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학생 부모 교사가 서로 배우는 산골학교

최철호 2017. 09. 14
조회수 5415 추천수 1


-삼일학림.jpg » 강원도 홍천 밝은누리의 삼일학림 교육 모습


삼일학림은 고등 대학 통합과정으로 이뤄진 배움터다. 청소년, 청년, 교사, 부모가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배움 숲인 학림이다. 과학, 수학 등 다른 과목 교사와 부모, 청소년이 함께 철학을 공부하고 몸과 마음을 닦는다. 하늘땅살이(농사)와 집짓기를 함께 배우는 동료 학생이 된다. 역량이 있으면, 청소년이 가르치기도 한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는지 신기했어요. 내용이 좀 어려웠는데, 질문하고 토론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어요.” “어른들도 우리처럼 어려워하는 게 재밌고 자신감도 생겨요.” ‘현대과학과 철학’ 수업을 마치고 청소년 학생들이 나눈 얘기다. 함께 공부한 어른들은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청소년들이 새로운 관념을 더 잘 흡수하는 게 놀라웠어요. 기존 삶에 익숙한 우리보다 더 잘 배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밝은누리는 서울 인수마을에 어린이집과 마을초등학교, 강원도 홍천에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에서 함께 가르치고 배운다. 홍천에서는 초등대안학교를 하지 않고, 폐교 위기에 있던 작은 학교를 살리며 공부한다. 교육청과 함께 ‘온마을 배움터’를 만들어 가르친다. 마을공동체를 토대로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어우러지는 교육이다.


 삼일학림은 교과 선택 학점제로 운영한다. 철학수신, 마음 닦기, 역사, 하늘땅살이(농사), 집짓기, 생활기술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역량을 익히는 게 필수과목이다. 수학, 과학, 다른 나라 말글, 검정고시 등은 선택과목이다. 원하는 때, 주체적으로 선택하기에 수학을 포기한 채 왔던 학생이 몇 일간 하루 종일 수학만 공부하는 집중학습에 참여하기도 한다. 자기를 다시 발견하는 사건이다. 원하는 과목을 요청하거나, 스스로 기획해 공부할 수도 있다. 운동에 열심인 학생은 몸에 대한 관심을 확장해 동의보감, 침구학을 자율과목으로 설정해 공부한다. 악기를 배우거나 노래 만드는 걸 자율과목으로 신청해 공부하기도 한다.


 직장생활하며 주말에 학림에서 가르치고 공부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주로 휴가 내고 연구발표를 준비할 정도로 열심이다. 공학 기술자인 친구가 학림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철학을 배우며 숨겨진 인문학 역량을 발견한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영어를 가르치고, 철학수신과 마음 닦기를 배운다.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는 청년이 학림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철학수신과 마음 닦기, 하늘땅살이(농사)를 배운다. 신학과 철학을 관념으로만 공부하며 살던 이들이 머리 쓰는 일을 내려놓고, 밭일과 집짓기를 배우며 철학을 몸으로 다시 익힌다. 


 강원도 산골마을이 노동과 기도, 쉼이 어우러지는 배움 숲이 된다. 생명평화, 생태, 서로 살림이라는 가치가 실제 삶에서 무기력하고 공허한 관념이 되지 않으려면, 관념을 현실화 시키는 교사와 부모의 삶이 중요하다. 삶은 관념을 검증하고 살아있게 하는 힘이다. 새로운 교육은 더불어 사는 새로운 삶을 토대로 할 때, 살아있는 교육이 된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철호
1991년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삶을 살고자 ´밝은누리´ 공동체를 세웠다·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 마을공동체를 세워 농촌과 도시가 서로 살리는 삶을 산다· 남과 북이 더불어 사는 동북아 생명평화공동체를 앞당겨 살며 기도한다· 청소년 청년 젊은 목사들을 교육하고 함께 동지로 세워져 가는 일을 즐기며 힘쓴다.
이메일 : suyuho@hanmail.net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집단무의식이 물들이는 일상의 ‘폭력’집단무의식이 물들이는 일상의 ‘폭력’

    최철호 | 2018. 05. 29

    최근 이뤄지는 동북아 평화 만들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다. 반전 지점마다 그동안 상대를 일방적 악으로 규정했던 적대의식과 감성에 균열이 생긴다. 역사가 새 시대를 살아갈 인식능력과 정서를 훈련시키는 듯하다.왜곡된 정서와 관습은 집단...

  • 아이와 학교 없인 마을도 없다아이와 학교 없인 마을도 없다

    최철호 | 2018. 05. 03

    마을은 자라는 아이들 없이 생존 할 수 없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 제주4·3 아픔 위에 뜬 쌍무지개제주4·3 아픔 위에 뜬 쌍무지개

    최철호 | 2018. 04. 04

    제주 토박이로 유기농 감귤농장을 하는 분에게도 강요된 침묵이 깊은 상처와 불신으로 남아 있었다

  • 돈안들고 끝내주는 결혼식돈안들고 끝내주는 결혼식

    최철호 | 2018. 03. 09

    얘기는 잘되었는데,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었다. 허깨비와 싸운 느낌이었다.

  • 몸살 앓으며 버린 꼰대의식몸살 앓으며 버린 꼰대의식

    최철호 | 2018. 02. 09

    옛 삶에 길들여진 말과 무의식이 새 삶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