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성인과 마귀는 한끝 차이

조현 2011. 0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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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다와 마왕의 차이는?

  육신통 가운데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천안통(天眼通)과 보통 귀로는 듣지 못할 음성을 듣는 천이통(天耳通),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타심통(他心通), 지나간 세상의 생사를 아는 숙명통(宿命通), 불가사의하게 경계를 변하여 나타내기도 하고 마음대로 날아다니기도 하는 신족통(神足通)은 붓다 뿐 아니라 마왕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붓다와 마왕의 차이는 무엇일까. 육신통 가운데 둘 간의 차이는 누진통(漏盡通)을 했느냐 못했느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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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진통인 번뇌를 끊는 것이다. 즉 삼독의 근원인 욕망의 뿌리를 끊은 것이다. 그래서 오신통의 욕망마저 놓아버려 대자유 해탈해 걸림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욕망의 마음과 욕망의 논리가 지배하는 욕계(慾界)다. 욕망의 존재는 천상 인간 아수라 지옥 아귀 축생-여섯 세계를 윤회한다고 한다. 지옥에서 천상까지를 아우르고 있는 게 욕계다. 이 가운데 욕계 천상은 다시 사천왕천, 야마천, 도리천, 도솔천, 낙변화천, 타화자재천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천상중에서도 가장 위에 있는 타화자재천의 왕이 마왕 파순이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정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그를 시험한 것도 마왕 파순이었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 앉아 마지막 욕망의 뿌리를 자를 때 마왕의 세계가 지진이 난 듯 진동하며 지축이 흔들렸다고 한다. 모든 것이 욕망의 관성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에서 그 근본 뿌리를 제거하면서 욕망의 움직이는 세계의 대들보다 뽑힌 것을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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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원정대>에 이어 2편은 <두개의 탑>이다. 욕계가 지상 뿐 아니라 천상까지 아우르고 있듯이 두개의 탑은 천상의 욕망과 지상의 욕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로 나눌 수도 있다. <두개의 탑>에 나오는 두 악의 화신은 사우론과 사루만이다. 사우론은 3천년 전에 모든 종족들을 지배하기 위해 ‘절대 반지’를 만든 ‘절대반지의 주인’이자 ‘암흑 세계의 왕’이다. 마왕 파순과 다름 없는 존재다. 파순의 원어 ‘파피야스’는 ‘그 이상 없이 나쁜 놈’이란 뜻이다.

  사우론이 ‘가장 나쁜 놈’인 이유는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해 홀로 주인이 되고 모든 이를 노예(종)로 만들려는 ‘권력 욕’ 때문이다. 그가 절대반지를 만들기 전엔 19개의 반지가 있었다. 요정들인 엘프왕들에게 3개, 난장이 드와프들에게 7개, 인간종족들에게 9개가 있었다. 권력을 상징하는 19개의 반지가 골고루 나눠져 세상을 통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반지를 지배하려는 ‘절대반지’를 사우론이 만듬으로써 세상은 고통으로 변했다.

  마치 이 세상의 어떤 신도 부정하고, 모두 여호와와 알라신 아래 굴종시키기 위해 살육도 서슴지않는 근본주의 종교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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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천년 가까이 지구의 지배 종교로 군림한 기독교가 핍박받던 이단 종교에서 ‘제국의 종교’가 된 것은 4세기 로마에서였다. 4세기 전까지만해도 서구라파의 종교 사상의 근간인 그리스-로마는 다신교였다. 이탈리아의 천재인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설계’라고 극찬했다는 판테온도 다신을 상징한다. ‘판’이란 ‘모두’를, ‘테온’은 ‘신’을 뜻한다. 무려 30만의 신이 있었다는 로마에서 판테온은 이 모든 신에게 봉헌된 성소였다.

  이 판테온이 왜 ‘로마시대 정신을 상징’했을까. 신이란 인간 정신의 표징이다. 로마는 이처럼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신의 다양성을 인정했다. 그것이 천년왕국, 세계 제국 로마의 힘이었다.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니시우스는 <고대 로마사>에서 “로마를 강대하게 만든 것은 종교에 대한 사고방식이었다”고 평할 만큼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나름대로 다민족융합체를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도 로마의 힘을 현실주의와 관용성에서 찾았다. 내 신만이 아니라 남의 신을 인정할 줄 아는 이런 관용의 정신이 바로 로마의 예지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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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312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 칙령을 반포해 그리스도교를 공인해 유일신 사상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대 식민지 백성의 종교에서 세계 제국의 종교가 되고, 노예의 종교에서 황제의 종교가 된 기독교는 핍박받는 종교에서 픽밥하는 종교로 변했고, 여호와가 아닌 다른 신을 신앙하는 이들은 그들의 칼 아래 무릅을 꿇지않으면 죽음을 면키어려웠다.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눈’(eyes)으로 형상화된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유일자’가 되고픈 탐욕의 불꽃을 보여준다. 신의 영역에 사우론의 탑이 있다면 또 다른 탑은 인간 사루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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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루만은 원래 <반지의 제왕>에서 ‘최고의 군자’로 나오는 갼달프조차 존경하는 현자였다. 그는 도를 닦을만큼 닦아 엄청난 힘을 지녔다. 하지만 결국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사우론의 꼭두각시가 되고만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이 눈 앞의 절대반지를 보고는 절대반지를 손에 쥐려는 탐욕에 눈이 뒤짚히고 마는 것을 보면 사루만을 욕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늘 탐욕 앞에서 매순간 조고각하(照顧脚下·발밑을 살핌)해야하는 존재다. 설사 남들이 현자로 존경하는 사루만일지라도. 사루만처럼 현실적인 힘을 지닌자일수록 그의 탐욕은 역사의 불행이 될 수 밖에 없다. 서구 사회에 미대륙의 발견자라며 ‘성인’으로 영웅시하는 콜룸버스의 예처럼.

  감신대와 이화여대 교수를 지낸 조찬선 목사가 가톨릭과 개신교가 저지른 피의 역사를 고발한 <기독교 죄악사>란 책엔 사루만을 능가하는 살육의 역사가 적나라하게 그려져있다. 처음 미대륙에 와 병들고 추위에 떨던 콜럼버스 일행을 맞은 원주민들은 그들을 구해주고 돌보아주었지만 돌아온 것은 칼 뿐이었다. 콜롬버스 일행은 도착 후 며칠간 안정을 되찾자 원주민촌을 기습 공격해 전 주민을 살해해버렸다. 또 도미니카 섬의 중심부에 있는 하라과 왕국에서도 수차례 죽을 위기에서 구해준 그 나라의 은인들 3000여 명을 만찬에 초청한 콜럼버스는 일시에 불을 놓아 태워죽였다. 불을 피해 밖으로 뛰쳐나오면 콜럼버스의 군인들이 창으로 찔러 죽였다. 도망가다 넘어진 어린애는 칼로 다리를 잘라 버렸다. 이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미신 숭배자라며 원주민들을 무참히 살육했다. 이처럼 죽어간 원주민은 무려 8천만~1억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지구 문명이 이뤄놓은 고귀한 자산인 잉카 문명과 아즈텍 문명을 비롯한 각 마을과 각 섬들의 아름다운 전통들이 샅샅이 파괴되어버렸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채 인디언 세계를 말살하듯 모든 것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려는 ‘근본주의’적 전쟁에 맞서는 인간들과 엘프(요정)들의 힘겨운 싸움은 눈물겹다. 근본주의적 욕망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이들의 연합으로 두개의 탑은 결국 무너진다. 욕망을 이겨낸 붓다의 ‘바른 깨달음’의 순간, 마왕의 세계가 무너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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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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