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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와 신체 조롱은 살해행위

박미라 2018. 01. 02
조회수 4582 추천수 0


혐오와 조롱의 손가락질, 결국 자신을 향한다

외모로 평가하는 사회에 스트레스 30대 직장인 “인격 모독인데…”


 사진7--.JP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Q 30대 직장 다니는 청년입니다. 한국 사회는 남의 얼굴이나 머리 크기 지적해서 웃고 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잖아요. 예능이나 인터넷 기사 보면 자로 재고 시디(CD) 같은 걸로 대서 비교도 하고. 누구는 굴욕이고 누구는 비율 ‘갑’이고….

얼굴 작아지는 성형수술의 사고로 사람도 죽고 했죠. 얼굴 크기 너무 따져서 희롱하는 문화, 이상하고 병적인 것 같아요. 단체 사진 찍을 때 얼굴 작게 나오려고 뒤쪽으로 옮겨서 찍질 않나. 이상하지 않나요?


제가 머리가 커요. 그런데 솔직히 모르겠어요. 나는 내 모습에 익숙할 뿐 아니라 눈이 내 몸에 붙어 있기 때문에 내 모습이 어떤지 매번 확인할 수가 없죠. 하지만 제 외모를 대하는, 모르는 사람들 태도가 늘 스트레스입니다. 길에서 쳐다보고 혼자 웃거나 유심히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어디를 가든 친구를 만나건 소개팅을 하건 공원 산책을 하건 운동을 하건 남자건 여자건 학생이건 중·장년이건….


아는 사람이 그러면 받아주고 받아칠 수도 있겠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그러니 이건 뭐…. 매번 스트레스이고 자존감, 자신감도 늘 떨어지고 고통스러운데 달리 방법이 없어요. 난 죽을 것처럼 괴로운데 아무도 이런 문제에는 별 관심도 없고….


누구는 웃겠죠. 여기도 제 고민 글 읽고 웃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남의 신체 특징 보면서 우스개 삼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보이지 않는 언어폭력이고 인격 모독인데….


솔직히 다른 일로 힘들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땐 극단적인 생각도 들어요. 자살, 그리고 그 사람들 해코지해서 살해하는 생각…. 사춘기에 하는 한때 고민이면 지나가는 홍역처럼 넘기면 그만이지만 2000년대 초부터 스트레스받았고,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가는 곳마다 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오늘 아침도 그랬고, 어제저녁에도 그랬고, 어제 아침에도 그랬고, 그제 저녁에도 그제 아침에도 날마다 그럽니다. 이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연나무


A 제가 연나무님의 글을 선택한 건 연나무님에게 드릴 조언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사연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엔 참 많습니다. 그들은 일상에서 상상할 수 없는 모욕적인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연나무님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외모 때문에 자신을 학대하거나 타인의 비난과 조롱을 소리 없이 감내합니다.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면서요.


<나는 절대 외모에 집착하지 않는다>에서 미즈시마 히로코는 ‘쁘띠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입게 되는 마음의 상처가 그것입니다. ‘쁘띠 트라우마’는, 초기에는 전형적인 트라우마처럼 심각하지 않지만 오랜 기간 반복해서 경험하면 그 역시 치명적인 상처가 될 것입니다.


사회가 지향하는 외모가 아닐 경우, 평균 범위에 속하지 않는 외모를 가진 경우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웃음거리로 만듭니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의 부정적 영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못생겼다고, 머리가 나쁘다고, 공부를 못했다고 특정인을 조롱하거나 손가락질합니다. 그들의 행동이야 웃음 유발을 위한 설정이겠지만, 우리는 왜 예능인이라도 된 듯 행동하는 것일까요. 저 역시 과거의 문제의식을 잃어버린 채, 엄숙주의자가 되지 않으려고 상처가 되는 농담을 해왔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네요.


외모 문제 말고도 웃음거리나 혐오의 대상이 된 이들이 많습니다. 힘이 없고, 소수라는 이유 때문에요. 여성이나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성적 소수자, 노인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사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역시 그들 중 한명이며, 내 가까운 사람들이 그들이기도 합니다. 결국 혐오의 손가락질은 서로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서로 조롱하고 조롱당하면서 끝나지 않을 전쟁을 하는 중입니다. 전쟁에서 서로가 만들어준 깊은 수치심으로 피 흘리면서 분노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연나무님이 말씀하셨듯 이상하고 병적인 문화입니다. 하루빨리 이 문화를 변화시키고 그 안에서 상처 입은 우리를 치유해야 합니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은 브라질의 저 유명한 교육사상가 파울루 프레이리에게서 나왔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대상이 어디 아이들뿐일까요? 사회의 주류와 다수에서 배제된 채 ‘쁘띠 트라우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을 대할 때도 아주 각별하고 섬세한 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외모에 대한 그 어떤 농담도, 심지어 그것이 칭찬일지라도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셀프 디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도 상처 입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흘끔거리는 눈길을 보내는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는 이미 상처 입을 대로 입어서 그 어떤 눈길에도 예민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낯선 사람을 보며 함부로 손가락질하거나 웃는, 무감각하고 무례한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손가락질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너무 조심스러운 건 부자연스럽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의 고통이 완전히 치유되기까지는, 이 비인간적이고 가학적인 문화를 끝내기 위해서는 차라리 부자연스러움과 불편함을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것이 순리라거나 진리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연나무님께는 병원을 찾아 정신건강과 관련한 진단과 상담을 받아보실 것을 권유합니다. 날마다, 하루에도 몇번씩 어디를 가나 그런 눈초리를 느낀다면 혹시 신경증이 깊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적된 상처가 만들어낸 분노와 우울감은 세상을 더 비관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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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심신통합치유학 박사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을 지냈고,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중이다.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완벽하지않아도 괜찮아>등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bles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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