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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삶 누가 지켜줄까

조현 2018.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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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신도 그도 늙는다는 것
나도 당신도 그도 결국은 죽는다는것
아무도 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세상은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위의 세가지입니다.

고령화와 1인가구화와 급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40년 후가 되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80살이 넘고, 또 혼자 살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가 따라가는 선진국들이 보여주듯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관계망의 파괴는 환경오염이나 자원고갈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앞으로는 부모와 자식세대가 같이 사는 이는 더욱 더 희귀한 사례가 될 것이고, 고령화시대엔 부부라하더라도 한명이 암같은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할 경우 40~50년을 늘고 병든 상태로 양노원이나 요양원이나 혼삶족으로 살아야하는 경우도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기에 관계망이 절실합니다. 하버드대학교가 1938년부터 무려 79년간 724명을 장기 추적조사한 결과 불행한 사람들은 홀로 고립된 사람들이고, 행복한 사람들은 인간관계, 즉 관계망이 끊어지지않은 사람들이라고 발표한 바있지요.

그런데 이는 공동체성이 살아있었던 과거시대보다 300만년 포유류의 역사상 최초로 관계망이 깨져가고, 함께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현재와 미래시대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을 이야기합니다. 반드시 함께 삼시세끼밥을 같이 먹는 공동체가 아니라도 최소한 이웃끼리 알고 지내고, 어울리며, 홀로 앓고 있는지, 죽어가고 있지않은지도 살펴주고, 서로 돕고 돌봐주고 의지하는 이웃공동체가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갈등을 두려워하고 인간을 믿기 어려워서 모래알이 되어가 관계망이 끊어지는 시기로 치닫기에 역설적으로 관계망을 회복하지않으면 인간적 삶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멀리 있는 자식 친인척보다 가까이에 있는 공동체가 삶의 위기엔 가장 절실하고, 일상의 행불행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일찍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해 마을공동체에서 살아가는, 특히 마을공동체를 만든 촌장들로부터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함께 살 때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수유동 한신대학원에서 #우린다르게살기로했다 에 나오는 마을공동체의 촌장들을 초청해 진행한 북콘서트의 내용을 그대로 전합니다.

다음 촌장들을 초청한 북콘서트는 1월12일(토) 오후2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옛 본량면) 남산동 신흥마을(본량초등학교 뒤)공동체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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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북콘서트 및 좌담회는 12월 서울을 시작으로 1월 광주, 2월 대전, 3월 부산에서 이어진다.

우리는 왜 함께 살게 되었나

조현 : 이렇게 뜻 깊은 곳에 와서 좌담회를 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우리가 행복에 대해 논의할 할 겁니다. 책을 내고 그동안 저 혼자 북콘서트를 했는데 아쉬웠던 것이 직접 공동체 사시는, 제가 촌장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분들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들으면 좋겠다 늘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 이런 기회 마련해 주셔서 직접 공동체 하시는 분들과 의미 깊은 자리 갖게 됐습니다. 먼저 공동체 소개부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채상병 : 저는 부산 온배움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온생명론 말씀하신 장회익 선생님, 장호원 선생님 등이 인재를 키우자는 생각으로 2003년 함양에 녹색대학을 만듭니다. 한신대에서 공부하신 허병섭 목사님이 그때 참여하셨습니다. 녹색대학이 어려움을 겪다가 허병섭 목사님이 2008년에 대표가 되시고 이름을 온배움터로 개명하셨습니다. 

