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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아닌 사회로 ‘출가’, 국경 넘어 자비의 ‘샘물’

이길우 2016. 09. 28
조회수 11529 추천수 0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와 함께
종교의 사회적 실천 ‘삼총사’
불교계 시민운동 앞장선 선구자
 
국제구호 ‘지구촌공생회’ 책임자로
빈곤국 2300곳에 우물, 58곳에 학교
케냐엔 황무지 개간해 씨앗 뿌려
 
최근 자서전 ‘토끼뿔 거북털’ 펴내
“세간을 떠나서 깨달음 찾는 건
거북에서 털, 토끼에서 뿔 구하는 것”
 
27살에 주지 돼 정신적 압박에 병
‘이 뭣고’ 화두에 매달려
‘마음자리가 곧 부처’ 깨달아
 
“건강과 행복보다 더 소중한 건
좋은 인연을 짓는 복”


q1.jpg » 금산사의 최고 어른 자리인 조실에 추대됐지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송월주 스님은 “평생 수행만 하는 승려는 평생 훈련만 하다가 링에 오르지 못하고 은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대에 주지를 했던 금산사 미륵전 앞에 선 송월주 스님.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에 김제 금산사 주지가 됐다. 당시 대다수였던 대처승을 교단에서 제외시키는 불교 정화 운동 탓에 결혼하지 않고 홀로 수행하는 비구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주지 일을 하면서 정신적 압박이 심했다. 소화가 안됐다. 피골이 상접했다. 법당에서 불경을 독송할 때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백약이 무효였다. 그러던 어느 날 ‘출가해서 이것 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 안에 있던 약봉지를 담장 밖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은사인 금오 스님이 준 ‘화두’를 들었다.
 그 화두는 ‘이 뭣고’였다. 번뇌망상이 꼬리를 물고 달려들었다. 물러서지 않았다. ‘이 뭣고’는 중국 선종의 6대 조사인 혜능 스님(638~713)의 화두였다. 혜능 스님은 이 화두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이름도 없고 글자도 없다. 하늘을 떠받치고, 땅을 괴고, 해와 달보다 밝고, 옻칠보다 검다. 이러한 것이 나와 더불어 있지만 미처 거두지 못한다. 이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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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오도송’ 부르지도 않아
 나의 생각을 일으키고, 의심하게 만드는 이놈이 도대체 무엇인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복잡한 생각이 줄어들면서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갈등도 분별심도 마음에서 후퇴했다. 마치 깜깜한 밤이 여명을 지나 아침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건강이 회복됐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젠 경전을 보아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허망하고 무상해 실체가 없다”(凡所有相 皆是虛妄)는 <금강경>의 계송이 이론이나 관념이 아닌 그대로 들어와 확신이 생겼다. 
 환희심이 일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물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는 눈이 생겼다. 마음자리가 부처라는 확신이 생기며 조급하거나 집착하지 않게 됐다. 송월주(82·금산사 조실) 스님의 ‘깨달음’에 대한 고백이다. 굳이 고승들이 깨침을 얻으면 짓는다는 ‘오도송’을 부르지도 않았다.
 월주 스님은 1990년대 말부터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 개신교의 강원용 목사와 함께 ‘종교 지도자 삼총사’로 불린 불교계 어른이다. 1998년 조계종 총무원장을 마치고 산속이 아닌 사회 속으로 뛰어들었다.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 공동위원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공명선거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내며 불교계 시민운동에 앞장을 섰다.

q3.jpg » 조계종 총무원장을 그만두고 국경을 넘어선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송월주 스님이 2009년 캄보디아에서 우물을 파서 나온 물로 어린이를 씻기고 있다. 사진 지구촌공생회 제공

 이제 월주 스님의 보리심(깨달음을 구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은 국경을 넘었다. 빈곤국의 어린이와 주민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우물을 파주는 국제구호활동을 하는 ‘지구촌공생회’의 책임자로 활동한다.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미얀마, 네팔 등지에 2300여곳의 우물을 파 생명의 식수를 공급하고 있고, 58곳의 초중고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아프리카 케냐의 황무지를 개간해서 씨앗을 심기도 한다.
 
