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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일이 당신의 인생이다!

휴심정 2013. 03. 27
조회수 18553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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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ecodong.tistory.com/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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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생학교> 책을 처음 만났을때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하나는 파란 하늘과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계단이 가슴을 펑 뚫어주었다. 평소에 스트레스라는 단어와 나와는 별개이며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책 표지를 보는 순간 그동안 나의 거짓 모습에 속았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조금 과장을 섞어 표현하자면 물에 젖은 솜 무게를 어깨에 매고는 애써 태연한척 살아온 것이다. 표지는 단순히 가슴을 펑 뚫어주는 일차적인 기능을 했다면, 그 안에 담긴 내용들 - 특히 각 장에서 시작하는 16가지 물음들-이 내 안의 나를 들추고 밖으로 끄집어 내는 역할을 했다. 


이 책을 만났을때 느꼈던 또 다른 하나는 '인생학교'라는 다소 답답한 제목이 불만이었다. 무슨 무슨 '학교'라는 말만 들어도 요즘 아이들이 안고 살아가는 답답함이 느껴지고, 또 내가 그렇게 살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이 떠 오를 뿐이다. 물론 재미와 추억이 하나도 없는 깜깜한 지하생활을 한 것만은 아니지만 '학교'라는 이미지가 내게 던지는 불온한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책을 들추어 읽으면서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속도는 김훈의 <남한산성>을 처음 만났을때의 충격같은 것이었다. <남한산성>은 역사에 대한 소설을 간결한 문장으로 어찌 그리도 가슴을 팍팍 울리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스 인생학교>는 마치 함께 옆에서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고, 함께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는 감수성에 놀랐다. <남한산성>이 짧은 글의 묘사를 통해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현장을 표현했다면, <그리스 인생학교>는 함께 성큼 성큼 걷다가도 툭 던지는 철학적 질문에 깊은 사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글들이다. 과거의 오랜 역사를 끄집어 나열한 것이 아니라 살아서 펄떡이는 나의 문제로 바로 갖다 대었다. 피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경쟁과 갈등의 피비린내 나는 삶의 현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들을 쏟아내는데 어떻게든 '변명'이라도 던져가며 스스로를 방어할 수 밖에 없는 살아있는 언어들이었다. 


불교의 옛 선사들이 언어 이전의 언어에 대해서 묻고 답하는 것을 선문답이라고 하듯, 이미 말을 하는 순간 틀린 것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를 이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콱 막혀 깜깜한 절벽에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들때 진정한 화두가 된다고 하듯, <그리스 인생학교>에서 던지는 '지금 여기'에 서 있는 '나'에 대한 질문들은 그런 것들이었다.   


그리스는 '신화'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아득한 나라로만 인식하다가 최근에는 '경제위기'로 젊은이들의 대규모 시위대을 보면서 '먹고 사는' 현실의 땅으로 인식된 것이 전부다. 우리들이 '상식'이라고 하는 많은 것들 가운데 이놈의 '신화'에 대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세계사, 그리스 신화 등은 제껴두고 있었다. 중학교때 세계사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부분적으로 다루는 각 나라의 역사가 하나로 꿰어지지 않으면서 포기하다시피 했던 것이 이유고, 그리스 신화는 그 수많은 신들의 이름이 비슷비슷해서 도저히 읽어 넘어갈 수 없어 포기한 것이 또 하나의 이유다. 오죽했으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다가 포기했겠는가. 이 모든 것이 중고등학교때 일어난 것이니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탓하며 내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변명을 하면서도 끝내 다시 잡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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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인생학교>도 그리스를 담았다고 하니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책을 잡았고, 억지로 반 정도는 읽어야겠다는 '다짐'으로 책을 읽었다. 위에서 말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벌한 '질문'들을 피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대로 얻어 맞으면서 빨려들어갔다. 


각 장의 제목보다 각 장에서 부제로 설정되어 있는 질문들이 나에게는 더 다가왔고, 그 문제를 나는 어떤 식으로 받아내고 있는지 자문자답하면서 함께 걸었다. 언젠가 가만히 사색의 시간이 필요할 때 나도 그 곳을 찾아가보겠노라, 혹시 지금의 저자는 다시 그리스로 갈 생각은 없는것인가? 여기에 담긴 코스대로 '순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눈물흘리며 열광할텐데, 간혹 밤마다 여기에 담긴 그리스의 이야기를 조금씩 흘리듯 들려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하는 등 갖가지 생각들을 하면서 한편으로 부럽고 질투하면서 글을 읽었다. 


저자가 그리스를 순례하면서 스스로에게, 또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여기 그대로 옮겨놓는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이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미칠뻔 했다. 나를 넉다운 시킨 것은 화려한 그리스 신화도 아니고, 아름다운 풍경도 아니었다. 바로 이 질문들이 이 책의 '존재의 이유'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과연 버려야 할 것을 버렸는가?

당신과 내가 편히 쉴 낙원은 어디에 있을까?

자족을 모르는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신들의 질투와 분노는 인간적 욕망의 투사인가?

죽음은 필멸의 고통인가,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인가?

미래의 비밀을 푸는 주인공은 누구인가?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과 훈련을 하고 있는가?

당신은 온전히 당신 자신이었던 적이 있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조르바처럼, 당신도 자유를 위해 삶을 바꿀 용기가 있는가?

삶에 지친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한 적이 있는가?

나를 위해 치유의 손을 내밀어줄 자 누구인가?

그리스도가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우리도 약자를 사랑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가?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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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전문기자와 함께 떠나는 그리스 문명 답사기. 
차라리 그럴듯하게 신부님이나, 목사님, 아니면 특별나게 스님이 안내하면 했지 무슨 '기자 나부랭이'가 기사를 쓸 일이지 그리스 문명을 답사하고 안내를 한단 말인가. 아니면 육하원칙에 맞춰 사건사고를 있는 그대로 나열하듯 리포터정도로 그리스를 스케치하려나. 비아냥거리듯한 첫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은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단언컨대 한국에서 이만큼 그리스를 잘 안내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 찬성만 하지 않을 사람들도 있겠지. 최근에는 박경철 원장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라는 책이 나왔지만 쉽지 않다. 이 책을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지만 그리스 자체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것은 책도 많고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신화의 역사, 과거의 땅을 지도보듯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발 딛고 서 있는 자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현재 삶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일부 종교인들이 가능할텐데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불교와 기독교를 넘나들며 서양과 동양의 지혜를 수용성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이 몇 되겠는가. 

그리스 신화를 통해 불교의 경전을 이해하고, 수도자의 자기 고행과 기쁨의 여정을 붓다의 삶과 비교하며 풀어헤친 그리스 여행기는 지역적으로 유럽, 그리고 그리스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를 '매개'로 하여 예수의 음성, 붓다의 가르침에 더욱 가까이 가려는 수도자의 글이다.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찬사를 아끼지 않을 책이고,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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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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