그 후 자신은 함양이라는 지역을 생태문화 공간으로 창조하겠다, 지역별로 온배움터가 있어서 그 지역을 생태문화 공간으로 창조하도록 하자 제안을 하셨어요. 부산에 오셨을 때 한 번 뵀는데 그때 부산에도 만들어라 하신 다음 2009년에 쓰러지셔서 3년 뒤 돌아가십니다. 그 말씀을 유지로 받아서 부산에 온배움터 만들게 됐습니다. 온배움터는 의식주 관련된 전문 기술 배웁니다. 먹거리 분과, 옷살림 분과, 생태건축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하고, 대체의학 분과, 마을공동체 분과, 대안교육교사양성과정, 청년대안활동가과정 등을 열어서 부산 지역 사람들을 일꾼으로 만드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혼자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밭에서 산양을 키워서 산양유 짜서 양산에 산양유 공급하고 닭도 40~50마리 키우는데 계란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청년대안활동가 양성과정을 했는데 청년들이 전국 대안적 공동체 돌아본 다음, 우리도 뭔가 하자 해서 청년자급자립생태예술축제 '온나'(온전한 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정민철 : 저희 농장 이름은 젊은협업농장입니다. 시설하우스 1,500평, 논 3,000평 정도 농사를 짓습니다. 다 임대해서 합니다. 시작한 계기는 공동체 하려 한 것 아니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저희 농장에 자꾸 오려고 하더라고요. 오라고 한 적 없는데 농사를 배우고 싶다 해서 다 받아 주었습니다. 농사 배우겠다는데 귀하니까 같이하자 했지만 이 사람들 모여서 행복하게 오소도손 공동체적으로 살고 있구나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1, 2년 후에는 나가라 합니다. 농장 독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새로운 사람이 계속 진입할 수 있도록요. 

농촌 인구가 감소한 것이 오래된 것 아닙니다. 1980~1990, 1990~2000년대 넘어가면서 반통씩 감소합니다. 최근에 일어난 변화라고 생각되고, 학교들 어떻게 하면 폐교시키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면 단위가 하나의 커뮤니티 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뭐가 있을까 고민합니다. 

저희는 장례식에 제일 열심히 참여합니다. 동네 주민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곳입니다. 동네 어르신이 92세에 돌아가셨는데 91세까지 농사를 지었거든요. 이분이 돌아가실 때 꼭 상여를 매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다 70대 노인들만 계셔서 저희 농장 사람들이 가서 상여를 맸습니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그 집은 청년들이 들어가고, 농사짓던 땅도 받아서 농사를 연결시켜 짓고 있습니다. 그 시스템을 지역 사회에 구축해야 합니다. 저희 농장 청년들은 자기 부모님께 물려받은 땅이 한 평도 없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호미를 잡아본 친구들만 같이하거든요. 

장곡면 학생들을 다 모으면 46명인데 학교가 중요한 것이 청년들을 아무리 받더라도 초등학교가 사라지면…. 장곡면이 커뮤니티라 했는데 초등학교 중심으로 생활권이 묶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유지시키려고 청년들 대상으로 학생들 교육을 하도록 하고, 자녀들을 이 학교로 보냅니다.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떻게 농업 지속할 것인가. 농업 가치 어떻게 유지 재생산할 것인가. 두 번째는 소속된 마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까, 세 번째는 이걸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학습 체제 구축입니다.

또다시 학교라는 틀을 만들지는 말자 해서 농장에서 흩어져 일하는 사람들 매일 모여서 학습을 같이 합니다. 매일 저녁 있습니다. 강사 선생님이 2~3시간 강의해서는 전달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8시간짜리 강의를 해보자 했고, 하는 김에 더 하자 해서 1년에 두 번 16시간 연속합니다. 1박 2일간 농촌에서 가장 더울 때, 가장 추울 때 합니다. 1년 전 약속을 하고, 강사가 평생 공부한 것을 같이 학습합니다. 이런 식으로 학습이 그 마을 유지시키는 기초가 되고, 그게 없다면 농업이나 마을이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민수 : 은혜공동체는 일반 교회로 시작했습니다. 복음서를 통해서 예수의 길 알게 되었고 예수의 길 따라가면서 공동체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어떡하면 예수가 바라는 공동체 꾸릴 수 있을까를 길게 보면 20년 정도 고민하다가 같이 사는 실험도 해보았고요, 그래도 근접할 수 있는 삶은 생활공동체이겠다 싶어서 생활공동체 꾸려서 살아보자고 마음을 같이 품었습니다.

