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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았던 나

김인숙 수녀 2015. 05. 31
조회수 12009 추천수 0



우린 정말 뭘 알까?



글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와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현재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법원에서 ‘6호처분’이라는 재판을 받았습니다. '6호 처분’이란 소년법 제32조에 의한 보호처분을 말합니다. 비행성이 다소 심화되어 재비행의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교육을 통해 개선하기 위한 법입니다. 센터에 머무는 법정기간은 6개월이며 퇴소 후 집으로 돌아갑니다.


주인공 청소년들 가슴에는 대부분 아픈 가정사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에 인생의 산전수전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이 글은 유혹과 열정, 막무가내 용기로 살았던 자신들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면서 그것을 통해 같은 청소년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을 전하는 또래 멘토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날 밤 센터 아이들과 거실에 앉아 9시 뉴스를 보던 중이었다.  “서울의 한 모텔에서 가출 여중생(15)이 침대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ㅎ양은 지난달 온라인 대화방을 통해 김 아무개(38), 최아무개(28)씨를 만난 뒤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나는 그만 현기증이 일었다. 남자 아나운서의 또박또박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유력한 용의자인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옆으로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손바닥을 짚고 버티었다. 뉴스 속의 죽은 ㅎ양, 열다섯 살 가출 여중생.

성매매 소녀는 성과 이름만 달랐을 뿐  바로 나였다. 이마의 식은땀을 아이들이 눈치 못 채게 가만히 닦아냈다. 여기 오기 전 나는 열다섯 살에 가출하여 얼마 동안은 친구 집에서 신세를 졌다. 그러나 그 생활도 오래갈 수 없다. 집을 나오면 먹고, 입고 특히 날마다 잠 잘 곳이 문제라는 걸 우리는 정말 모른다. 감이 안 온다. 급기야는 잠잘 데가 없어서 성을 팔고 모텔에 가서 잔다. 성. 그게 뭔지도 잘 모르면서 하고, 당하고, 나중에는 성을 이용해 상대를 협박하여 큰돈을 뜯어내기까지 한다. 나는 그런 경험을 다 겪었다.


Esamaria.jpg

*돈을 벌기 위해 채팅에서 만난 남자와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 영화 <사마리아> 중에서


그런 돈으로 원룸을 얻어 혼자 살 즈음엔 난 이미 조건만남에 익숙해져 있었다. 조건만남 남자는 30대에서 40대 아저씨들이었다. 그들은 내 원룸으로 왔는데 항상 새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성매매는 불법이어서 양쪽 다 잡힌다. 그래서 그들은 생판 모르는 아이한테 가는 것보다 안면이 있는 아이한테 간다. 그래야 걸리지 않고 안전도가 높다. 그런 정보를 알기에 구면인 사람에게는 돈을 더 달라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더 준다. 그렇게 번 돈으로 월세 40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노는 데 더 많이 썼다.


집을 나오기 전, 그 때는 네이트온으로 자기 아이디를 뿌리는 게 유행이었다. 어느 날 모르는 한 언니가 네이트온에 들어왔다. 쪽지로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친구를 신청했다. 그 언니와 나는 채팅으로 점차 친해졌다. 그 언니를 구로구에서 처음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서 주위를 둘러보다 ‘저 언니구나’하고 탁 잡히는 게 있었다. 언니 이름은 유리. 나보다 한 살 많은 열여섯 살이었다. 그날은 언니랑 햄버거를 먹고 돌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가출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그날 학교에 가지 않고 언니랑 밥 먹고 돌아다녔다. 그 언니랑 있으니까 집에 가기가 싫었다. 그날 나는 엄마, 아빠에게 말 안하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전까지 난 외박이나 가출이 한 번도 없었다. 다음날 집에 가려고 하니까 무서웠다.


가출하면 더 무섭고 두려운 것이 있는데, 난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 당장 집에 들어가면 엄마, 아빠의 반응이 두려웠고 야단치고 때리지 않을지 그것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집에 못 들어가고 하룻밤 잤더니 이제는 더 무서워서 이틀 밤 자게 되고 아예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유리 언니를 만난 그 해 겨울에 나는 이미 비행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동안 나는 그 언니랑 같이 있었다.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 언니의 신세를 지고 있는 처지였다. 그런 내 자신이 참 불쌍했다. 어느 날 언니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누구야, 언니?”
“아, 짜증나. 안 나오실 거냐고 하잖아.”
나는 언니 대신 내가 나가야 될 것 같았다.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니에게 신세지고 있는 입장이라 그랬을 것이다.

나는 그게 뭔지 좀 알고는 나갔지만 솔직히 뭘 어떻게 하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성매매 그런 일을 그렇게 선뜻 할 수 있었을까. 그 전에 나는 쉼터에 사는 친구를 보러갔다가 거기서 잠깐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명이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면서 새벽에 몰래 나갔다. 쟤네들은 뭘 하러 저렇게 나가나 했는데 나중에 알았다.

