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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일하며 놀아보자

최철호 2017.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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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누리-.jpg » 강원도 홍천 밝은누리에서 남녀노소 어우러져 벌이는 잔치. 사진 밝은누리 제공



봄이 오면 씨앗 나눔 잔치가 열린다. 올해 하늘땅살이(농사)를 위해 지난 해 정성껏 갈무리 한 토박이 씨앗을 서로 나눈다. 씨앗 담긴 편지 주고받기도 한다. 어느 땅 누구 품에서 자란 생명인지 새겨둔다. 씨앗에 깃든 하늘 땅 사람 모든 정성을 나누는 생명살림 잔치다.


작은 씨앗이 봄기운 오른 마을을 설레게 하고, 배움터들을 깨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마을초등학교, 생동중학교, 삼일학림이 열린다. 새싹 움트듯 마을 곳곳 배움이 움튼다. 마을 이모삼촌들이 선생님 되고, 마을 곳곳이 배움터 되어 온 마을이 자란다. 씨앗 한 톨에 온 생명 정성이 담기듯 한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데 온 마을이 함께 한다. 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때를 따라 잔치가 이어진다. 설날이면 함께 모여 새 삶을 위해 기도하고 조용히 경전 읽으며 논다. 눈 덮인 겨울 흙에 봄기운 자라듯, 고요함 속에 힘차게 꿈틀거리는 설 잔치다. ‘밝은누리는 그렇게 새해를 연다


지난 정월대보름 혼인잔치가 열렸다. 혼인을 앞두면 잔치 준비하는 모둠을 꾸린다. 앞서 혼인한 사람이 나서고, 원하는 몇 사람과 신랑신부가 함께 한다. 잔치에 필요한 모든 걸 얘기하고 준비한다. 신랑신부가 바라는 것, 지난 잔치 좋았던 점,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고 뛰어드는 사람들 열정이 어우러져 신명나는 마을잔치를 만든다. 때마다 새롭다. 마을밥상에서 먹을거리 준비하고, 마을학교와 서원, 어린이집 등 모이기 좋은 마을 곳곳에서 잔치밥상 나눈다. 돌이 되면 떡 나누고 마을밥상이나 찻집에 모여 축하한다. 마을 이모삼촌들이 공연하고 정성껏 만든 선물 나눈다. 동짓날 팥죽 쑤어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나누며 논다


이사도 잔치가 된다. 힘 모아 청소하고 짐 옮기며 같이 먹고 논다. 집 지을 때도 잔치는 이어진다. 일손이 많이 드는 흙일에는 함께 흙벽 치며 논다. 살림터, 배움터, 일터, 마을 곳곳이 잔치마당이 된다. 돈 주고 사는 잔치가 아니다. 정성 모아 만드는 마을잔치다


노동과 쉼이 나뉘고 상품화 되면, 돈 없이는 쉬지도 놀지도 못한다. 휴일마다 꽉 막힌 고속도로, 놀고 와서 시달리는 월요병. 피곤하지만, 떠나고 본다. 탈출하고 싶은 삶이다. 그조차 자기 욕망이 아니다. 자본이 조장한 욕망이다. 일하든 놀든 자기를 잃는다. 돈에 더 짓눌리고, 쉬어도 피곤하고 공허하다. 길과 집이 만나는 곳에 마당이 있다. 마을마당에서 너와 나는 우리 되어 논다. 다른 어느 곳이 아니라, 일과 쉼, 살림과 놀이가 어우러지는 마당에서 잔치를 벌인다. 쉼과 놀이로 치장된 상품을 구매하느라 허덕이지 않고, 삶터 안마당에서 어울려 놀며 새로움을 만들어 간다면, 이미 복 받은 삶이다


함께 잘 노는 것은 활력을 주고, 생명을 살린다. 역사 마당에서 벌이는 참된 혁명은 일과 쉼, 살림과 놀이가 하나 되어 잔치로 사는 삶이다. 촛불은 분노를 아름다운 놀이로 꽃피운 한판 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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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1991년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삶을 살고자 ´밝은누리´ 공동체를 세웠다·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 마을공동체를 세워 농촌과 도시가 서로 살리는 삶을 산다· 남과 북이 더불어 사는 동북아 생명평화공동체를 앞당겨 살며 기도한다· 청소년 청년 젊은 목사들을 교육하고 함께 동지로 세워져 가는 일을 즐기며 힘쓴다.
이메일 : suyu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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