재작년부터 생활공동체 건물 짓기 시작했고, 작년에 입주해서 올해까지 1년 3, 4개월을 한 건물에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방은 각자 독립된 공간이지만 대부분은 공유공간이고, 한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같이 살다가 싸우고 패배하고 나오지 않을까 우려감 있었는데 실제 살아보니까 단독 세대로 살아갈 때보다 몇십 배는 더 재밌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지금은 쫓겨만 나가지 않고 살면 인생은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구성원들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생활공동체로 사는 사람들은 돌아가며 바비큐 파티를 주관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야유회도 가는데, 전국의 좋다는 산은 다 다니고 있습니다. 도봉 이사 와서는 주변 산을 숙지하자는 차원에서 불함산, 수라산, 도봉산, 북한산, 사패산을 한 달 한 번씩 오르는 중입니다. 축제가 1년에 4번 정도 있고, 한 달 한 번씩 인문학 강의가 있는데 1년 학기제로 운영됩니다. 올해는 1월부터 장자를 배워가고 있는데 11번째 강의 듣고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무한행복을 누리는데,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와 작은 일들이라도 하자 해서 한국 사회에서 어려움 겪는 분들 누구일까 찾다가 조작간첩 희생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사회에서 찍혀 나가서 사시는 분들 찾아다니면서 함께하는 시간 가졌습니다. 그분들 모시고 파티를 했고, 그분 중 한 명이 우리 공동체 주변에 이사를 오셨는데 집들이 파티를 공동체에서 열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농성장도 찾아갔습니다. 몇 평 안 되는 텐트 안에 80명이 들어갔습니다. 쌍용자동차, 지금은 타결됐지만 코오롱 해고노동자, 굴뚝에 계신 분들 구미에서 300일 넘게 투쟁하시는데 함께하길 원하는 곳 적극 다니려 합니다.
 
최철호 : 인수마을에서는 밤에 아이 데리고 마실 갈 수 있는 거리, 즉 일상적 삶의 동선 겹치는 공간을 마을이라 생각합니다. 행정구역 단위로 마을에 접근하는 것 지양합니다. 홍천에서는 면 단위를 마을로 생각합니다. 저희는 토박이 씨앗 중심으로 농사를 합니다. 봄 되면 채종한 씨앗을 나누는 잔치를 합니다. 채종한 씨의 역사 기록하고 가져간 사람이 어떻게 또 씨를 남기게 되었는지 서로 이어가는 씨앗 잔치입니다. 

홍천에 필요한 학교 공간, 집들은 직접 짓고 있는데 짓다보니 전문적으로 하는 친구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생태건축 공법이 다양한데, 대안적 이야기 속에는 경직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직접 경험하면서 책임 있게 나누자 해서 짓고 있습니다. 양파망 공법, 계란판 공법, 전통한옥 벽채 단열 문제가 큰 문제인데 어떻게 생태적으로 복원할 건지, 시멘트 쓰지 않고 기초 어떻게 할 건지 등을 나름 점검하면서 해보고 있습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통과하는 일상적 삶의 양식에서 사람들이 세상에 지배당한다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대안적 문화, 마을잔치로서 결혼식, 돌잔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결혼식할 때는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을 자원 받아서, 결혼 당사자와 같이 기획을 합니다. 부모님들이 개입해서 방향을 틀지 않는 선에서 재밌게 하고 있고요, 부모님들도 문화공연 느낌도 받으시고, 결혼식이 경직된 것 아니라 신랑, 신부가 주인 되고 함께 사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마당잔치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전쟁이 곧 날 것 같았던 때에 동북아생명평화 기도순례를 다니기로 하고 한 달에 한 지역씩 다니면서 이 땅 곳곳 상처와 아픔, 원통함 서린 곳을 해원하는 기도, 치유하는 기도 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넘어가면 개성 가는 길인데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입니다. 이곳은 11월에 다녀왔고요,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길벗이 많이 있는데 그 지역에서 같이 참여하기도 합니다. 

저희 공동체는 1991년에 시작했고, 21~23세 청년들이었습니다. 개별화된 사람들이 뚫고 갈 수 있는 한계를 어떻게 함께 힘을 모아서 뚫고 갈 수 있을까, 늘 하던 이야기를 30-40대에도 반복하지 않도록 지켜주고 독려하는 관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7, 8년 지나니까 결혼, 임신, 출산, 육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청년 때 문제의식과 결혼 이후 직면하는 문제의식은 성격이 다르고, 풀어가는 방식도 완전히 다릅니다. 청년 때는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이런 과정을 통과하려면 마을공동체가 회복되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마을이 깨진 상태에서 가정 위기도 오고, 생태 위기도 발생합니다. 마을을 어떻게 생태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더불어 사는 삶의 양식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2000년부터 인수마을 공동체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도시에서 더불어 사는 삶이 도시 문명 자체에서 가능한가, 도시 문명 자체가 농촌과 함께하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 하겠다 생각했고, 농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의 양식 필요하겠다 싶어서 2009~2010년을 거쳐서 강원도 홍천으로 공동체 귀농귀촌을 하게 되었습니다. 홍천에서는 중등 과정, 고등대학 통합 과정을 하고 있고, 초등과 어린이집은 폐교 위기 직면한 분교를 살리자 해서 아이들을 거기에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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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 때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어떻게 푸나 