 

나는 그 남자를 지하철역 출구에서 만났다. 그 전에 미리 서로의 옷은 어떻게 입었고 인상착의는 어떻다는 것을 주고받았다. 그 남자는 나를 보더니 네가 맞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나는 대답했다. 우린 걸었다. 그 남자가 앞에 가고 나는 그 뒤를 따라 갔다. 우린 모텔에 들어갔다. 카운터에서 바라보면 나는 그 남자 뒤에 있으니까 잘 안 보였다. 만약 카운터 사람이 나를 봤어도 아마 방을 줬을 것이다. 관계 후 그 자리에서 나에게 현금을 줬다. 돌아온 나를 보고 언니는 왜 나갔냐고 했으나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 뒤로부터 계속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으나 수치심까지는 들지 않았다. 나는 갈수록 당돌해졌다. ‘까짓 것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한 두 시간만 가만히 있으면 돼……. 난 우선 돈이 필요해. 그러니까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받은 돈은 누구한테 뜯기지 않았다. 개인으로 했으니까. 몸이 아픈 적은 없다. 있어봤자. 질염. 그냥 간단한 그 정도밖에. 이상하거나 때리고 그런 사람들은 다행히 만난 적이 없다. 가끔 짜증만 나고 아무렇지 않았다. 익숙해지니까 진짜 별것도 아니었다. 가끔 혼자 생각하다가 갑자기 우울해 질 때는 술을 먹었다.


조건사기도 했다. 원래 알고 지내던 남자들이랑 갑자기 나쁜 생각이 들어서 한 것이다. 협박과 폭행으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였다. 나는 남자를 부르는 역할을 했다. 한 건에 큰 돈을 벌어들였다. 그 때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백만 원 돈을 하루에 다 쓰면서 하루하루 살아갔다.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경찰에 체포되었다. 조건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신고를 한 거다. 그 날부터 4일 동안 유치장에 있으면서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재판날짜를 기다렸다. 공범들은 구속되고 나만 풀렸는데 한 달 뒤에 재판을 받았다. 현재 내 팔목에는 칼자국이 꽤 많다. 유치장에서 나온 후 부엌칼로 막 긁었다.


본드를 하게 된 것은 원룸에서 조건만남으로 생활할 때부터였다. 내가 원룸을 얻어 혼자 살 때 친한 친구 경미도 가출을 했는데 갈 곳이 없다보니 나와 같이 지냈다. 나와 같이 있을 때 경미는 본드 종류인 토끼코크를 흡입했다. 나도 호기심으로 같이 했다. 그 후 난 머리가 아프다. 본드를 하고부터 갑자기 생겼다. 어느 날 내가 조건만남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친구 경미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 마치 내가 집을 나와 유리언니에게 신세지고 있으면서 그 언니 따라 내가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그때는 경미를 보면서 ‘내 몸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너도 돈이 없어 하는 거니까’ 그랬다. 유리 언니도 나를 보면서 똑같이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성관계를 통해 임신이 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알면서도 자기는 임신 안 한다고 착각을 한다. 임신이 맨 날 되는 게 아니니까. 나는 아니겠지. 아니겠지 한다. 친구 경미는 여러 번 임신을 해서 두 번 유산되고 낙태하고……. 왼쪽 난소에는 낙태를 불법으로 하다가 제대로 안 되어 아이 잔해물이 난소에 끼어 그게 혹이 생겼다. 그 혹이 너무 커져서 왼쪽 난소를 잘랐다. 경미는 이제 난소가 하나밖에 없다. 또 성매매 하는 아이들이 성병에 걸려 산부인과에 가지만 난 임신도 안 했고 성병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을까? 정말 아무렇지 않아서, 그래서 술 먹고 혼자 울고 자해하고 그랬을까?


나는 뭘 훔치고, 누구 때리고 그런 거 진짜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 것은 안했다. 그러다 보니 집을 나와 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이 속이고 땜빵으로 고깃집 서빙도 좀 하고 전단지도 한 번 돌렸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나와 보니 너무 쉽게 망가질 수 있는 세상이었고 집을 나오기 전까지는 감조차도 안 온다.




자신을 아프게 하는 친구에게 


친구야!
내가 가출한 일이 아주 까마득한 일로 생각돼. 원룸에 혼자 살면서 진짜 많이 느낀 건 내가 해야 할 일이 그렇게 많다는 거야. 집에서는 다 해줬는데. 평소에 안 샀던 물건들을 다 내가 사야했어. 세제, 칫솔, 치약도 사고 샴푸, 린스 거기에 월세, 수도세, 전기세.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복잡하고 할 게 많았어. 집을 나올 때는 어떻게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거든.


