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포정이 터득한 양생의 도란

휴심정 2017. 03. 23
조회수 2506 추천수 0


 백정 포정이 문혜군을 위해 소를 잡습니다. 손으로는 잡고, 어깨로 받치고, 발로 밟고, 무릎으로 누르면서 칼질을 하니 뼈 발라지는 소리와 함께 고기 썰리는 소리가 음률에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마치 상림(은나라 탕왕 때의 노래)의 무악에도 합치하고 경수(요 임금 때의 노래)의 음절에도 잘 어우러진 듯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문혜군이 말합니다.

 "아! 훌륭하구나! 기술이 어떻게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포정이 칼을 놓고 대답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도(道)랍니다. 기술보다 훨씬 앞서죠.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 보이는 것은 온통 소뿐이었죠. 그러다가 3년이 지난 후에는 소 전체를 본 적이 없었고, 요즘에는 정ㅅ니으로 대할 뿐 눈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감각기관의 활동을 멈추고 오직 정신만을 운용하는 거죠. 소 몸체가 부여받은 자연스런 이치에 따라 칼질을 합니다. 근육의 틈새를 젖혀 열거나 뼈와 관절의 빈 곳에 칼을 쓰는 일은 소 본연의 생김새를 따르기 때문에 지금껏 힘줄이나 근육을 베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큰 뼈야 방해가 되겠습니까!"


 솜씨 좋은 백정은 일 년 만에 칼을 바꿉니다. 힘줄이나 근육을 베기 때문이죠. 보통의 백정은 한 달 만에 칼을 바꿉니다. 무리하게 뼈를 자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지금 제 칼을 십구 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동안 소 수천 마리를 잡았지만 칼날은 막 숫돌에서 갈아낸 듯 예리합니다. 소의 관절은 틈새가 있고 예리한 칼날은 두께가 얇습니다. 그러니 얇은 칼날을 틈새에 넣으면 칼 놀리기에도 넓고 넓어 여유마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 칼은 십구 년을 사용했는데도 막 숫돌에서 갈아낸 듯 예리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힘줄과 뼈가 엉겨 있는 곳을 만나면 자칫 난관에 봉착함을 알기에 긴장하며 조심합니다. 눈길을 멈추고 손놀림을 천천히 하죠. 그러면 칼놀림은 아주 미묘해집니다. 어느 순간 살이 뼈에서 떨썩하고 해체되는데, 커다른 흙덩이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와 같습니다. 그러면 저는 칼을 들고 일어나 둘어본 뒤 머뭇거리다 마음이 흐뭇해지면 칼을 씻어 잘 보관합니다."


 문혜군이 포정의 말을 듣곤 감탄합니다.

 "훌륭하구나! 나는 포정의 말을 듣고서 생명력을 기르는 양생의 도를 터득했노라."


 <내 안의 나를 깨우는 장자-내편>(장자 지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펴냄)에서


 최상용
언론계 기자로 활동하다가 동양학의 깊이에 매력을 느껴 기공(氣功

)학으로 석사를, 기(氣)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를 체득하기 위해 참선, 명상, 도인법 등을 수련했다. 동양학의 과학적 접근을 위해 서울대학교 한의물리학교실에서 인체의 경락, 바이오포톤, 생체자기장, 생체에너지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현재 인문기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대학 및 대학원, 기업, 사회단체 등에서 동양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브레인 한자>, <브레인 급수한자>, <인문고사성어집>, <하루3분 수명혁명>, <한자실력이 국어실력이다>, <한자 실력이 사회 실력이다>, <한자 실력이 과학 실력이다> 등이 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이남곡이 말하는 지천명이란이남곡이 말하는 지천명이란

    조현 | 2017. 05. 01

    자기와 다른 것을 공격하는 것은 해로울 뿐

  • 내 마음이 지옥일때내 마음이 지옥일때

    휴심정 | 2017. 04. 05

    괜히 견디지 마세요

  • <끙끙 앓는 하나님>

    휴심정 | 2017. 03. 28

    사랑을 주어도 받을 이 없다는 것을 외로워하셨던 것이다.

  • 상실에 대하여

    | 2017. 03. 28

    사랑도 영감도 예고 없이 찾아온다.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하지만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으며 그러므로 찾아 나설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마침내 당도했을 때 우리는 비로서 허기로부터 건져...

  • 파리지앵의 조건파리지앵의 조건

    휴심정 | 2017. 03. 24

    한국에 살면서 손님으로서의 '갑질'에 익숙해져버린 나는 어느 날 빵집에 가서 점원에게 다짜고짜 "바게트 하나, 크루아상 두 개 주세요"라고 말했다. 점원은 나이 지긋한 인도계 여인이었는데 나를 보고 "봉주르!"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렇다. 파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