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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 닫고 일시적으로 죽는 공부가 명상”

이길우 2016. 02. 19
조회수 11942 추천수 0
  명상아카데미 대강좌 여는 혜거 스님
 “젊은 시절 수행은 지옥…안 들키고 자는 게 고민거리
  한 가지 화두로 참선…고통 소멸시켜 고통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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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지옥이었어.”
 솔직하다. 남들은 그를 ‘큰스님’으로 존경한다. 그런 스님이 자신의 젊은 시절 수행과정이 ‘지옥’이었다고 말한다. “하루종일 참선하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이야. 마음 고생이 심했어. 남들에겐 정좌해서 참선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소설’을 쓰고 있었어. 온갖 망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던거야. 그리고 남들에게 어떻게 안 들키고 자느냐가 고민거리였어. 쏟아지는 잠을 피해가기는 어려웠거든.”
 
가부좌 틀어 다리 저린 고통 해방되는 비법
 혜거 스님(72)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학승이다. 또 명상의 최고 지도자로 꼽힌다. 스님에게 명상을 배우려는 제자들이 줄을 잇는다. 16일 스님을 만나 젊은 시절 힘들었던 수행 경험과 명상법에 대해 들어봤다. 외국의 명상법과는 확연하게 다른 우리의 전통적인 명상법이다.
 “10년 동안 지옥 같은 수행을 하고 나니 자기 조절이 가능해졌어. 수행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한 스님과는 탁월하게 기운이 달라졌어. 눈과 마음이 열린 거지.”
 스님은 우리의 전통적인 명상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반적인 명상법은 오관,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열고 자신의 마음과 몸을 살피고 관찰해.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명상법은 이 오관을 닫아야 해. 오관을 닫으면 일시적으로 죽어야 해. 일시적으로 죽는 공부가 명상이야. 그러니 설명이 어렵지. 또 화두를 하나만 잡아. 오늘 터진 화두가 내일 또 달라. 날마다 다른 화두가 아니라 한 가지 화두를 잡고 오랫동안 참선하는 거야.”
 스님은 참선하기 위해 가부좌를 틀면 누구나 경험하는, 다리가 저리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비법도 설명한다. “누구나 가부좌를 틀면 다리가 저려. 그럴 땐 저린 다리를 생각하지 말고, ‘난 지금부터 죽은 사람이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면 심장이 스스로 피를 강하게 내뿜어. 다리를 못 쓰게 될까봐 피를 많이 보내게 돼. 그러면 온몸에 땀이 나. 다리가 저린 것도 사라지고 건강해지는 거야. 그리고 자신의 심장 박동소리를 듣는 단계에 들어가지.” 
 
28년째 지도, 거쳐간 제자 30만 명 넘어
 스님은 15살 때 탄허 스님을 찾아가 출가했다. 당시 불교계의 최고 석학인 탄허 스님은 삼척 영은사에서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었다. 지인이 써준 소개장을 들고 탄허 스님을 찾아간 소년은 절에서 가장 큰 방 앞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몇 시간 만에 한 스님이 방에서 나왔다. 소년은 스님에게 “출가하고 싶어서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방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내가 어젯밤 제대로 꿈을 꾼 모양이야. 꿈에 젊은 총각이 출가하겠다고 왔는데, 지금 마당에 출가하러 온 사람이 있네. 하하하.” 탄허 스님이었다. 영은사에서 3년 동안 행자 생활을 하며 탄허 스님에게서 배운 스님은 당시 탄허 스님이 아침에 아침 공양과 점심 공양을 한꺼번에 준비하라고 시킨 것을 고맙게 여긴다고 했다. “공부하는데 점심을 준비하는 시간을 아끼라고 한 지시였어. 그래서 탄허 스님께서는 3년 동안 점심에 찬 밥을 드셨지.” 
 강원도 동해 대원사와 서울 대원암, 전남 순천 선암사 주지를 지낸 스님은 서울 개포동에 <금강선원>을 열고 28년째 도시인들에게 참선과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거쳐간 제자들만 3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명상은 무엇인가요?” 스님은 답한다. “고통을 소멸시켜,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명상이지. 어둠 속에서 빛을 외부로 향하면 자기 자신을 비추지 못하나 자신 쪽으로 비추면 스스로를 볼 수 있다는 ‘회광반조(回光反照)’의 노력이 바로 명상”이라고 설명한다.
 스님은 명상에 빠지면 ‘삼매(三昧)’를 체험한다고 했다. 삼매는 집중을 통해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로, 불교 수행의 이상적인 경지이다. 스님은 삼매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순간 삼매이다. ‘이게 뭘까’하고 의문을 가질 때 순식간에 의문이 풀리며 느끼는 짧은 순간의 몰입이다. 또 하나는 ‘이게 뭘까’라는 의문을 잠깐 품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긴 시간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삼매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환희와 기쁨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삼매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환희
 스님은 지난해 2월 발족한 한국명상지도자협회의 이사장을 맡았다. 국내 명상 관련 21개 단체가 모인 이 협회는 오는 3월9일부터 명상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명상아카데미 대강좌를 시작한다. 이 강좌에는 ‘동사섭(同事攝)’이란 마음치유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용타 스님, 상담과 심리 치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경 스님, 불교계의 ‘힐링 멘토’로 꼽히는 마가 스님, 전 세계를 돌며 명상을 공부한 각산 스님 등이 강사로 나서 전통적 화두명상법과 위파사나 수행법, 호흡 명상, 자비 명상 등을 가르친다.
 혜거 스님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한국 불교는 고유한 수행 노하우가 있다. 명상은 전문적 지식 없이 그냥 앉아만 있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각종 명상 기법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에 부합하는 명상을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님은 “한국에서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데는 종교인들 책임이 크다”면서 “명상을 배우면 정신 집중력이 놀랍도록 향상돼 청소년들의 학업 성취도도 크게 오른다”고 말했다. 명상아카데미 대강좌는 5월21일까지 매주 수요일(행불선원)과 토요일(금강선원) 오후 2시부터 5시30분까지 열린다. 문의 (02)953-5307.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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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아직도 깊은 산속 어딘가에 도인이 있다고 믿고 언젠가는 그런 스승을 모시고 살고 싶어한다. 이소룡에 반해 무예의 매력에 빠져 각종 전통 무술과 무예를 익히고 있고, 전국의 무술 고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과 몸짓을 배우며 기록해왔다. 몸 수련을 통해 건강을 찾고 지키며 정신과 몸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동참했고, 베이징 초대 특파원과 스포츠부장, 온라인 부국장을 거쳐 현재는 종교 담당 선임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다.
이메일 :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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