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애욕, 가장 끊기 어려운 욕망

휴심정 2013. 05. 12
조회수 20125 추천수 0

인간이란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가. 누군가는 욕망을 키우고 키워 하늘까지 바벨탑을 쌓으려 하는데 이와는 반대로 누군가는 세속적 욕망을 포기한 채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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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수면욕, 식욕, 색욕 가운데 이곳에서 가장 채워지기 어려운 욕망이 색욕이다. 그래서 금녀국인 아토스 산 수도사들은 어느 종교, 어느 수도회보다 ‘마귀와의 투쟁’을 강조한다. 마귀란 다름 아닌 음욕이다.

플라톤이 쓴 《향연》에 따르면 애초 지상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녀가 함께 붙은 양성체 인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양성체 인간들의 정신과 신체적 능력이 신 못지않았다. 그래서 신은 위협을 느끼고 시샘해 반쪽으로 갈라버린다.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그리움으로 생을 허비해서 무력해지도록.

그러나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신화에서도 인간은 반쪽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해 점차 더 큰 사랑으로 이어져 진정한 아름다움과 선, 정의, 자유, 행복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간다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발견해 사랑하는 것이 성숙의 과정인 것처럼.

하지만 성을 집착의 근원으로, 지고한 정신으로 향하는 최대의 걸림돌로 보는 독신 수도자의 세계는 이와 다르다. 아토스 산은 외적인 집착을 끊고 내면에만 집중해 신성을 밝히는 수도처다.
그렇지만 세속적인 삶이 아닌 출세간의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곧 바로 초연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냉정한 판단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으로 결행한 출가가 아닌 경우도 숱하다. 만약 수도자가 이성이나 사업, 인간에 대해 환멸이나 좌절, 상처 때문에 도피했다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수도복을 죄수복처럼 답답해하며 더 고통스러워할 수도 있다.
도피로 수도를 선택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자에게도 본능을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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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길에 마음을 태워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이 불타올랐다.”
수도원과 수도사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베네딕토 성인조차 욕정에 사로잡혀 들뜬 적이 있다며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제2의 그리스도로까지 존경 받는 프란체스코 성인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욕정을 이기기 위해 알몸으로 가시밭을 뒹굴기도 했다고 전한다. 
수도원 전통에서 성인들은 내면에서 아니마(여성성)와 아니무스(남성성)를 통합함으로써 더욱 인간적이고 인자하고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프란체스코와 베네딕토도 그와 같은 수도자였다는 것이다. 음극과 양극으로 이뤄진 자석의 경우 반쪽을 자르고, 아무리 잘게 쪼개도 그곳에서 다시 음극과 양극이 생긴다. 반쪽을 없애버린 곳에서도 음과 양이 다시 생겨나는 게 자연의 원리인데, 어찌 반쪽이 없는 삶이 가능한 것인가.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카잔차키스는 금욕적 삶에 대해 냉소적이다. 그는 주인공 조르바의 입을 통해 수도사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통 친다.
“하나같이 마귀를 품고 사는 것들이 뭐가 답답해 속세로 내려가 원하는 걸 실컷 처먹고 머리를 씻지 못하느냐.”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잇따라 터지는 독신 수도자들의 성추행 사건들은 그의 불경한 대사에 대한 항변을 무색케 만들고 있다.
불교의 독신 승려들에게도 성욕은 해탈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감자다. 티베트 불교 일부 탄트라에선 성적 합일을 성불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성교를 하는 것은 독사의 대가리에 ‘그것’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거나, 음행을 하면서 해탈하려는 것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며 경계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현대에도 도저히 음욕을 견딜 수 없던 한 승려가 자기의 성기를 잘라버린 경우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승려도 있었다.
이 승려는 음욕이 발동해 도무지 수도에 집중할 수 없자, 작정하고 여자가 있는 술집을 찾아가서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그런데 그 여자는 그 일대 조직폭력배 두목의 여인이었다. 승려는 낫 두 개를 사 가지고 가 두목을 만났다.
“죽어도 좋을 만큼 이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 여자와 살기로 하지요.”
“그렇게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좋다면 어디 한 번 실컷 살아보시오.”
승려의 말에 기가 질린 두목은 혀를 차며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승려는 방에만 틀어 박혀 욕정을 풀었다. 그렇게 석 달을 보냈다. 
“이젠 미련이 없다.”

그는 선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원 없이 음욕을 발산한 승려가 색욕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해탈할 수 있으리란 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맛을 보면 볼수록 탐닉하게 되는 게 욕망의 특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평생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직접 경험해본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나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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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1장 금욕의 나라, 아토스 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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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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