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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도 예의는 지켜가며 하는 중2

김인숙 수녀 2015. 04. 08
조회수 8253 추천수 0



적어도 지킬 건, 지키자




글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와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현재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법원에서 ‘6호처분’이라는 재판을 받았습니다. '6호 처분’이란 소년법 제32조에 의한 보호처분을 말합니다. 비행성이 다소 심화되어 재비행의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교육을 통해 개선하기 위한 법입니다. 센터에 머무는 법정기간은 6개월이며 퇴소 후 집으로 돌아갑니다.


주인공 청소년들 가슴에는 대부분 아픈 가정사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에 인생의 산전수전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이 글은 유혹과 열정, 막무가내 용기로 살았던 자신들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면서 그것을 통해 같은 청소년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을 전하는 또래 멘토들의 이야기입니다.

 



아, 짜증난다. 또 늦잠을 잤다. 첫 교시가 8시20분 시작인데 나는 9시쯤 학교에 도착하여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했지만 선생님은 "넌 왜 아이들 수업을 방해하냐"며 소리를 질렀다. 앉아 있던 아이들은 다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순간 열이 파악 올랐다. 나, 북한 인민군도 무서워하는 중2 아닌가. 


  “제가 뭘 방해를 해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너,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야?”
  “아니, 대드는 게 아닌데……. 선생님이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니,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냐?”
  “저, 싸가지 없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먼저 저한테 화내셨잖아요. 저도 잘못하긴 했지만 오자마자 소리 지르는 건 아니지 않아요? 너무 한 것 같아요. 저 생각엔.”
  “너, 나가. 나가 있어.”
나는 문을 쾅 열고 나갔다. 또 한 번 아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뭘 쳐다봐. 씨이팔.”
수업을 마친 선생님이 복도에 서 있는 날 보고 교무실로 가자고 했다. 따라갔다. 반성문을 쓰라고 해서 "왜 쓰냐, 싫다"면서 말했다. 
  “저도 잘못했지만 선생님은 소리 지르고……. 저는 소리 지르는 거 제일 싫거든요.”
  “소리지르는 거 맞다. 그럼 너가 어쩔 건데?”
  “아니, 어쩔 거가 아니라 선생님이 소리 지르셨으니까. 제가 그런 거잖아요.”
  “알았다. 소리 안 지르면 될 거 아니냐.”
  “저도 늦게 온 거 잘못했고 대들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도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 다음부터 늦게 오지 말고.”


그날 일은 이걸로 끝났다. 나는 어른들한테 원래 그러지 않는다. 화가 나면 어른들한테도 욕하는 아이가 있는데 나는 그런 거 절대 못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존칭어를 쓰면서 "저도 잘못했지만 선생님도 잘못했어요. 인정할 건 인정하셔야죠" 한다. 친한 친구 정우는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축구 코치 선생님에게 걸렸다.


  “야, 너 담배 피웠지? 이리 와봐.”
  “저 안 피웠는데요.”
  “폈잖아?”
  “안 피웠다고요.”
정우는 아니라고 우겼다.
  “너 새끼 안 되겠네?”
선생님은 흡연측정기로 정우를 검사한 후 소리를 질렀다.
  “너 새끼 담배 폈는데 안 폈다고? 자 봐라.”
  “아, 씨발 안 피웠다고요.”
  “여기 폈다고 나오는데 어떻게 할래. 징계위원회 먹을래?”
  “아, 씨발 그러면 학교 안 다니면 될 거 아니에요.”
  정우는 가방을 던지고 교무실을 뛰쳐나갔다. 나는 정우를 잡으러 뛰었다.
  “너 왜 그러냐?”
  “선생이 싸가지가 없어. 나, 이 학교 절대 안 다녀.”
나는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학생이 선생님한테 대드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아니 선생은 학생한테 욕해도 돼?”
  “그것도 아니지만, 너는 학생이니까 학생에 맞는 도리를 해야 되는 거 아냐?”
  “맞는 말인데 나도 잘못했지만, 저 선생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못해.”
  “너가 욕한 건 선생님한테 죄송하다고 하고, 그러면 될 거 아냐.”


