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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신앙에서 수행으로 불교도 바뀌어야”

이길우 2016. 10. 26
조회수 13904 추천수 0
참선·명상 생활화 앞장선 혜거 스님

q1.jpg
 
   베타파, 전전두피질, 호르몬…
 현대 의학용어 섞어 알기 쉽게 설명
 대학 연구팀의 사례도 들어
 
 “깊은 호흡을 하면서 명상하면
 몸속 산소량 늘지만 소비량은 줄어
 뇌 활발해져 머리 팽팽 잘 돌아가”
 
 신앙 성취감은 타력에 의한 것일 뿐
 몸으로 하는 수행이 진정한 성취
 이것이 스님이 속세로 파고든 이유
 
 참선하면 온갖 잡념이 들지만
 두려워 말고 알아차리면 사라져
  
 가부좌 자세로 갓난애처럼 배호흡
 시선 흩어지면 명상이 망상 될 수도



우선 왜 짜증이 나는지를 물었다. 그는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강백(경전 강의에 뛰어난 스님)이다. 또 참선 명상의 생활화에 앞장선 지 오래다. 그의 불경 강의엔 평일에도 수백명이 몰린다. 지난 30년 동안 그에게 불경과 참선 명상을 배운 이가 3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지난 21일 서울 개포동 금강선원에서 혜거 스님(72)을 만났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파가 강한 베타파로 바뀝니다. 뇌에선 ‘분노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기 시작하죠.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흥분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며 짜증이 납니다.”
 혜거 스님은 불경의 틀을 벗어나 현대 의학 용어를 써 설명한다. 이해가 쉽다.
 “그럼 왜 참선과 명상을 하면 그런 짜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사람들이 묻는다.
 “심력이 강하게 됩니다.” 스님이 답한다.
 “심력이란 단어는 추상적입니다.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질문은 이어진다.
 
  한국 불교계 대표적인 강백
 혜거 스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다. “심력이 강하다는 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부정적인 자극에 잘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지켜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곤 ‘전전두피질’이라는 의학용어를 설명한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연구팀이 오랫동안 명상 수행을 해온 티베트 승려 175명의 뇌를 연구하니 그들의 왼쪽 전전두피질이 오른쪽 전전두피질보다 활성화된 것을 발견했어요.”
 ‘전전두피질’은 인간 두뇌의 약 30%을 차지하는데, 침팬지의 11%, 개의 7%에 비해 월등히 많다. 전전두피질은 생각하고, 계획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등 주요 사고 과정을 담당한다. 스님의 설명은 계속된다.
  “왼쪽 전전두피질은 행복이나 기쁨, 열정을, 오른쪽 전전두피질은 불행과 고통, 긴장,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을 주재합니다. 오랜 명상을 한 티베트 승려들은 왼쪽 전전두피질이 오른쪽 전전두피질보다 커, 웬만해서는 기분 나빠하지도, 화를 내지도, 상처를 받지도 않을 수 있는 거죠.”
 티베트 승려와 일반인들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물었다.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잠깐잠깐 참선과 명상을 하더라도 왼쪽 전전두피질이 발달할까요?”
 스님은 즉시 대답한다. “이 대학 연구팀이 이번엔 전문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하루 40분씩 짧게는 두 달, 길게는 1년 동안 명상을 하게 한 뒤 검사해보니 이들의 왼쪽 전전두피질이 0.1~0.2㎜ 더 두꺼워진 것을 발견했어요. 참선과 명상은 단순히 기분의 변화뿐 아니라 실제로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고 크기가 달라지게 한 것입니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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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친김에 조금 더 질문했다. “참선과 명상을 하면 집중력이 커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상 초입에서 확 피어오르는 잡념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에 이르곤 한다.
 스님은 특유의 논리적인 설명을 시작한다. “명상을 하면 우리 몸의 산소 소비량이 20~70% 줄어듭니다. 육체적 움직임이 없어 심장 박동이 줄고, 피의 흐름이 늦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몸속 산소량은 늘어납니다. 명상을 하는 동안 깊은 호흡을 하기 때문이죠.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산소량도 늘어납니다. 뇌의 무게는 우리 몸의 약 2%를 차지하지만 몸속 산소의 20% 이상을 씁니다. 뇌는 기회만 되면 질 좋은 산소를 받아들이려고 애를 씁니다. 명상을 해서 몸속 산소량이 많아지면 뇌가 쓸 수 있는 산소량이 많아지고, 뇌 기능이 활발해집니다. 뇌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뇌 속의 혈류량이 늘어나는 것이고, 이는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것이 명상의 힘입니다.” 그리고 “학습기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뇌의 회백질이 부족하거나 손상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명상은 회백질을 활성화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1988년 아파트 상가건물에 선원 열어
 스님은 지난 1988년 서울 개포동에 금강선원을 세웠다. 아파트 상가건물에 자리했다. 그의 불경 강의와 참선 강의는 부드럽고 친절하고, 깊이가 있다고 소문나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혜거 스님은 고우 스님(79·조계종 원로의원), 대원 스님(75·학림사 조실), 무비 스님(73·전 조계종 교육원장) 등과 함께 나이 먹고도 불경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이로 꼽힌다. 출가 전 어린 시절부터 한학을 익혔고, 은사인 탄허 스님에게 직접 경전을 배웠다.
 그런 선승이 속세에서 불경과 좌선 명상을 가르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불교는 이제 신앙불교에서 수행불교로 바뀌어야 합니다. 신앙에서 얻는 성취감은 타력에 의한 성취이고 수행에서 얻는 성취감이 진정한 성취입니다.” 수행은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세로 파고들었다고 한다.
  “명상에 들면 잡념이 많이 생깁니다. 비정상인가요?”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참선을 하면 뇌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잡념이 듭니다. 옛 선인들은 잡념을 두려워하지 말고, 깨달음이 더딘 것을 걱정하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잡념을 어찌 없앨까? 스님은 명쾌하게 답변한다. “생각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한가지 잡념이 떠오르면 ‘아! 내가 잡념을 하고 있구나’라고 깨닫고 얼른 그 잡념에서 빠져나오면 됩니다. 일어난 생각을 곧바로 알아차리면 그 생각은 곧 사라집니다. 잡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순간 멈추어 잡념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면 됩니다.”
 
