메이플시럽이 희석되어 1-2% 당도만 남게 되어 남자들이 열심히 일해야만 시럽을 얻을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메이플시럽을 만드는 일은 많은 힘과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니 재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8년간 형제들과 함께 메이플시럽을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메이플 수액 채취 시즌 초기에 만들어진 시럽은 위스키처럼 색이 연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메이플 시럽 색은 점점 진한 갈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색이 연할수록 최상급으로 치게 되는데 연한 색의 메이플시럽은 시럽 향은 덜하지만 깔끔한 맛으로  메이플시럽 메니아들은 주로 시즌 초기에 만든 연한 색의 메이플시럽을 찾게 됩니다반면  시간이 갈수록 색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면서 메이플시럽 맛은 강하게 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연한 색을 좋아하고 아내는 진한 나는 다크한 것을 좋아합니다.

한번은 공동체에서 각자 만든 메이플시럽을 가져와 대회를 열었는데 심사하시는 이안과   할아버지께서  돋보기를 가져와 살펴보시더니 위스키 빛깔의 연한 메이플시럽을 보고는 누가 주방세제를 가져왔나요?”, 색이 진한 메이플시럽을 보고는 누가 간장을 갖다 놨나요?”하며 장난기 있게 말해 공동체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9상량식1-.jpg 11상량식3-.jpg

메이플 시럽 헛간을 짓는 사람들

 밖에서 메이플 수액을 끓이다 보면 마지막을 지켜봐야 하는데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게되면 메이플시럽이 타버리게 됩니다. 작년에 초보 총각 선생님이 학교에서 만들던 메이플시럽을 8갤런이나 태워버린 일이 있는데 선생님이 여름에 약혼을 하자 형제들이 약혼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메이플시럽 태운 일을 패러디해 두고두고 놀렸습니다.  

가족들이 만드는 메이플시럽은 마지막 1-2시간은 장작불에서 꺼내 집에서 끓이게 됩니다. 그래야 태우지 않고 안전하게 만들 있습니다. 제가 화씨 216도정도 까지 메이플시럽을 끓이다 집으로 가져오면 아내는 베개입에 수액을 부어  잔여물을 걸러 다시 끓입니다. 이때는 특별히 독일분이신 다비드 할아버지께서 전수해주신 방법으로 우유를 약간 넣어 같이 끓이면 우유가 엉키면서  모든 더러운 것들을 잡아내 시럽을 맑게 합니다더러워진 우유를 걸러내 다시 끓여 221-222도까지 다시 끓입니다. (기압에 따라 온도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깨끗한 메이플시럽이 만들어져 유리병에 담아 부엌에 놓으면 집에 사는 애니가 학교 선생님인 남편  어니에게  ‘박가족 시럽은 아주 맑은데 우리 것은 새까맣다 핀잔을 줍니다. 그러면 어니는 내게 나는 평생 메이플 시럽을 만들었는데도 색깔이 이렇게 어두침침한데  당신 부인은 불과 년밖에 안만들었는데  이렇게 색이 맑을 있냐며 비법을 물어보면  아내가 와서 어니한데 내가 보기엔 병에 조선 간장을 넣은 같은데요하며 어니를 놀리면서 며느리도 안 가르쳐 준다는 다비드 할아버지 비법을 알려줍니다.   이후론 애니도 남편의 메이플시럽 색에 아주 만족해 합니다. ^^

13메이플헛간-.jpg » 디 지은 메이플 시럽 헛간

 

이곳에선  메이플시럽을 주로 팬케잌이나 와플에 부어 먹습니다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희 가족은 일년에 어쩌다 한번씩 먹게 되어 주로 아는 지인들이나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재미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메이플시럽이 당뇨 예방과 암을 예방하는데 블루베리나 브로콜리보다 높게 작용한다는 보고서를 읽게 되어 이후론  아침 식탁엔  아내가 공동체에서 키운 젖소에서 나온 신선한 우유로 만든 요거트에 메이플시럽을 스푼 넣어 먹고 있습니다. 그릭 요거트 같은 맛에  스모크향이 나면서 순한 단맛이 찰떡 궁합인게 이젠 임금님의 수라상도 부럽지 않은 아침식사가 되었네요. 언제든지 메이플릿지 저희 집에 놀러 오세요. 구운 바삭바삭한 와플에 홈메이드 요거트와 메이플시럽을 살짝 얹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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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마음에 평화를 찾아 헤매다가 2007년 브루더호프를 만나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합류해 지금 미국 뉴욕주 메이폴릿지에 살며 플레이씽스에서 원목 어린이 가구를 만들고, 틈나는대로 두 아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거나 독서와 낚시, 산책을 하며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unghoonpark@cc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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