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애나 호박이나 같은 것이여

휴심정 2017. 02. 17
조회수 2195 추천수 0


"이상하게 나는 호박을 못 키워. 매년 호박이 안돼."

그러자 호박을 따서 씻던 시인이 무심해 대답했다.

"거름이 부족한 게지."

"아니야, 심기 전에 퇴비 주고 고양이 똥 삭힌 거랑 우유 남은 거 이런 거 주는데 잎만 무성해서 무슨 칡덩굴처럼 2층 창까지 올라갔어."

그러자 시인이 피식 웃었다.

"첫 순을 따버려야지."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평상에 앉아 따박따박 호박을 썰던 시인이 다시 대꾸했다.

"거름이 너무 많아도 농사가 안돼. 쉽게 말하면 먹을 게 많은데 왜 애쓰며 꽃피우고 열매를 맺겠느냐고. 순지르기라는 걸 해서 첫 번에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걸 확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러면 '아,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구나. 우리 세대는 힘들 것 같으니 다음 세대에 기대를 해보자'하고 호박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지. 사람하고 똑같아."

"지영이 너는 아이들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고생도 시키고 그러는 거로 아는데 호박은 과보호를 했구만그래. 애나 호박이나 같은 것이여."


<시인의 밥상>(공지영 지음, 한겨레출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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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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