 한번 숨쉬는데 15초가량 걸리게
 q3.jpg거 스님은 참선 명상은 자세와 시선, 호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쪽 발을 다른 쪽 허벅지에 올려놓고 두 손을 단전 앞에 모으는 반가부좌를 추천한다. 다리가 저리면 푹신푹신한 방석에 앉아 하는 것도 권장한다. 시선이 흩어지면 정신도 흩어져 명상이 아닌 망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선 집중표를 보여준다. 앉은 자리에서 60~80㎝ 앞에 놓고 주시하라는 것이다. “집중표의 한가운데 동그라미를 오랫동안 응시하면 하얀 동그라미가 빛나는 것을 경험합니다. 꿈틀거리기도 합니다. 더 강한 집중 상태가 되면 주위는 사라지고 하얀 동그라미만 남아 점점 커집니다. 그 안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호흡은 배호흡을 하라고 한다. 갓난아이가 하는 호흡이다. “일반적인 흉식호흡은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데 4~6초입니다. 숨을 들이쉴 때 배 밑까지 공기로 빵빵하게 채워지게 천천히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세요. 한번 숨쉬는 데 15초가량 걸리게. 그럼 두뇌에 산소가 많이 투입되면서 뇌 활동이 금방 활발해집니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방법이 떠오릅니다. 바로 이것이 명상 참선의 힘입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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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아직도 깊은 산속 어딘가에 도인이 있다고 믿고 언젠가는 그런 스승을 모시고 살고 싶어한다. 이소룡에 반해 무예의 매력에 빠져 각종 전통 무술과 무예를 익히고 있고, 전국의 무술 고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과 몸짓을 배우며 기록해왔다. 몸 수련을 통해 건강을 찾고 지키며 정신과 몸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동참했고, 베이징 초대 특파원과 스포츠부장, 온라인 부국장을 거쳐 현재는 종교 담당 선임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다.
이메일 :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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