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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안식을 해하지마세요

홍동완 2017.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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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jpg » 가재


세상은 신비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장 신비한 것 중에 하나는 나의 존재입니다. 사고하고 있는 나의 존재가 신비하고, 신비한 존재인 내가 바라보는 모든 세상이 신비합니다. 밤하늘에 별들도 신비하지만 캄캄한 어둠을 볼 때도 동일한 신비를 느낍니다. 끝도 없는 무한한 우주 속에 수많은 별들과 지구가 어우러져 어떻게 이런 공간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라는 물음 앞에서는 온몸이 전율합니다. 단순히 하나님이 하셨다고 말하기에는 언어의 한계를 통감합니다.


겨울이 되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공동체 옆을 흐르고 있는 시냇물에 사람들이 와서 개구리를 잡아 가는 것입니다. 호미와 지렛대로 바위들을 들추면서 평안히 겨울잠을 자고 있는 개구리들을 술안주로 최고라고 하면서 모두 잡아 갑니다. 큰 돌 작은 돌 등을 들추면서 잡아가기 때문에 내년에 개구리들을 볼 수 있을까 염려가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봄이 오면 어김없이 개구리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땅이 녹고 시냇물이 많아지고 비가 오면 개구리들은 자기 세상을 만난 듯 노래합니다. 개구리들의 노랫소리는 나의 영혼에 위안을 주는 합창입니다. 


공동체 옆 개울에서 가재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처음 가재를 본 것은 약 35년 전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았을 때, 개울에서 가재 잡고 놀았던 생각이 납니다. 개구리 뒷다리를 막대기에 묶어서 시냇물 돌 틈에 넣어 두면 여러 마리 가재들이 개구리를 먹기 위해 모여듭니다. 가재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막대기를 천천히 들어 올립니다. 그러면 가재들은 앞발로는 개구리 다리를 물고 있고 다른 발들은 꼬물꼬물거리면서 올라옵니다. 지금은 하천이 많이 오염되었기 때문에 가재들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공동체가 있는 도심리 마을도 꽤 산골짜기임에도 불구하고 시냇물에서 가재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가재를 발견했을 때 저의 환희와 놀라움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재 한 마리가 왜 그렇게 반갑게 여겨졌는지 모릅니다. 그 가재는 저를 35년 전 어린 시절로 가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신비를 느끼게 했습니다.


창세기 1장에는 하나님이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것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피조물들을 창조하시면서 후렴구처럼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셨습니다. 히브리어의 원어와 영어성경의 표현을 본다면 이것은 단순히 좋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놀랍고 경이롭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하신 해, 달, 별, 나무, 꽃, 동물, 물, 바다, 흙, 사람을 보시면서 감탄하실 뿐만 아니라 놀랍고 경이롭게 보셨습니다. 지금 우리 인간들이 자연을 함부로 다루는 것과는 얼마나 대조적입니까? 


시편 139절 14절에 보면 하나님이 지으신 것에 대해서 ‘신묘막측(神妙莫測)’하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글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신기하고 오묘해서 측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한글 공동번역 성경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가 있다는 놀라움, 하신 일의 놀라움, 이 모든 신비들, 그저 당신께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신비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신비하신 하나님이 신비함으로 모든 것들을 그의 품안에서 창조하셨습니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심미안(審美眼)이라고 한다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세계를 신비한 것들로 볼 줄 아는 눈을 신비안(神秘眼)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신비안을 가졌다는 것은 세상을 하나님의 세계로 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신비안을 가진 자는 세상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의 신비가 세상의 지식과 과학에 의해 점점 점령당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면서 마음껏 뛰놀고 싶은 마음보다는 자동차 운전을 염려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으로 교육받습니다. 봄이 되면 농부들은 밭을 일굽니다. 옛날에는 소가 주로 그 일을 했지만 이제는 트랙터로 합니다. 시골에 있는 소들은 주로 한우로 비육되어 팔립니다. 모든 소들은 귀에 노란 딱지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소의 모든 이력을 컴퓨터로 인식하기 위한 것입니다. 좁은 공간에 갇혀서 사료를 먹고 2~3년 되면 팔려 나갑니다. 이제 소는 우직하게 일하는 존재가 아니라 먹고 살쪄야 하는 존재입니다. 존재가치가 바뀐 소가 불쌍합니다.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본다 해도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지는 못합니다. 주님, 저에게 하나님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신비안(神秘眼)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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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완
강원도 홍천 산골마을 도심리에 2002년 들어갔다. 들풀 같은 농부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서로 <들풀 위에 깃든 사랑>이 있다.
이메일 : gwmfish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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