나는 교무실로 정우를 끌고 가서 선생님께 사과드리게 했다. 축구 선생님도 정우에게 욕한 거 미안하다 했다. 나는 정우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 하라 했다.
  “정말 죄송해요. 까분 거.”
  “그래, 다음부터는 담배피지 말고. 일단 핀 것에 대해선 징계 받아라.”
그 일로 정우는 청소 며칠하고 잘 끝냈다. 하지만 담배는 수시로 계속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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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피우는 학생. *영화 <완득이> 중에서


정우 말고 또 친한 친구 민수가 있는데 그 얘는 수업 중에도 다른 아이랑 딴 얘기를 자주 했다. 하루는 선생님이 화가 나서 "야, 니 나가"라고 했는데 담임은 날 보고  맨날 나가라고 한다면서 학교로 지네 부모를 불렀다. 학교에 쫓아 온 민수 엄마는 다짜고짜 선생님께 왜 우리 애를 나가라 하냐며 화를 냈다. 나는 담임한테 수학 공부한 거, 싸인 받으려고 교무실에 갔다가 그 광경을 본 것이다. 나는 민수 엄마에게  “선생님, 잘못하신 거 하나도 없어요. 학생이 잘못했는데 왜 부모님들은 학교에 와서 왜 이러시죠?”라고 했다.
  “너는 끼어들지 마.”
  “끼어 든 거 아니잖아요. 아줌마는 아들이 잘못한 거 모르잖아요.”
가만히 있는 민수한테 나는
  “니가 먼저 잘못했잖아. 빨리 엄마한테 말씀드려 니가 먼저.”
그제야 민수는 자기 엄마한테 자신이 떠들었다고, 선생님 수업시간에 장난도 많이 쳤다고 말했다.


아빠가 나한테 귀에 박히도록 하는 말이 있다. 어른한테 대들지 말라고, 어른이 아무리 뭐라 해도 ‘예 알겠습니다.’ 이래야지, 싸가지 없게 하지 말라고. 만약에 동네에서 너가 어른한테 싸가지 없게 굴었다는 소리가 아빠 귀에 들렸다하면 자식으로 안 볼 거라고 했다. 만날 귀에 박히도록 반복하며 어른한테 대들지 말라고 그러셨다. 나는 어른을 보면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슈퍼만 가도 '안녕하세요' 인사를 해서 동네에서 인사 잘하는 애라고 소문났었다. 아빠도 할아버지뻘 되신 분들한테 무조건 인사하고 다니신다. 그걸 내가 본받았다. 아빠는 어른인데도 할아버지 앞에서는 담배를 안 피신다.


아빠가 어른들한테 대들지 말라고 강조한 데는 그럴만한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동네 길목에서 학생이 어른한테 막 개긴 걸 아빠가 목격하고선 쫓아가 "이런 싸가지 없는 놈 봐라. 너는 부모도 없냐. 부모한테 이렇게 대드냐?" 했더니 그 학생이 우리 아빠한테도 개기면서 대들었다.
그날 난 동네 놀이터에서 놀다 아빠한테 우연히 전화를 걸었는데 수화기 저쪽에서 아빠가 어떤 애한테 흥분된 목소리로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빠 뭐예요. 거기 어디에요?”
  “아빠 집 앞인데, 아, 어떤 미친놈을 다 봤네…….”
난 무조건 아빠한테 그쪽으로 간다면서 바로 택시를 탔다. 금방 도착했다.
  “너 뭐하는 새끼냐?”
  “나, 동네에서 노는 새끼다.”
아빠는 날보고 그러지 말라 했지만 안 되었다.  
  “야, 너 몇 살이야.”
  “나 고1인데 넌 몇 살이야 꼬맹이 새끼야.”
  “뭐?”
  “몇 살이냐고?”
  “나 중 2인데 디질래?”
그러면서 내가 잘 아는 고등학교 형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 형, 어떤 새끼가 동네에서 싸가지 없게 구네. 형, 이 새끼 알아서 개념 좀 박아줘.”
전화를 끊자마자 나를 때리려고 그가 덤벼들었다. 나는 얼른 피하면서 오히려 그 형 뒤통수를 쳤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너, 나중에 보자" 하면서 갔다. 그 학생은 알고 보니 내가 전화한 형 학교 후배였다.


그날 집에 오면서 아빠가 말했다. "너도 커서 한 번 당해보면 알지만, 너처럼 머리 작은 애들이 어른한테 대들면 진짜 무척 화가 난다"고. 아빠도 부모님한테 못했는데 돌아가신 후 엄청 우셨단다. 아빠한테 대든 그 학생은 선배 형들한테 엄청 맞았다. 제발 개념 좀 박고 살라는 소리를 들으며. 형들은 평상시 예의 없는 것, 그리고 가출하는 것도 싫어했다. 나도 한 번 가출했을 때 형들한테 엄청 맞았다.