조현 : 저는 몸이 몹시 아파서 1년 휴직을 하게 되었고, 병원을 다녀도 차도가 없었기 때문에 소개받아 태국 아속 공동체를 가보게 됐습니다. 이 사람들처럼 살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겠다 기대를 갖고, 애초 계획을 초과해서 아속 마을을 여섯 군데 돌아다니다가 외국 공동체를 몇 군데 더 방문했습니다. 그 이후에 한국의 공동체를 정리할 필요 있겠다 싶어서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를 쓰게 했습니다. 공동체로 더불어 살 때 골치 아플 때도 있을 텐데 힘들 때 어떻게 하는지 일단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채상병 : 저희 집 주변에 청년들이 세 명 정도 왔습니다. 아픈 마음, 오해가 쌓이면 아침 시간에 같이 모여서 명상하며 푸는 것도 좋습니다. 제가 고생을 많이 하는데 아내가 안 도와주고 해서 답답할 때 많은데 아내를 위해서, 그리고 공동체 친구들 위해 기도하면서 내 아픔 넘어서려 합니다. 그런데 그런 문제의 핵심은 사실 저한테 있더라고요. 제 아집, 에고가 드러날 때마다 부딪치는 것이죠. 돌아보고 있습니다. 

정민철 : 충돌이 많이 일어납니다. 저는 기존에 계신 분들과 이주해 온, 이주하려고 타진해 보는 젊은 청년들 중간에 끼어 있는 셈입니다. 어르신들은 '아니, 젊은 것들이 잠도 안 자고 일해서 돈 벌어야지' 하시고, 청년들은 농사지어서 수익 이것밖에 안 나오면 너무 노동 강도가 센 것 아닌가 합니다. 농촌의 전통적 공동체성 있는데 그것을 도회지에서 온 청년들이 이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는 그것 이해하는 데 8년 걸리더라고요. 8년 지나니까 '아,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싶었습니다. 이해하기 전에는 아주 불합리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정답만 찾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 불만이 저한테 올 거잖아요. 저는 알았다고만 하고 답을 안 해줍니다. 논쟁이 벌어지면 마을 파탄날 것처럼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누가 맞다 틀렸다 말을 안 해주려고 합니다. 제가 스트레스 안 받는 이유가 답을 안 찾기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습니다. ^^ 설득은 소용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 때문에 잠수 타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남의 일이다 생각하기 때문에…. ^^ 

박민수 :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면 저는 내면화되는 성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그렇지는 않은데 초기만 해도 속으로 앓는 거죠. 한 1년 넘게 불면증 겪은 적도 있습니다. 내가 수용이 안 되니까 감당이 안 되는 거죠. 쳐다보기도 힘들고, 괴성을 지를 수도 없고. 어떻게든 살아야 되니까 그때 썼던 방법은 공부였습니다. 사람이 각자 독특한 내면이나 지향을 갖고 있기에 사람의 다양성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이해가 생기는 만큼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몇 년 공부하고부터는 편해졌는데 요즘도 힘든 시간은 있죠. 그럴 때 산책을 많이 합니다. 예전보다는 좀 성장한 것 같고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할까요. 공동체원들도 자기 문제에서 살다 보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하늘 벗 삼아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늘 많이 쳐다봅니다. ^^

최철호 : 저는 사람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없는 편이고요,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 생긴다거나 풀어야 할 일이 생기면 스승을 찾아갑니다. 스승이 가깝게 살고 있는데 얘기를 많이 하고요. 풀을 베다 보면 생각이 없어지죠. 그때그때 하다 보면 생각이 없어질 수 있는 그런 반복노동을 찾아서 해요. 노동을 통한 치유라고 할까요. 

20대 때 생각이 많고, 떠오르는 게 많아서 잠이 안 올 때 있었어요. 잠을 못 자면 힘드니까 저 나름대로 터득한 게 있어요. 복잡한 마음을 탁 떨어뜨리는 방법인데 우연히 터득한 게 있어요. ^^ 생각을 지우는 노동을 할 때도 있고, 스승을 찾아가서 한참 떠드는 때도 있고, 이렇게 세 가지 방법론이 있습니다. 

