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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명상

박기호 신부 2015. 06. 16
조회수 9708 추천수 2



음식 명상

성체성혈 대축일에



모든 존재 사물은 자신만이 지닌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에밀레종은 그냥 종이 아니라 천년 전 에밀레 부녀의 삶과 애환을 담고 있듯이 모든 사물은 자신이 지녀온 삶(역사)의 언어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물의 성사성이기도 합니다.

뜻밖에 죽음을 당한 친구가 내게 선물로 주었던 만년필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문방구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다른 만년필과 같지 않고 친구의 얼굴, 우정, 그가 평소에 말해 왔던 포부와 꿈이 만년필을 볼 때마다  새록새록 드러내고  顯現됩니다.


“너희가 이 예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서의 의미심장한 말씀으로 제자들은 빵을 나눌 때마다 스승과 마지막 식사가 되고 말았던 순간의 회상으로 인하여 주님의 현존을 느끼면서 자신들과 동행하심을 믿게 된 것이 성체성사입니다. 그렇지요?

그러므로 성체성사로 나눠지는 빵 한 조각은  예수님의 삶과 고난과 십자가와 부활의 역사를 드러내고 현존시키는 성사적 능력을 갖습니다.  제자란 그리스도의 성체성체성사를  통해서 스승의 삶과 합일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녀들에게 부모란 '현금지급기'라고 하지요. 씁쓸합니다.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은 학생이 그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돈의 가치만 생각한다면 돈의 가치는 상품적이고 교환 물질에 불과 합니다.  손에 든 돈에 담겨진 언어를 들을 수 있어야 돈은 교환가치를 넘어 정이 되고 사랑이 됩니다. 

자신에게 용돈을 주시기 위해서 아버지는 술도 덜 깬 몸을 일으켜 직장으로 나가신다는 것, 오로지 나와 가족들을 위해서 궂은 일 마다 않고 더러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상급자에게 굽실대면서 자존심을 버리고 노동한다는 것, 그런 아버지의 수고와 땀과 눈물을 용돈으로 받은 만원 짜지 지폐에서 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자녀이고, 영성을 지닌 자이며 용돈을 정말 값지게 사용할 것입니다. 부모에게 효도를 안할 수 없는 자식입니다. 이것이 성사의 능력이고 은총이지요.


영성을 지녔다는 것은 사물 안에 있고 사물의 이면에 있는 언어를 들을 수 있고 볼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말이 됩니다.

명품 가방을 그냥 고급 브랜드로 보는 것은 자기 과시에 불과하지만 명품이라는 고가의 가방에 숨겨진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면 명품의 허세와 상술과 마케팅의 수법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능력이 영성입니다.


table.jpg

*한겨레 자료사진



영성 수행을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가장 쉬운 것이 음식명상입니다. 밥 한그릇을 대하면서 그 밥과 반찬이 내 앞에 오기까지의 역사를 명상하는 것입니다. 농부와 어부, 외국 어느 나라의 농부까지도 그들의 땀과 수고와 눈물을 밥 한 그릇에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평생 쌀 한톨 생산해보지 못한 내가 굷어 죽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시간의 은총을 새롭게 경험합니다. 맛 집을 찾아다니며, 배도 고프지 않는데 비싼 음식을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것은 음식에 담긴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목숨에 가장 소중한 밥을 먹으면서도 은혜를 알지 못하는 자, 어떻게 성체에서 스승의 몸과 피, 삶과 죽음을 느낄 수 있겠는가? 거룩한 몸과 피는 헛소리고 관습과 학습과 교리에 대한 소리 일 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건 진짜 상징도 아니고 경신 의례에 불과합니다.

오늘 부터 식사할 때  단 10분이라도 음식명상을 하는 시간을 갖어보기를 바랍니다.  찬미예수님!   (2015. 6. 7) *


일본 돈(엔화)  값이 엄청 떨어져버렸네. 환전 90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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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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