내 친구를 닮은 너에게


친구야!
요즘은 어때? 지금도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 많지? 나, 중학교 다닐 때 정말 자는 얘들 많았거든. 거의 다 잤어. 선생님이 깨워도 잤어. 깨우면 일어나서 몇 명만 안자고 또 엎어져 잤으니까. 선생님은 포기하고 수업을 했어. 그런데 선생님이 가장 힘들어 할 때는 우리가 말을 안 할 때였어. 그때는 수업도 포기하셨어. 


중 2 때로 기억해. 수업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다 그냥 뛰어 놀고 있었어.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도 복도에서 잡기놀이하고 상관 안했어. 선생님이 수업을 안 하겠다 하셨어. 그래서 내가 "다 자리에 앉아, 선생님 화 나셨잖아" 했지만 선생님은 정말 수업을 포기하고 교실에서 나가셨어. 난 반장도 아니었지만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 죄송합니다. 얘들이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죄송합니다" 했어. 선생님은 "아니다. 니네들은 참 즐거워 보이는데 선생님은 왠지 힘들다" 하셨어. 정말 죄송해서 할 말이 없었으나 용기를 내어, " 선생님, 그래도 수업하려 저랑 가실래요?" 했어.


친구야!
내 친구 민수 엄마처럼 학교에 와가지고 따지는 부모들 지금도 있을 거라고 봐. 그걸 보면 난 안 좋아. 짜증나. 그분들은 자기 아들, 딸이 학교에서 잘 하는 걸로 알아. 선생님들한테 안 대들고 그러는 줄 알아. 그게 뭐냐? 학생들 앞에서 부모들이 선생님한테! 다 이상한 짓이야. 민수 말만 듣고 쫓아온 민수 엄마는 그날 자기 아들을 엄청 혼냈어. 내가 담임이라면 그런 일이 있고, 또 잘 해결 되었다 해도 난 민수 같은 그 학생을 안 좋아할 것 같아. 인간적으로 민수를 좋아하겠어? 나 같으면 얼굴도 안 볼 거야. 


친구야!
이런 건 있어. 친구들이 다 보고 있는데서 선생님한테 대들면 안 될 것 같고, 선생님도 친구들 앞에서 "너, 나가!" 하는 것도 삼갔으면 해. 우린 자존심 때문에 앞뒤 생각 안 하고 선생님한테 대들고 나가버리잖아. '자 봐, 니네들. 나, 이렇게 나갈 수 있어'라고 보란 듯이 말이야. 그때는 선생님이 어른이니까 꾹 참고 나중에 아이들 없는 데서 혼을 내도 냈으면 해. 그때는 열도 식고 제정신이 드니까.


친구야!
난 첫 사건으로 여기 들어왔어. 오토바이 도난 공범으로 재판을 받았어. 1,4호 받고 보호관찰 받았는데 보호관찰 위반으로 들어온 거야. 나는 이걸 좋은 경험으로 생각 해. 나쁜 경험으로 생각 안 해. 여기서도 예절, 예의 다 배우니까 좋다고 생각해. 혹, 여기 있는 아이들이 예의 없고 험악할 거라 판단할지 모르지만, 단순하고 무지 노력하고 지내.    

내일은 엄마가 면회 오신댔어. 엄마는 오시면 웃으면서 "잘 지냈니? 며칠 안 남았네? 학교 가야지. 학교. 밖에 나와도 별로 좋을 거 없어. 똑같아" 그러셔. 아, 그래도 난 이렇게 말해. "밖에 나가고 싶다"고.


친구야!
난 만기 퇴소해서 잘 살고 싶고, 다시는 여기 들어오지 않도록 각오하고 살거야. 나가면 학교 열심히 다니고, 무조건 진짜 죽는다 해도 열심히 다닐거야. 여기서 그만큼 깨달았어. 부모님 그리움, 아, 교복이 너무 입고 싶다. 진짜로.

 




겉말과 속말


남민영 수녀님



‘저 안 떠들었는데요?’
=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담배 피지 않았는데요?’
= 제 겉모습만 보지 말고
   힘들어 미칠 것 같은 제 마음을 보고 살펴주세요


‘어른이면 다예요? 제 이야기 좀 들어달란 말이예요.’
=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꾸 마음과 다르게 표현하게 되요.


주님,
깊은 이해의 눈으로,
큰 공감의 귀로,
따뜻한 사랑의 입술로,
넓은 가슴으로 젊은이들을 동반하게 하소서.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하신 본래의 아름다운 그 모습이
세상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날까지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인내와 사랑으로 걸어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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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수녀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 수녀이며 작가입니다. 지난 5월에 또 한 권의 책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를 냈습니다. 먼저 방황해본 10대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멘토링 책입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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