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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때론 축제가 된다

손까리따스 수녀 2017. 05. 01
조회수 3596 추천수 0

---죽음.jpg » 픽사베이 제공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많은 사람이 평소에 소홀했던 부모님께 효도를 좀 해보려고 새로운 결심을 해보기도 할 것이다. 임종의 말기 상태에 있는 부모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자녀들은 나름대로 마지막 효도를 하기 위해 참 많은 수고를 한다. 그런데 정말 그 수고가 부모님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마음의 짐을 벗으려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신체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계속 복수가 차오르고 뽑아내야 하는 고통을 겪는 아버님에게 그동안 불효한 것이 한스럽다며 마지막에 비싼 영양제라도 맞게 해드려야 한다면서 계속 영양제를 고집하는 아들이 있는가 하면 평소 어머님에게 맛난 음식조차 못 해드렸다며 주말만 되면 세 딸이 각자 자신있는 음식들을 해 가지고 와서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몰래몰래 어머님을 과식하게 해서 그 딸들이 떠나간 후에 복통과 호흡곤란, 구토, 설사로 간호하는 아버님과 의료진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70대 중반의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 고향에 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산소호흡기를 단 채로 응급차로 서너 시간 걸리는 고향에 내려가서 마을회관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자녀들과 동네 할머니들은 이미 그 전날부터 가마솥을 걸어놓고 고기를 삶고 산더미처럼 전을 지지고 술상을 마련하였다. 동네 사람 200여명을 모두 불러서 밥을 먹이고 술을 따라주고 고기를 대접하였다. 한 사람씩 안아주면서 “감사합니다. 저 떠난 뒤에 제 아내 좀 잘 돌봐주세요. 맨날 울고 있지 않게”라고 말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부모에게 효도해라. 고향 잘 지켜라”라고 하고,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는 “신앙생활 열심히 해라. 우리 동네는 순교성지 아니겠니”라고 하면서 대여섯 시간 동안 잔치를 하고 돌아오셔서 닷새 만에 돌아가셨다.


 고향 전주 덕진공원에 가서 연꽃을 보고 싶다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상태가 안 좋아 그냥 근처 봉선사에 가서 모든 예쁜 연꽃 사진을 찍어다가 병실 가득 도배를 해 드렸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며 꼭 덕진공원을 가야 한다고 하셔서 여행을 갔다. 덕진공원의 연꽃을 보면서 마치 연인을 만난 듯 행복해하시던 그분은 되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하늘로 떠나셨다.


 자녀로서는 결심하기 힘들었지만 부모님이 떠나신 후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부모님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해드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가장 의미있는 여행이었다고, 부모님이 기뻐하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우리들에게 계속 남아서 정말 마지막 효도를 잘한 것 같다고….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해가면서 죽음을 준비해 나가는 모습은 이렇게 우리에게 축제처럼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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