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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

황창연 신부 2016. 11. 22
조회수 8522 추천수 0
나보다 나를 더 잘 볼 수 있는 사람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정확히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남의 눈에 있는 티를 볼 생각하지 말고 자기 눈에 있는 들보나 찾아내라고 하셨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대표적인 명언도 ‘너 자신을 알라!’입니다. 이를 조금 고급스러운 단어로 정리하면 ‘자기성찰’이라고 하겠습니다. 곁에서 애정 어린 조언과 따끔한 충고 속에 나를 지켜봐주는 동반자가 있다면 자기 성찰이 좀 더 쉬워집니다.

스킨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저는 기회가 되면 공기통을 메고 바다로 풍덩 뛰어듭니다. 바닷속이라고 하면 대개 음습한 암흑세계로 알지만, 실제로는 지상보다 훨씬 화려합니다. 형형색색의 생물들과 크고 작은 물고기 떼를 보는 것만으로 답답한 기분이 풀리고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05326533_P_0.JPG » 스쿠버다이빙. 한겨레 자료 사진.
바다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의 동반자를 ‘버디(buddy)’라고 부르는데, 바닷속을 동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 밖에도 물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잠수복을 입어야 하고, 후드를 쓰고 오리발을 신고, 호흡기를 입에 물고 20킬로그램짜리 공기통도 메고, 수경도 써야 합니다. 이렇게 장비를 다 갖추고 물속에 들어가면 딱 수경 앞만 보입니다.

처음 다이빙을 하는 사람은 좁은 시야에 수압도 느껴지고 낯선 환경에 긴장을 해서 호흡이 빨라집니다. 30분 남짓 사용해야 할 공기통을 너무 빨리 써서 10분도 채 안 되어 호흡이 답답해 물 위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큰 바다로 나가서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하다 보면 가끔 오래전에 추락한 비행기나 침몰선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다이버들은 호기심이 발동해서 용기를 내어 접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공간일수록 변수가 많습니다. 다이버 등 뒤에 연결된 수많은 선들이 어디에 어떻게 걸렸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바닷속 20미터에서 그런 상황에 직면하면 숨은 가빠지고,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눈앞이 캄캄해지며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이때 섣불리 움직였다가 호흡기가 조금이라도 벗겨진다면 당장 폐가 수축하여 생명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이럴 때 버디가 함께 있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에 걸리면 버디가 칼로 끊어주면 되고, 공기가 부족하면 자기 공기통을 나눠 쓰면 됩니다.

제 눈에는 스킨스쿠버다이빙과 세상살이가 똑같습니다. 혼자 잘났다고 인생이라는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가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큰일입니다. 내가 어디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지,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혼자서는 알 수 없지만 곁에 누군가 있어 ‘지금 무엇이 잘못되어 있다’는 말을 해주면 살길이 보입니다. 영혼의 동반자와 손잡고 걸어가는 사람과 독불장군으로 혼자 잘났다며 인생길을 달려가는 사람의 차이는 보나마나 뻔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는 영혼의 동반자가 있습니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사람 사귀기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해줍니다.
05471661_P_0.JPG » 어린왕자. 한겨레 자료 이미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신이 만약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이런 충고를 전하고 싶습니다.
“나를 비쳐줄 거울 같은 친구를 만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나 자신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모임에 나가고, 동호회에 가입하고, 함께 단체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매일매일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혼자 집 안에 들어앉아 누군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밖에 나가 활동을 하면서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부끄럽고 아픈 상처까지도 보여줘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내가 먼저 다가가 가슴을 활짝 연다면 누구라도 슬그머니 자기를 내려놓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제가 강원도 평창에 생태마을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주위사람들의 반대가 아주 심했습니다. 하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니 응원 반 걱정 반으로 염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교님께서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황 신부, 누가 강원도 두메산골 그 외진 곳까지 찾아가겠습니까?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지었다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대책이라도 있습니까?”

생태마을을 만들고 16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찾아오시는 분들이 매년 수만 명에 달할 만큼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교님들이 생태마을에 오시면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시며 이렇게 묻습니다.
“아니, 황 신부. 이곳을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솔직히 이곳을 만들어놓고 처음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준비하고 기도하면서 진심을 전하면 주님께서 반드시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생태마을에서 청국장가루와 된장, 김장김치를 만들면 수원교구의 신부님들에게 보냈습니다. 수원교구에는 신부님들이 500명 정도 계시는데, 이분들에게 단순히 농산물만 보내지 않고 편지도 함께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신부님, 평창 생태마을에서 농약을 치지 않고 정성껏 기른 농산물을 신부님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보냅니다.”

이분들에게 농산물을 일일이 챙겨드리려면 큰돈이 들지만 전혀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신부님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열어 보이니 신부님들도 제 마음을 알아주었습니다. 농산물과 편지를 받은 신부님들이 교우들과 함께 찾아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부님의 소개로 찾아왔다는 분도 나타나시고, 교우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 여기저기서 종교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일반인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분들 모두의 힘으로 오늘의 생태마을이 만들어졌습니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당신도 인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영혼의 동반자를 찾으십시오. 내 삶을 껴안듯이 다른 이들의 삶도 껴안을 줄 알게 되면 예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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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연 신부
1992년 수원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현재 ‘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생태마을 같은 친환경 농촌마을을 국내에 40군데, 지구촌에 40군데 건설하는 것이 꿈이다. 저서로 <사는 맛 사는 멋>,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등이 있으며, 최근 행복 공감 에세이 <삶 껴안기>를 출간했다.
이메일 : hcy25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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