 “밥이 필요하면 밥, 약이 필요하면 약을”
 최근 자서전 <거북털 토끼뿔>(조계종출판사)을 펴낸 월주 스님은 출가는 산속에 들어가 속세의 인연을 끊고 홀로 수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낡았다고 말한다. “진정한 의미의 최초 출가 행자 싯다르타의 족적을 봅시다. 6년간 고행을 마치고 속세로 하산했어요. 수행자로는 금기인 우유죽을 마시고, 온갖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립니다. 고대 인도 사회의 윤리로 볼 때 이는 명백한 타락이고, 파계이자, 수행자로서는 종말입니다. 스스로 엄청난 권위의 손상을 선택했어요. 부처님의 위대한 출가정신은 바로 대중과 하나가 되는 크나큰 사람의 마음입니다. 대비의 마음입니다. 출가는 곧 크게 돌아오는 것입니다. 참나에 대한 깨달음에서 더 나아가 모두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큰사람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q4.jpg » 국경을 넘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송월주 스님이 2013년 케냐의 황무지를 개간해 만든 농장에서 파종하고 있다. 사진 지구촌공생회 제공

 그래서 월주 스님은 “밥이 필요한 사람에겐 밥을, 약이 필요한 사람에겐 약을 주어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자비행과 실천행을 표현한다. 지구촌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고,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주 스님은 서울농업초급대학(지금의 서울시립대)을 1학기 다니다가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고, 먼저 스님이 된 친구의 권유로 출가했다. 출가할 당시 대부분 스님들은 보살행(중생구제)보다는 선수행에 더 몰두했다고 한다. 오로지 면벽수도해서 깨닫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출가 수행자에게 수행은 기본이고,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주는 자비행이 선택이 아닌 필수 덕목임을 깨달았다고 월주 스님은 이야기한다.

q5.jpg » 송월주 스님의 거처인 금산사 만월당에 걸려 있는, 스님이 직접 쓴 붓글씨 액자. ‘깨달아 자기 본성의 자리로 돌아가서, 중생을 이익 되게 하라’는 뜻.
 
 자기를 내쫓은 전두환에게 한 충고
 “행복은 어디에 있느냐구요? 바로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을 느낄 때 행복이 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모아준 돈으로, 흙탕물을 식수로 했던 이들에게 우물을 파서 깨끗한 물을 먹게 하는 순간, 한없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부처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참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나눔을 통해 자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윤회의 고통에서 해방된 부처님이라는 것이다.
 월주 스님은 혜능 대사의 말로 자신의 속세행을 설명한다. “불법은 세간에 있으며 세간을 떠나서는 깨닫지 못하네. 세간을 떠나서 깨달음을 찾는다면, 그것은 마치 토끼뿔을 구하는 것과 같다.”
 월주 스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건강과 행복보다 더 소중한 것이 ‘좋은 인연을 짓는 복’이라고 말한다. “인연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재물이 없어도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얼굴로 온화한 말을 하고, 맑고 밝은 눈빛을 베풀고, 몸으로 봉사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앉을 자리를 베풀고, 편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내주면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월주 스님은 회고록에 자신이 만난 인사들 중에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이런 충고를 했다고 적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권을 잡고 불교계를 길들이기 위해 법난을 일으키고 월주 스님을 총무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던 인물이다. “전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금생에 받는 것이 그것이라네. 내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금생에 하는 일이 그것이라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모든 인과는 실오라기에서 시작된다.”
 김제/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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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아직도 깊은 산속 어딘가에 도인이 있다고 믿고 언젠가는 그런 스승을 모시고 살고 싶어한다. 이소룡에 반해 무예의 매력에 빠져 각종 전통 무술과 무예를 익히고 있고, 전국의 무술 고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과 몸짓을 배우며 기록해왔다. 몸 수련을 통해 건강을 찾고 지키며 정신과 몸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동참했고, 베이징 초대 특파원과 스포츠부장, 온라인 부국장을 거쳐 현재는 종교 담당 선임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다.
이메일 :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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