함께 살면 좋을 것 같지만… '나는 힘들 것 같아요' 

조현 : 제가 강연을 30번 정도 했는데 핵심적이고도 어려운 질문이 뭐냐 하면 '강연도 좋고, 마을공동체가 너무 행복하고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안 될 것 같다. 나는 힘들 것 같다'였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인데 실제 살아보니 어떤지 자기 공동체 사례를 말씀해 주십시오. 

정민철 : 저희 농장에 온 청년들이 6개월 살아보면 이런 말을 합니다. 도시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싫어서 농촌 오면 혼자 생활할 수 있지 않나 싶었는데 도시보다 관계가 더 복잡하고 더 얽히고 더 많은 관계 만들어야 된다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엄청 두려워합니다. 공개적 자리 가는 것, 여러 관계망 형성하는 것 두려워합니다. 청년들이 도시에서 관계를 형성해 본 적 없는 것 같더라고요. 막연한 두려움일 뿐이고, 그걸 경험해 본 사람은 겁을 적게 냅니다. 생각 외로 두려워하는 것은 안 해봐서 두려울 뿐입니다. 해보면 자기 재능을 발굴할 수가 있습니다.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경험해보면 됩니다. 공동체라든가, 농촌이라든가 생존을 위해 만날 수밖에 없는 곳 가면 숨은 재능을 발견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저희 농장은 마을 한가운데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일상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청년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건 '숨을 곳 좀 만들어 달라'입니다. 숨을 곳이 없으면 서울로 가요. 여기 오면 할머니들을 일상적으로 만나죠. 그 경험 속에서 이 친구들이 일상적 만남에서 사람을 어떻게 만나고 어떤 관계 맺어야 할지 터득해 갑니다. 일상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 중요하지 않나 합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박민수 : 요즘 시대만큼 개인화된 사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화된 사회에서는 각자 자기 세계에서 왕이 되어 있습니다. 왕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을 경우 그 모습은 자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평민이 되어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왕이 되면 자기 말이 곧 법이 되어야 하고 자기 의견이 관철되어야 합니다. 자기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기를 공격한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사회는 결코 쉽지 않다 생각합니다. 

함께 살자 했을 때 두려움부터 갖는 것은 사실인데 그걸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는 각자 과제입니다. 일단 나는 왕이 되지 말자 생각합니다. 함께 모인 사람들이 그런 생각 가져주면 좋죠. 나부터 왕이 되려는 지향을 내려놓자 하면 가능성 있다 생각합니다.

최철호 : 우울하면 어울리려 하지 않잖아요. 정신적으로 힘들 때 그것을 가속시키는 것이 개체화로 가는 길입니다. 심리적 아픔이나 자살 충동 등을 겪는 사람은 누구도 내 고민 이해할 사람 없다고 대부분 개별화됩니다. 그게 생명의 위기의 전형적 형태라는 것을 확인하는 대화를 많이 합니다. 

도시에 몰려 뭔가 내몰린 채 자기를 잃어버리고 살 수밖에 없는, 나를 상품으로 팔지 않으면 내 노동, 삶이 인정받지 못하는 삶의 질서를 누구나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끄는 계기가 개체화입니다. 개체화되어 있으면 지배하기 효과적입니다. 뜻을 공유하거나, 대안을 함께 풀어 가고 있으면 지배하기 어려워집니다. 돈, 자본이 우리를 지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개체화입니다. 그걸 토대로 대중소비문화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사회 문제 분석, 문명의 질서 해석하는 책, 고전을 읽으며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채상병 : 저희 공동체에 청년 한 명이 같이 농사지으려고 왔는데 이 청년이 안 보이는 겁니다. 1주일 내내 산야초 수업 들어가고, 킥복싱까지 배우러 다닙니다. 도대체 여기 왜 왔냐 했더니 자기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왜 함께하지 않냐 물으니까 자기도 뭔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관계 맺으려니 불안하고, 뭔가 갖추어서 관계 맺어야겠다 해서 돌아다니는 겁니다. 좋은 모습, 잘난 모습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습니다. 자신의 낮은 곳까지도 용서할 수 있어야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겠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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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가 아이들 키우기에 가장 좋은 이유는 

