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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망치지않는 법

법인 스님 2018. 01. 25
조회수 694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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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가망신’이라는 말이 있다. 가지고 있는 재산과 명성을 다 날리고 이제는 초라하고 쓸쓸하게 나앉은 경우를 말한다. 지혜롭지 못한 판단과 처신으로 소중한 인생을 망친 사연을 듣게 되면 문득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그 분은 지금 어느 소도시에서 귀금속상을 운영하고 있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평범한 시민이다. 내가 이 분의 삶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혜롭게 산다는 일이 바로 이런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시골에서 11남매의 틈에서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맞았다. 학교도 못가고 매끼 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 시골집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소년은 무작정 서울로 갔다. 최소한 밥은 굶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중국식당에 취직했다. 그 때 소년은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서 내가 사는 길은 오직 정직, 근면, 성실이다. 그러면 주인이 나를 쫓아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을 식당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가 삶을 바꾼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식당 근처의 금은방 주인이 소년에게 제안을 했다. 너 나하고 일하지 않을래? 평소 소년의 성실한 모습을 주인은 눈여겨 본 것이다.


 귀금속과 시계를 팔고 있는 그곳에서 청년이 된 그는 식당에서 와는 달리 이런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는 오직 기술을 잘 배워야겠다고. 그렇게 여러 세월 동안 그는 귀금속과 시계에 관한 기술을 익히고 장사의 방법도 터득했다. 어느덧 월급을 착실하게 모은 그는 지방의 소도시에 내려가서 귀금속상을 차렸다. 가게 이름은 자신의 인생철학을 담은 신용당.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가난했던 소년은 참한 연분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들 두었다. 웃음이 넘치는 나날이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삶의 행적이다. 그런데 평범 속에서 그는 비범한 생각과 다짐을 했다. 이제 돈도 벌고 생활도 안정이 되었는데 어떻게 인생을 망치지 않고 보람있게 살 수 있을까?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이제는 먹고 살만한 주변의 친구들을 보니 노름과 주색에 빠지거나 무리한 사업투자로 패가망신 하는 경우가 있구나. 나는 패가망신하지 않고 나름대로 사는 재미와 보람을 가져야 겠다. 그러자면 책을 읽고 등산을 하고 절을 다니면서 자신을 다스려야겠다.


 지금도 가끔 내게 들러 차담을 나누는 그는 여전히 근면하고 성실하고 헛된 곳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이 분을 볼 때마다 많이 알기 보다 잘 아는 일이 바로 지혜로운 삶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또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은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처신을 가지고 있다.  “나는 누구에게 줄을 서지도 않고 누구도 줄을 세우지 않는다” 자존감 구겨가면서까지 어딘가에 끼어들어 안심이 되는 세상에 그는 억지로 인맥을 만들지 않고도 사람들과 좋은 사이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책에서 찾지 않아도 이래저래 인생길의 고수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가야할 길과 가지 않아야 할 길을 잘 알고, 분수와 능력만큼 일하고 소유하면서 자족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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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전남 땅끝 해남 일지암 암주로 있다.
이메일 : abcd36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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