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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자 넝마공동체 대표 등 다리 밑 주민들이 생활하는 컨테이너집에 ‘인생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인가’라고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강남구청, 영동5교 밑 철거통보
27년전 생겨 3천명에 자립용기
60여명의 주민들 “갈데가 없다”
“시에서 집·작업장 지원해줬으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영동5교 밑에는 컨테이너 16개와 고물 더미가 있다. 60여명의 주민들이 컨테이너를 집 삼아 생활하며 새벽마다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를 돌며 헌옷과 고물을 모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넝마공동체’. 빈민운동가 윤팔병(71)씨가 지난 1986년 노숙인들이 넝마주이로 자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공동체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7㎞ 떨어진 절에서 물을 길어오고, 구덩이를 파서 만든 간이화장실을 쓰는 형편이지만 주민들은 “이곳에서는 없이 산다고 멸시받지 않고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7년 동안 이곳에서 홀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얻어 나간 사람들이 3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5일 넝마공동체를 찾아가보니, 이곳 주민 30여명이 일을 나가지 않고 고물 더미 옆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강남구청이 지난 7월18일 철거통보를 해서 언제 집행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벽에는 ‘영동5교 하부 불법시설물 대집행 계고’라는 제목의 큼지막한 계고장이 붙어 있었다. 계고장에는 “선진시민의식 정착을 위해 불법 시설물 일체 정비와 관련, 8월10일까지 정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주민들은 “언제 철거용역들이 들어올지 몰라 일도 못나가고 컨테이너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60·여성)씨는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사업이 망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알거지가 됐다”며 “이곳에서 마지막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엔 강남구청이 보낸 용역직원 10명이 컨테이너를 철거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다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용역직원들이 돌아간 뒤 한 주민이 컨테이너 위에 써붙인 팻말을 가리키며 눈물을 끌썽였다. 팻말에는 “인생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인가”라고 적혀 있었다.

강남구청은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교량관리과에서 다리 밑 화재위험이 많아 넝마공동체를 철거해달라고 계속 요청해왔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학생들이 통학하는 데 넝마공동체가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넝마공동체 주민들은 다리 밑을 떠나는 대신 함께 살 수 있는 집과 넝마주이를 계속할 수 있는 작업장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아직까지 시원한 대답을 주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이 상임이사를 지낸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를 지낸 윤팔병씨는 “노숙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자활공동체는 철거할 대상이 아니라 서울시가 육성하고 장려해야 할 대상”이라며 “박 시장에게 서울시의 남는 자투리 땅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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