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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 스님의 마지막 무언설법

조현 2018.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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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오현 스님이 한편의 연극을 끝냈다. 30일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지난 26일 입적한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의 다비식이 열렸다.  건봉사는 비무장지대 부근 최북방사찰이어서 군부대 검문을 몇번이나 통과해야했다. 

 이날 10시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 영결식을 마치고 운구 행렬이 오는 동안 하늘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영결식 때만해도 날은 더 할나위 없이 화창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과 원로회의의장 세민 스님, 총무원장 설정 스님,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석종사 선원장 혜국 스님, 손학규 바른미래당 고문과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 이수성 전국무총리, 양승태 전대법원장, 박한철 전헌법재판소장, 김진선 전강원도지사, 주호영 의원, 성낙인 서울대총장 등 추모객들이 영결식에 참석했다. 그의 사랑을 받은 이근배 신달자 홍성란 등 문학인들도 자리를 지켰다. 조정래 김초혜 부부도 말석에 앉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과 진보적 인사들도 적지않았다. 사하촌의 주민 등 3천여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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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반 뒤 5일간 분향소엔 수만명이 고인을 찾았다. 거기엔 여야, 승속, 지위고하가 없었다. 조계종단의 전현직 종단 지도부들 뿐 아니라 조계종단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명진 스님도 왔다. 이날 영결식장에도 종단쪽과 적폐청산시민연대 쪽 사람들이 다 보였다. 한자리에 앉기 어려운 사람들도 설악의 품에는 함께 깃들었다. ‘내게 돌을 던진 사람도, 내게 꽃을 던지는 사람도 사랑하라’던 고인의 시 그대로 해맑은 모습의 영정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런 안타까운 눈빛들을 뒤로하고 운구행렬은 미련없이 설악산을 떠났다. 설악산에서 금강산 건봉사까지 운구가 이운되는 한시간 동안 기상은 요동쳤다. 화창한 날을 비웃듯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사람들이 “비온다는 예보가 없었는데”라며 걱정했다. 그런데 건봉사가 가까워지자 비는 또 거짓말처럼 개었다. 그러다 다비식 10분전 운구행렬이 다비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먹구름이 뒤덮더니 갑자기 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외 다비장에 불이 붙지않을 수도 있는 비상 상황이어서 이곳까지 따라온 1천여명이 웅성그렸다. 그런데 오후 2시 고인의 관을 연화대에 넣는순간 다시 비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4-.jpg » 부산의 토굴에서 홀로 은거 수행중이라는 무인이라는 노승이 다비장에서 걸림없는 오현 스님의 삶을 상징하는 무애춤을 즉흥적으로 추었다

 오랜 도반인 화암사 주지 정휴스님과 제자인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 낙산사 주지 금곡 스님, 백담사 무문관에서 함께 정진한 유나 영진 스님 등 수십명의 스님들이 불을 붙이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에 아랑곳없이 고인의 사진은 더욱 더 활짝 웃고 있었다. ’날씨가 스님처럼 개구지다’는 말에 금곡 스님은 “변화무쌍해도 결국 지금이 거화(불을 붙임)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다”며 "스님이 원래 그런 분 아니냐"고 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보여도, 나중에 보면 사리가 분명했던 스님의 삶을 말한 것이었다. 

 일부러 꾸밀래야 꾸밀수 없는 천변만화였다. ‘일체가 꿈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으니 애증에 집착하지말라’는 <금강경>의 진리를 시현한 허공법계의 법문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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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을 40년간 가까이서 모신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은 "너무도 세심하면서도 너무도 자상하고 너무도 컸던 이런 분을 이 생에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며 허공으로 가뭇없이 사라지는 한줄기 연기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날더러 허수아비라 말하지만/맘 다 비우고 두 팔 쪽 벌리면/모든 것 하늘까지도 한 반 안에 다 들어오는 것을’ 스님은 자작시 <허수아비>처럼 하늘을 그렇게 안았다. 무산(霧山·안개산)이 걷히고 다시 해가났다. 오현 스님같은 분이 이시대에 우리 곁에 머물렀다는것도, 그가 한줌 재가 되어버렸다는 것도 이날 날씨처럼 거짓인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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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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