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명 청년들의 ‘마음 출가’
청년출가학교 9일 회향…멘토링 사업으로 지속
» 청년출가학교가 9일 8박9일간의 일정을 회향했다. 회향식에서 소감을 말하는 참가자.
“출가학교는 제 인생을 바꿔준 극점(極點)입니다. 오기 전 아픔이 많았는데, 그 덕분에 여기 올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알게 돼 아픔마저도 고마워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제 삶의 주인이 되어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개최한 청년출가학교가 해남 미황사에서 41명의 ‘마음 출가자’를 양성하고 9일 회향했다.
청년출가학교는 종단 차원으로 처음 열린 출가자 양성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실제 272명의 지원자가 몰려 청년들의 출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으며, 이 중 41명이 선발돼 8박9일간의 일정에 참여했다.
20대 청년들 “나는 누구인가?”
참가자는 남 행자가 19명, 여 행자가 22명이다. 전체 지원자 중 남자가 87명, 여자가 185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여 행자들이 2배 가까이 높은 경쟁률을 통과한 셈이다. 40대 손서연씨는 1주일 전 미황사에 내려와 봉사활동을 하며 입교를 허락 받았고, 선발에 탈락했던 가하린씨는 자원봉사자로 출가학교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대학생이 30명으로 주를 이뤘고 대학원생과 공무원, 간호사도 있었다. 종교는 불교가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톨릭 2명, 개신교 1명, 무교 1명 순이었다.
지원서를 살펴보면 이들이 출가학교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출가’ 보다는 ‘삶에 대한 고민과 회의’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20대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가족관계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어려움이 주를 이뤘고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존재론적 고민도 뒤따랐다. 출가를 결심하고 ‘이 길이 바른 길인지’ 점검하고 싶은 참가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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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둠별로 진행되는 차담과 대화시간. 사진제공=조계종 교육원 | ||
휴대전화 안녕~ 머리카락도 싹둑
입재식이 열린 1일. 참가자들은 청규를 지키겠다는 다짐서에 사인을 하고 회색 법복으로 갈아입었다. ‘내 몸의 일부’인 휴대전화와 지갑도 반납했다. 지도법사 금강스님(미황사 주지)의 지도로 합장과 절하는 법 같은 사찰예절을 익혔다. 이어 열린 고불식에선 행자들 모두 머리카락을 조금씩 잘라 봉투에 넣은 후 부처님 전에 올렸다. 오계를 지키겠다는 수계의식을 치른 후에야 비로소 ‘행자’로 거듭났다.
새벽 4시. 도량석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행자들은 새벽예불 후 108배와 참선을 하고 죽으로 아침공양을 한다. 각자 맡은 소임지를 청소하고 잡초를 뽑거나 감자를 캐는 공동 울력에도 참가한다. 감자를 처음 캐보는 청춘들이 수두룩하다. 오전 8시. 스님들과 조를 이뤄 차담을 하며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고 개인적인 고민도 털어놓는다.
매일 오전 9시면 본격적인 강의와 법담이 이어진다. 용타스님과 도법스님, 자현스님, 헤민스님, 조성택 교수, 고미숙 씨가 교수사로 나섰다. ‘법담’이라고 불린 이 시간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평소 가슴 속에 묻어뒀던 의문과 고민을 서슴없이 내 놓는 대화와 토론의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법담을 “나를 송두리째 흔드는 느낌(조승아)”이자 “내 생애 가장 지적이고 감성적인 시간(임지환)”이라고 평가했다.
휴식시간에는 개별 상담이 진행됐다. 지도법사 스님 중 상담을 받고 싶은 스님을 지정해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는 시간.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심드렁하던 한 행자는 상담 시간 내내 눈물을 흘렸다. 친구와 가족처럼 가까운 이들에겐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던 상처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스님들은 그저 들어주고 손 잡아주고 안아주었을 뿐인데 행자들은 위안을 받는다.
저녁 시간에는 요가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채소주스와 감자, 고구마 등의 약식으로 공양을 한다. 이어 스님들과의 즉문즉답 혹은 사불ㆍ사경 수행법을 익히는 시간을 가진 후 수행록을 작성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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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의 달마산 산행. 자연은 무엇보다 소중한 치유제였다. 사진제공=조계종 교육원 | ||
자연ㆍ도반ㆍ스승이 나를 바꾸었다
8~9일은 언론에 출가학교 일정이 공개된 ‘미디어데이’였다. 참가자들은 기자들에게 한결같이 “내가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무엇이 바뀌었냐는 질문엔 “사람의 따듯함을 배웠다(조재민)” “존재만으로도 살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김나영)” “삶을 살아갈 자신감을 얻게 됐다(문세희)”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됐다(박민지)” “부족한 것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이종찬)”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무엇이 이들을 바꾸어 놓은 것일까? 참가자들은 자연과 도반 그리고 스승을 꼽았다. 미황사를 품은 달마산의 맑은 물과 공기, 빗소리와 새소리. 자연은 무엇보다 훌륭한 치료제였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도반들도 큰 힘이 됐다. 내 말에 귀 기울여 주고 함께 울고 웃어준 도반들이 있었기에 8박9일간의 일정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것은 스승이다. 말없이 등을 도닥이고 눈물을 닦아준 스승.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 일러주고 “현재에 집중해서 살면 과거와 미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 스승. 교육학 전공자에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서원을, 공무원에게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밝히겠다”는 서원을 세우게 해 준 스승이 없었다면 참가자들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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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가학교 7일째에 열린 도법스님의 법담시간. 사진제공=조계종 교육원 | ||
출가학교 ‘청년멘토링사업’으로 지속
처음, 출가자 양성이라는 목적으로 시작된 출가학교는 청년들에게 불교란 무엇이고 출가자의 길이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해냈다. 좌절하고 주저앉으려는 청춘들에게 손을 잡아주고 용기를 줬다.
‘청년출가학교’의 고민 또한 여기서 시작된다. 학교장 법인스님은 출가학교가 ‘출가자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 아닌 ‘불교적 가치와 제3의 길을 찾는 청년운동’이라고 새롭게 규정했다.
스님은 “청년들이 사찰에 가기 어렵고, 스님을 만나기 어렵고, 삶의 지침을 얻기는 더욱 어렵다. 종단이 우리 사회 청년들의 아픈 현실에 주목하고 정신적 위안과 힘을 주어야 한다. 출가정신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새로운 삶의 대안으로서 출가정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년출가학교를 ‘청년멘토링사업’으로 이어나가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청년출가학교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좌담회도 열 계획이다. 청년멘토링사업과 출가예비학교를 분리 개최하거나 심화 과정을 개설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한편, 청년출가학교 참가자들 중 2명은 이미 출가 날짜를 확정했다. 회향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또 다른 참가자 3명이 출가의사를 밝혔다. 방식이야 어떻든 ‘위대한 도약을 위한 작은 한걸음’이 시작된 셈이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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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휴심정 벗님매체인 <불교포커스 http://www.bulgyofocus.net>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