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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의미있게 만들기

홍동완 2017. 11. 10
조회수 3281 추천수 0


-3난로.jpg  


겨울이 되면 더욱 따뜻함과 친해지고 싶어집니다. 공동체에는 나무 난로가 있습니다. 수시로 불을 피워야 합니다. 난로에 불을 피우려면 처음에는 두꺼운 종이를 여러 조각내어 불을 피우고 그 위에 잔가지들을 올려 놓습니다. 어느 정도 불이 올라오면 장작에 불을 붙이면 됩니다. 불을 피우는데 잔가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잔가지는 종이와 통나무 사이에서 불이 옮겨 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종이만 가지고 장작에 불을 붙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나무 난로를 피워야 하기에 자연히 잔가지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잔가지가 있으면 호주머니에 넣고 와서 난로에 사용할 생각을 합니다. 잔가지가 눈에 잘 띄는 이유는 그것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통나무가 탈 때는 크고 둔탁한 소리가 나지만 잔가지가 탈 때는 빠르고 요란한 소리가 납니다. 라벨(Joseph Mourice Ravel)의 “볼레로(Bolero)”에서 관현악기의 연주가 메인이지만 만약 타악기의 소리가 없다면 “볼레로”는 더 이상 볼레로일 수 없을 것입니다. 나무 타는 소리를 듣노라면 라벨의 “볼레로”의 타악기 연주 그 이상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볼레로”에서 타악기가 빠지면 연주가 될수 없는 것처럼 나무 타는 난로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게 하는 잔가지들의 아름다운 리듬이 없다면 썰렁하고 손 시립게 만드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의미(意味)! 의미라는 한자어가 의미 있습니다. 의(意)는 ‘뜻의’입니다. 이것을 다시 풀면 ‘소리 음(音)’과 ‘마음 심(心)’이 합쳐진 말입니다. 의(意)라는 것은 마음 속 깊은 곳의 소리입니다. 입에서 나오는 음성으로 된 소리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미(味)입니다. ‘맛 미(味)’인 미(味)는 ‘입 구(口)’와 ‘아직 미(未)’가 합쳐져서 된 말입니다. 미(味)는 아직 입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맛인지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만으로는 온전한 맛을 알 수 없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맛이 그 속에는 있습니다. 그래서 의미(意味)라는 뜻은 나타난 말 혹은 현상 속에 있는 참뜻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의미라는 글자에 대해서 늘어 놓아 보았습니다.

 

 아가(雅歌)서 2장 1~2절에는 시골뜨기 처녀인 술람미 여자와 솔로몬 왕과의 대화가 나옵니다. 1절에서 술람미 여자가 말합니다. “나는 사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사론 평야에는 수선화, 들장미와 같은 야생화가 만발했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으로 볼때 술람미 여자의 말은 자신은 아름다운 수선화와 같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매우 평범한 여자라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공동번역 성경에서는 이 부분을 문법적으로 직역하여 “나는 고작 사론에 핀 수선화, 산골짜기들에 핀 나리꽃이랍니다.”라고 했습니다. 2절은 이것에 대해 솔로몬 왕은 다음과 같이 화답합니다. “여자들 중에 내 사랑은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도다.” 가시나무가 복수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시나무들 가운데 백합화 같도다.”입니다. 술람미 여자는 자신을 사론 평야와 많은 산골짜기들 가운데 무수히 피어 있는 수선화 혹은 들장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솔로몬 왕은 다른 여자들을 가시덤불로 본 반면에 술람미 여자에게는 의미를 부여해서 백합화로 보았습니다. 의미를 부여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릅니다.

 

 주님이 저에게 오셔서 의미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났고 새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눈에 보는 것, 손에 닿는 것마다 의미를 부여해 보세요. 그러면 생명의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저도 마른 잔가지였었는데 주님이 의미를 부여해 주셔서 마른 잔가지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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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완
강원도 홍천 산골마을 도심리에 2002년 들어갔다. 들풀 같은 농부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서로 <들풀 위에 깃든 사랑>이 있다.
이메일 : gwmfish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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