조현 :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서 10년간 126조 원을 퍼부어도 문제가 개선이 안 됩니다. 이번에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로드맵을 제시했는데 큰 방향은 잘 잡았다 싶지만 공동체성을 보완한다는 등의 얘기는 전혀 없습니다. 현대는 부자이건 가난하건 애 키우는 것을 너무 힘들어합니다. 품앗이 육아, 공동육아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잃어버린 마을공동체, 공동체성 보완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같이 살아보니 애를 낳고 기르는 데 실제 유익이 어떤 건지 박민수 대표님부터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민수 : 생활공동체 꾸렸을 때 입주에 대한 열망이 컸던 분들이 어린아이 키우는 부부였습니다. 같이 살 때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혜공동체의 경우 부모들이 팀을 꾸려서 순번제로 돌봄을 했습니다. 열 팀이면 스무 명이 한 조 되어서 열 명의 아이들을 두 명이 돌봅니다. 돌보미라고 이름 붙여 운영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함께 사는 싱글들도 참여하겠다 했습니다.
 
지금은 성인 스무 명 정도가 2인 1조가 되어서 아이 열 명 정도를 돌봅니다. 열흘에 한 번 정도 아이와 함께 놀고 나머지에는 시간이 남으니까 다양한 동아리 활동 많이 하고 있습니다. 초등 아이들 경우는 한 공간 있다 보니까 자기들끼리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청소년도 그렇고요. 

최철호 : 아이를 같이 키울 때 가장 큰 유익은 아이들 성품, 인성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인성교육은 프로그램으로 되는 것 아니고 그 아이를 사랑하는 마을 어른들의 말, 잔소리가 어우러져서 된다고 생각합니다. '잔소리하지 마라'가 요즘 중요한데 그건 잔소리 주체가 엄마아빠로 개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이고요. 옛날 어르신들은 자기 아이처럼 마을 아이들에게 잔소리하고 가르쳐주고 보호했습니다. 한 아이에게 마을 어른의 여러 인성이 내려지기 때문에 좋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도시에서 마을공동체 개념을 밤에 아이 데리고 마실 갈 수 있는 거리라고 잡은 건 출산, 육아가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옛 어른들이 집에서 아이 돌보는 것을 자식농사라 했습니다. 밭에서 생명 돌보는 것은 농사라고 했습니다. 농은 안팎으로 생명살림을 얘기합니다. 한 공동체, 사회는 생명살림 문화, 문명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생각합니다. 그 집단이 가진 사상, 가치가 아니라, 하는 사업이 아니라 그 집단에서 생명살림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입니다. 마을에서 실제로 아이들이 어떻게 생명으로 살려지고 있나, 밭에서 어떻게 생명으로 살려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1999년도에 뜻 있는 친구들이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거치면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를 같이 키워야 한다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수유에 살 때 저희 집에 아이가 둘 있었는데 제가 월, 수, 금 아이를 보고, 아내가 화, 목, 토 보는 식으로 부부 품앗이를 했습니다. 다른 집도 집집마다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신촌에 살던 친구가 우리 집 앞으로 이사 오니까 품앗이를 같이하게 됩니다. 그 집도 아이가 둘인데 아이 넷을 같이 보는 거죠. 아이 넷을 같이 보면 기본놀이 구성은 아이들끼리 이루어집니다. 그만큼 육아 중압감,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지금도 저희는 품앗이를 거의 일상적으로 하고 있어요. 지금도 어디선가 품앗이가 있고요, 공부를 한다든가 하면서 매일 품앗이가 돌아갑니다. 그렇게 하다가 육아와 관련해서 뜻 있는 친구들과 부모들이 힘을 모아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마련했고, 아이 아빠가 아이랑 운동장 가서 노는 모습이 좋으셨던 할머니가 자기 손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초등 대안학교를 하게 됐고 그 아이들이 또 중학생 되면서 홍천에 생동중 개교를 했고, 고등 나이 될 때 고등대학 통합으로 학교를 세웠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학년만 세웁니다. 내가 어느 학교 교사다 소개하는데 학생이 1학년밖에 없다 하면 웃기잖아요. 하지만 사회적 코드에 맞게 학교를 세우면 그 안에서 자라는 생명은 그것을 위한 도구가 됩니다. 개인으로 있을 때는 풀기 어려운데, 먹고 자고 입는 것을 한 마을에서 같이 풀어가는 장이 확보되면 큰 힘과 유익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품앗이하는 엄마아빠가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늘어나니까 밥을 따로 준비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기왕 먹일 거면 주변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같이 먹게 마을식당으로 시작합니다. 아이 키우면서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함께 풀어가면서 그것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하니까 사업에 대한 스트레스 받을 것도 없고, 수지 안 맞아서 망할 염려도 없고, 지역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고리가 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채상병 : 저희 집 뒤편에 이사 온 청년이 계획 없이 임신이 됐습니다. 축하해 주니까 '좋지요' 하는데 눈빛에 불안이 깃들어 있는 거예요. 마을에 사는 부모님들이 '걱정하지 마라. 같이 키워줄게' 하니까 점점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뀝니다. 임신하면 좋지만 어떻게 키우지 하는 마음이 청년들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육아, 출산 교육을 해야겠다 싶어서 작년부터 마인드벨 과정을 만들었어요. 서로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거거든요. 그 과정을 듣는 부모님들이 많이 웁니다. 자기 속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키워야 하는데 자기 소리 안 듣고 각종 서적을 찾아보는 거죠. 자기 안의 소리 듣기가 혼자서는 힘드니까 함께 공부하면서 용기를 줄 때 그제야 자기 소리를 듣게 됩니다.

