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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앞서 조바심치지마요

박미라 2018. 09. 05
조회수 3464 추천수 0


아이보다 앞서서 조바심치지 마세요

우울함과 불안 앓는 대학생 딸 둔 엄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사진20--.jp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Q 큰딸아이(23세, 대학생)가 2학기 휴학을 하겠다는 말과 지난 6월부터 정신과에서 약을 타다 먹는다는 말을 하네요. 어제저녁에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혼자서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생각하니 아이가 너무 가엾고 엄마라는 사람이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아이가 자취를 하고 있기에 오늘 만나러 갔다 왔습니다. 작년에 학교 상담실에서 자신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상담받았는데, 현재 드러난 현상을 과거에서 찾으려고만 하는 것 같고, 현재에 대한 대안이 없어 상담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데이비드 번스의 <필링 굿>을 정독하고 정리를 해가며 읽었지만 별 위안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가 겪고 있는 우울함과 불안을 한낱 그 시기에 겪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치부해 말하기에는 고통을 외면하는 것 같아 섣불리 말하기가 두려웠습니다. 오늘 4시간가량 아이의 말을 듣고, 소소한 일상의 얘기도 나누다 돌아왔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돕는 것일까요? 김지은


A 따님이 우울함과 불안으로 고생하고 있나 보네요.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딸아이가 혼자 겪었을 마음고생이 가여워서라고 하시니 제 마음이 놓입니다. 부모님들은 대부분 왜 하필 우리 딸이 그런 일을 겪나,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라며 속상해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아이의 마음고생을 염려하시다니 김지은 님은 참 좋은 어머니입니다.


불안이나 우울증과 같은 신경증을 경험하는 젊은이들이 요즘 참 많습니다. 연령도 많이 낮아져서 초등학교 때부터 증상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있지요.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게다가 이런 신경증이 어린 시절의 특별한 상처 없이도, 또 이렇다 할 트라우마 없이도 발병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래서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어린 시절 겪은 가족 관계에서 찾으려는 치료법이 요즘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아마도 따님 역시 그런 치료법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필링 굿>이란 책은 인지행동치료의 대중적인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신경증이 급증하는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입니다. 세상에 대한 왜곡된 생각 습관이 부정적이고 왜곡된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것이 그 치료법의 이론적 전제입니다. 이를테면 ‘나는 늘 잘못하고 있다(언제나 그런 것이 아닌데도)’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자신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를 하는 사람은 불안과 좌절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잘못된 생각 습관을 알아차리고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 이 분야의 치료법입니다.


그러나 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당신이 경험하는 불안과 우울과 분노가 당신 자신의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길 주저하게 됩니다. 이토록 많은 젊은이가 불안한 건, 그리고 그들이 우울한 건 우리 어른들 탓, 기성 사회 탓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교육이, 그리고 사회가 그들을 얼마나 몰아세우고 쥐어짜는지 모릅니다. 부모는 덩달아서 아이들을 채근합니다. 가만히 두는 것이 혹시 부모의 역할을 방기하고,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 될까 봐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 사회의 속도가 인간이 따라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과 속도에 자신을 맞추느라 젊은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챌 새도 없게 되었습니다. 잠재되어 있던 가능성은 꽃피지 못하고, 취약한 부분은 심화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우울과 불안은 너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감각 없이, 진정한 자신은 소외시킨 채 앞으로 한없이 내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공황 상태인 것이지요.


그러니 부모님만이라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 되세요. 아이보다 더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보다 더 슬퍼하지 마세요. 그 아이의 속도에 맞춰 주세요.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조바심치지 마세요. 그러면 아이의 마음이 급해져 자꾸 흔들리고 미끄러지게 되니까요.


따님의 장점도 인정해 주세요. 한 개인의 강점은 보통 어려운 상황에서 발휘되지요. 사연을 읽어 보니, 따님은 상당히 성숙한 청년입니다. 요즘은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부모에게 전가하려는 자식들이 많은데,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려고 했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네요. 그 아이의 해결 방식을 믿어 주세요.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너무 그럴 필요 없어, 혹은 넌 이런 게 문제야라는 충고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님과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권하고 싶네요. 다 자라 어색할 수도 있지만 조심스럽게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손을 잡고, 그리고 안아 주는 겁니다. 스킨십은 연결감을 느끼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요. 인간이 고통을 경험할 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정말 큰 위로가 됩니다.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고통도 행복도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보다 중요한 치료법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믿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든든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너를 도울까? 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도울게 하는 말과 태도입니다.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 너를 믿어 줄게, 우리와 함께하자 하는 이야기도 좋습니다.


따님은 아마도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려 잠시 휘청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지은 님처럼 아이를 안쓰러워하고 돕고 싶어하신다면 결국 아이는 균형을 찾을 거예요. 인간의 내면에는 스스로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는 엄청난 힘도 잠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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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심신통합치유학 박사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을 지냈고,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중이다.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완벽하지않아도 괜찮아>등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bles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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