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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뛰어내리지마요

홍동완 2018. 01. 03
조회수 444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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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근처에 있는 주유소에 기름을 넣기 위해 들렀습니다. 진달래꽃과 같은 아가씨가 나왔습니다. 주유 호스가 좀 무거운 듯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자동차로 다가왔습니다. 카드로 결제하고 주인아저씨도 만날 겸 일부러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저씨는 탁자 위에 신문지를 깔고 김치찌개와 밑반찬 대여섯 개를 늘어놓고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아가씨인데 누구예요?” “제 딸년입니다. 제가 몸이 아파서……. 서울에서 와서 저의 일을 거들고 있습니다.”


주유소 아저씨는 간암으로 투병 중에 있습니다. 쉽게 피곤해 하고 얼굴은 언제나 검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엷은 미소를 띠면서 말하지만 그의 목소리와 얼굴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얼마 전 공동체에 도로 보수 공사를 위해 포클레인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포클레인 기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상처로 수놓아져 있는 그의 과거를 들었습니다. 전 부인과는 이혼했고 지금은 재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아들이 하나 있고 매달 그에게 생활비를 보내 준다고 합니다. 말하는 도중에 삶이 매우 못마땅하다는 듯이 가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제 아내는 교회 다니는 여자였어요.”“교회 다녀도 별로던데요.”그는 교회 다녀도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는 뜻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교회 다니면서 신앙을 가져보라는 권면을 미리 차단하는 듯 했습니다. 


주변 농촌 사람들의 얼굴은 지쳐 있고 침울해 있습니다. 농부들의 눈동자에서 순박함은 찾을 수 없고 ‘인생은 다 그런 거야, 별거 있겠어?’라는 표정만 읽을 수 있을 뿐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살아오면서 수없이 벼랑 끝에 서 왔고 또 벼랑에서 추락하는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수많은 벼랑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저 역시 수없이 벼랑 끝에 서는 경험을 해 왔습니다. 벼랑 끝에서는 앞을 보지 말고 뒤를 봐야 합니다. 벼랑이 높을수록 더욱 그렇게 해야 합니다. 벼랑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귀가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억지로 끌고 갑니다. 그 후에 성전 꼭대기에 세웁니다. “또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눅4:9). 예수님 당시의 성전은 헤롯 성전입니다. 헤롯 성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기드론 골짜기가 보이는 동남쪽인데 높이가 약 30m 됩니다. 마귀는 이곳에서 예수님에게 뛰어내리라고 했습니다. 마귀가 예수님을 시험한 곳은 성벽도 아닌 성전 꼭대기였습니다. 가장 거룩한 곳이 시험 장소가 되었습니다. 천사들이 지켜 줄 것이라고 확실한 보장의 말도 합니다. 우리는 가끔 ‘벼랑 끝에 서는 용기’에 대해서 듣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벼랑 끝에서 지켜 주실 것을 확신하고, 더 나아가 벼랑 끝에서 앞으로 나가든지 혹은 떨어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권면을 듣습니다. 예수님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말은 마귀의 속삭임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예수님은 번지 점프하듯이 멋진 자세로 성전에서 뛰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어떤 천사의 도움이 없이도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은 다치지 않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릴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비록 벼랑 끝에는 서셨지만 뛰어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취하신 태도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시험하지 말고”(신6:16). 이 말씀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시간적으로는 예수님으로부터 약 1500년 전의 일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신 때로 돌아갔습니다. 예수님은 성전 꼭대기에서 30m 아래에 관심을 갖지 않고 과거에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보았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작고 큰 벼랑에 섭니다. 그럴 때마다 뒤를 돌아보고 하나님이 어떻게 삶속에 개입하셨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벼랑 끝에 서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원하지 않는 환경과 사람에 의해 서게 됩니다. 떠밀려서 서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벼랑 끝에 서야 삶의 본질에 대해서 숙고합니다. 이때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왜냐하면 영혼이 정화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벼랑 끝에 서 있습니까? 벼랑 끝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뛰어내리려고 결심하지 마십시오. 만신창이(滿身瘡痍)만 될 뿐입니다. 오히려 수많은 벼랑 끝에서 나에게 행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해 보십시오. 지나온 모든 세월들 돌아보아도 그 어느 것 하나 주의 손길 안 미친 것 전혀 없네 순간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지금 있는 벼랑 끝에도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의 겨드랑이에서 천사의 날개가 돋아나고 있지 않다면 벼랑 끝에서는 뒤를 보십시오. 벼랑 끝에서 내려올 수 있는 길은 앞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뒤쪽에 있습니다. 그 길은 분명히 하나님이 나와 동행했던 길일 것입니다. 벼랑 끝에서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강하고 다급하게 명령하십니다. 

 “뒤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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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완
강원도 홍천 산골마을 도심리에 2002년 들어갔다. 들풀 같은 농부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서로 <들풀 위에 깃든 사랑>이 있다.
이메일 : gwmfish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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