정민철 : 보험을 어디 들 거냐고 청년들에게 자주 질문합니다. 자기 문제 해결하는 방식은 보험회사에 드는 방식이 있고, 마을에 드는 방식이 있습니다. 마을에 보험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따라 내 이후 진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장곡면은 초등학교 하나만 있습니다. 작년에 어린이집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아이는 농장에 기본적으로 그냥 데려옵니다. 아이를 데려와서 같이 생활을 하는 방식입니다. 에너지 쏟는 것이 장기적으로 내 문제를 해결하는 보험에 드는 것이다로 접근하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내 삶 가까이에 나를 지켜주는 안전망이 있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조현 :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감정, 상처가 각인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같이 있는 게 행복하다는 경험, 조직의 단맛을 알아야겠다 싶습니다. 사람이 좋다는 체험이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함께하면서 왜 행복한지 마지막으로 말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철 : 농장에서 독립해 나갈 때 청년들이 '독립하면 사람들과 일하지 않겠다. 너무 비효율적이고 타당성 없다' 합니다. 그래서 나갈 때는 꼭 개인농장 만들어서 독립해요. 그런데 2년 뒤에는 반드시 공동농장으로 다시 갑니다. 이건 경험의 문제거든요. 두 개를 비교해야 선택을 하는데, 둘 중 어느 것이 삶의 질이 나은가 보면 선택하게 됩니다.

저희는 협업농장이라 해서 공동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엄밀히 노동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루 8~10시간 정도 노동을 같이합니다. 그리고 생활은 철저히 개인적으로 합니다. 노동하는 동안 많은 다툼이 일어나는데 그걸 보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상추를 심어라 일을 시켜놓고 오면 청상추를 먼저 심을 거냐, 적상추를 먼저 심을 거냐 싸우고 있습니다. 뭘 먼저 심어도 상관없는데 말이죠. 1년간 같이 노동해 보면 사람의 성향이 대충 파악됩니다. 독특성을 인정하고 나면 그다음에 생활공동체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생활 전에 노동공동체 같이해 보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농장 교육은 독립시키는 것 목표로 합니다. 공동으로 하지만 목표는 독립입니다. 독립된 인간이 협동을 잘합니다. 독립되지 않은 개체가 협동하면 서로 의지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올해 새로 온 친구가 열여섯 살입니다. 새벽 5시 반에 나와서 농사지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6개월 만에 어른으로 성장을 하더라고요. 성장하고 독립할 기회를 제공한 이후에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인데 앞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모이는 것 중심으로 자꾸 고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청년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확인시켜 줍니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이 같이하는 게 훨씬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 속에서 올바른 공동체가 확산되지 않겠나 합니다.

