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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스님의 마지막 강의

조현 2012.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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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입적한 지관 스님의 육신이 한줌의 재가 되었다. 인자한 웃음도, 타고난 학문도, 강단 있던 행정력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세계로 그는 건너갔다. 6일 오후 1시 30분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 연화대 다비식장에서 지관 스님은 그렇게 연기 속으로 마지막 적멸의 법문을 시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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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 스님과 혜암 스님이 무(無)로 돌아갔던 같은 연화대에 지관 스님도 마지막 육신을 세웠다. 먼저 옷을 벗은 나무들의 외호 속에서, 또 다른 나무들을 불쏘시개로 한 지관 스님의 불꽃은 찬란히 타올랐다. 비탈길 나무들 틈에 촘촘히 들어찬 1만여명과 흐느끼는 보살(여자 불자)들의 배웅 속에서 스님의 마지막 강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理·수행과 학문)에서 불세출의 업적을 쌓고도, 73세에 불현듯 조계종 총무원장을 맡아, 사(事·행정)에서도 놀라운 화합과 강단의 면모를 보인 ‘이판사판(理判事判)’의 통달을 보여주듯 연기도 주저함 없이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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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서운 추위도 이날 아침 서설을 끝으로 화기로운 바람으로 바뀌어 강의장을 따스하게 감돌았다. 조계종 승려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 총장인 태원 스님, 고려대장경연구소장 종림 스님, 조계종의 교육을 총책임지는 교육원장 현응 스님 등 그의 제자들이 다시는 볼 수 없는 스승의 마지막 강의를 합장한 채 지켜보며 골수에 담고 있었다. 정치 권력의 종교편향에 맞서 서울광장에 20만이 운집한 범불교도대회를 이끌어 한국 불교의 자존심을 지킨 그의 강의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합장한 채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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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승의 다비식은 법구가 타고난 뒤 사리를 찾아 재를 뒤적일 필요가 없었다. 현대 한국불교의 고승 비문은 그의 손을 거치지않고 쓰여진 것이 없을 정도고, 한국불교  1700년 역사는 그가 쓴 <역대고승비문> 7권에 담겼다. 그가 총무원장 재직 때조차 퇴근후 새벽까지 원고를 썼던 한국불교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20권은 이미 나온 13권 외에 나머지 7권의 윤문 교정까지 손수 해 놓은 상태다. 그는 연화대에 놓이기 전 이미 후학들을 영구히 깨쳐줄 이런 ‘문자 사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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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비식에 앞서 전국 사찰에서 동시에 울린 5차례의 타종과 함께 이날 오전 11시 해인사 앞마당에서 봉행된 영결식엔 그의 넓은 자락을 말해주듯 북한 불교와 타이완, 캄보디아 불교계 등 뿐 아니라 이웃종교에서도 조전과 조문객을 보냈다. 정부를 대표해 최광식 문화관광부장관이 금관문화운장을 바쳤고, 고 노무현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등 여야 정관계 인사들이 찾아 애도했다.


 영결식을 마친 조문객들은 영정과 법구를 4킬로미터 떨어진 연화대까지 이동했다. 타이완 불광산사의 성원대사가 보낸 ‘혜등서거(慧燈西去·지혜의 등불이 서쪽으로 가다)라는 글을 비롯한 1500여개의 만장이 긴 행렬을 이뤘다.


  한국 불교에서 지관 스님의 제자와 나머지를 반분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원과 동국대 교수와 총장 등으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대강백(강사)의 연화대 강의는 한줌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계속됐다. 분필글씨처럼 그어진 연기 너머로 허공 법계가 펼쳐져 있었다.

 

 합천 가야산/글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새글: 삼성가의 숨은 멘토이자 마음공부의 스승이 쓴 <마음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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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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