친구야!
우리 아빠는 내가 아주 어릴 때 재혼을 했어. 내가 엄마 없이 크는 게 싫으셨대. 새엄마는 엄격하고 정리정돈도 잘 하는 사람인데 자기 딸이 중2 때부터 술 먹고 담배 피우고 조건만남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거야. 나 때문에 경찰서에 왔다갔다 하면서 엄마도 울었어. 엄마랑은 처음부터 나쁜 건 아니었지만 엄격해서 그런지 내가 나쁜 짓을 하면 엄마가 더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되었어. 그래서 엄마와 나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엄마 눈치를 보면서 피하게 되었어. 집이 불편했던 나는 점점 밖으로 나갔어. 그런데 어찌된 게 집이 불편해서 나왔는데 밖에서 사는 건 더 불편하고 할 일도 많았어. 집에서는 화장실 청소, 세탁기도 안돌려 봤는데, 다 내가 해야 했어. 밥도 처음 해 봤어. 쓰레기 버리기, 청소하기 등 할 일이 장난이 아니었어. 그 많은 일들을 집에서는 다 새엄마가 해 줬다는 걸 난 그제야 안 거야.


친구야!
난 초등학교 때 조금 배운 피아노를 며칠 전부터 치기 시작했어. 노력하니까  악보가 보여. 지금은 ‘엘리제를 위하여’ 반 정도 치고 있어. 어렸을 때 바이엘 들어가기 전 동요집, 소곡집, 몇 장 치다 관뒀는데 참 신기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어. 난 여기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매일 우울해서 말도 안 하고 수업도 적극적으로 참여 안 했어. 또 원래 남 앞에서 공연이나 발표하는 것도 싫어했어. 그런데 자기가 배운 것을 발표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 ‘배우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 밖에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이었어. 센터 아이들을 보면 여러 동아리를 하면서 자기 재능을 발휘했어. 예를 들면 어렸을 때 배운 피아노를 밖에서 안치다가 이곳에 와서 밴드부나 반주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고 그 부분에 대해 더 배웠어. 나도 옛날에 피아노를 잠깐 쳤기에 여기 친구를 보면서 다시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거야.


친구야!
난 피아노를 치거나 공부를 하다가 문득문득 밖에 살던 나, 민희가 떠올라. 울컥 토할 것 같애.
조건만남으로 남자를 만나 관계를 몇 번 할 것인가를 정하고 가격도 정하고, 씻고 침대에 눕고, 끝내고선 일어나 앉아 긴 머리를 묶으며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했던 나 민희.


친구야!
넌 내 마음 알아?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정말 그랬을까? 넌 그걸 믿어? 아니야. 절대로 절대로 아니야. 그런데 난 왜 그랬을까? 그건, 이게 아무렇지도 않아야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던 거야. ‘이건 죽음이에요. 수치스러워요. 창피해요’ 이렇게 생각하면 난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친구야!
이런 나 민희가 떠오르면 불쌍해서 보기 싫어서 지워버리고 싶어. 난 진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았어. 이틀 전 일이야. 서툴게 피아노를 치고 있는 데 선생님 한 분이 지나가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하시는 거야. 
“민희, 피아노 치네? 참 이쁘다. 맞아. 너희들은 이렇게 나이에 맞는 경험을 많이 해야 돼. 공부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책도 보고 얼마나 이쁘니!”
그러면서 선생님은 가셨어. 난 더 이상 건반을 누를 수가 없었어. 내 머리 속은 선생님 말씀이 메아리처럼 반복해서 들려 왔어. ‘나이에 맞는 경험’, ‘자기 나이에 맞는 경험.’


친구야!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자기 몸이 다치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친구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어. 이 순간에도 밖에서 방황하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 내가 다 겪어봤기에 충분히 이해하지만 난 친구들이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엄마, 아빠에게 상처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내 몸을 함부로 하는 그것이야 말로 스스로 나에게 주는 상처라고 봐.


친구야!
나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돌아가고 싶다. 다시 열다섯 살로 돌아가서 언니 대신 안 나가겠어. 왜 나갔는지 모르겠어. 그 날 그 일을 없애고 싶다.”
하지만, 하지만 돌아가고 싶어도 분명히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난 알아.  




스태인드글라스 (색유리화)


남민영 수녀님


맑고 투명한 유리그릇이 깨졌다.


어느날 작은 금이 가더니
겉잡을 수 없이 틈이 벌어지고
충격에 산산조각이 났다.


흩어진 파편들을 바라보며
절망스러워 울었다.
내 삶 같아서……


어느날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
그 조각들을 주워 모으더니
알록달록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하여
유리화를 만드신다.
조각난 나를 사용하시어……
사람들의 마음에 감탄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작품을!


주님!
산산히 부서진 이 소녀들을
당신손길로 어루만져주시어
세상에 빛나는 아름다운 존재로
다시 설 수 있게 도와주소서.


깨어진 영혼의 파편들을 다시 모아
사랑으로 채색하고
용서로 이어 붙여
새롭게 태어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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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수녀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 수녀이며 작가입니다. 지난 5월에 또 한 권의 책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를 냈습니다. 먼저 방황해본 10대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멘토링 책입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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