저희는 농장에 분업체계를 만들지 않습니다. 독립시키려면 전체를 다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효율이 떨어지죠. 청년들이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너는 도시에서 왜 왔냐'라고 물으면 '도시의 톱니바퀴와 같은 시스템 속에서 부속품같이 느껴져서…' (청중 웃음) 머리로는 공동체를 생각하지만 몸은 자본주의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걸 인정하자는 겁니다. 그러면 그걸 하고 있는 곳에 가서 몸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어리면 어릴수록 빨리 배워요. 연식이 있을수록 어렵습니다.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함께한다는 것을 내 몸이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걸 배울 시간을 주고 교육을 받아야 됩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고 학습으로 접근하면서 공동체에 접근해야 초기의 어려움이 없지 않나 합니다. 

박민수 : 홀로 있을 때의 외로움이 같이 있으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우울증 앓았던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단 한 분도 없을 정도입니다. 공동체로 살면 사람 맛 느껴가는 재미가 큰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사람 있다는 것 자체가 만족을 줍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어떤 목적, 의미 없이 무언가를 같이하는 것 자체가 큰 만족입니다. 오늘 뭔가가 하고 싶은데 옆에 사람이 있으면 같이하자 할 수 있습니다. 저희 공동체에 50명이 사는데 소그룹은 100개쯤 됩니다. 그만큼 행복해진다 말하고 싶습니다.

최철호 : 하늘과 땅이라는 생태 즉 자연이라는 안전망을 제거시켜 버렸기 때문에 우리에게 근본적 불안이 있습니다. 그런데 잘 못 느낍니다. 미세먼지 정도 되니까 안전망이 없으면 숨도 쉬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가정도 안전망인데 위기 상황입니다. 그런데 가정과 자연을 현실적으로 매개하는 가장 중요한 안전망이 있는데 아직도 감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다 깨져버린 안전망, 그게 마을이라고 생각해요. 마을이 없으면 가정의 어려움을 가정 단위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 단위로 간다면 마을이 없을 때 어렵습니다.

불안을 조장하는 구조에 내몰리는데 생태는 그래도 다가오고, 가정은 많이 공론화되었는데 그 매개인 마을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생각들을 합니다. 마을운동하는 사람도 프로그램화된 마을에 관심이 있고, 실제 안전망으로 마을이 있나 없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참 드뭅니다. 

이런 세 가지 안전망이 없다면 우리를 지키는 안전망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돈입니다. 내가 벌어내는 돈 외에는 어떤 것도 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가고 싶었던 학교, 가고 싶었던 직장 얻고 나서도, 사고 싶은 것 사고 나서도 불안에 내몰리고 욕망에 조작을 당합니다. 이런 구조적 불안과 안전망 상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립지대는 없습니다. 무엇에 지배된 상태로 살 것인가, 그 힘을 거부하는 삶을 어떻게 구성해 갈지가 과제가 아닌가 절박하게 생각합니다. 

어릴 때 가정에서 형제관계가 좋으면 커서 누나는 윗집 살고, 나는 아랫집 살자, 친구관계가 좋으면 우리 각자 결혼하더라도 같이 살자 합니다. 같이 산다는 건 생명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동심이고, 그것을 회복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그 행복감은 뭔가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근본적 행복감입니다.

저희 공동체는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라이선스 따는 공부가 아니라 우리 삶을 성찰하는 공부를 합니다. 1991년부터 저희가 쉬지 않고 하는 게 공부입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묵자를 120명이 같이 공부했습니다. 10월부터는 도덕경을 공부하는데 130명 정도가 등록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1991년부터 계속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매회 격주로 열 명 이상씩 발제를 합니다. 꾸준히 자기를 성찰하는 공부가 일상을 지배하는 미시적 권력에 대처하는 힘을 줍니다. 

그런데 책으로 하는 공부보다 신비롭고, 감격스럽고, 훨씬 행복감을 주는 공부가 사람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소우주인 이 생명이 가진 깊이가 너무 새로운 거죠.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는 행복감은 굉장히 좋은 책을 읽고 감격을 누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 공부는 가깝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를 비추겠다 하는 공간이 없으면 거기서 읽어낼 수 없는 공부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행복은 소소한 곳에 많이 있다 생각합니다. 

조현 : 이곳 한신대는 함석헌 선생님, 문익환 목사님, 문동환 목사님, 서남동 목사님, 안병무 교수님 등 다른 삶을 사셨던 분이 가르쳤고, 또 우리 사회에서 다르게 사신 분들이 공부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다른 삶, 다르게 살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자리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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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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