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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덮친 스컹크의 방귀

박성훈 2019. 02. 07
조회수 2869 추천수 0

스케-.JPG » 부르더호프공동체 마을 중 하나인 미국 메이폴리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올 해 뉴욕의 겨울은 아주 천천히 옵니다. 하늘은 납덩이처럼 무겁게 구름만 잔뜩끼는 날이 빈번해 끊임없이 비만 내리고 아직껏 큰 눈 한번 오지 않았습니다. 얼마전까지 봄날처럼 따뜻하다가 마침내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막내 유빈이는 주말이면 투정을 부립니다. 포근한 날씨 때문에 얼음이 얼지않아 아직 스케이트장을 오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에 유빈이는 얼음이 꽁꽁 얼은 빙판에서 친구들과 아이스하키를 즐깁니다. 아이스하키를 너무 좋아하는 유빈이는 매 해 가을이 시작되면 튼튼한 참나무를 골라 자기가 쓸 하키스틱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쓸만한 하키 스틱 하나 만들려면 이만 저만 시간과 노력이 드는게 아닙니다.  작년엔 이곳에서 그래도 목공의 장인이라 불리는 한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멋진 하키스틱이 완성되었습니다. 하키스틱이 완성되면 튼튼한 테이프로 블레이드 부분을 칭칭 감아줍니다. 그러면 내구성이 증가되고, 그립감이 높아져 패스나 슛을 할때 고무로 만든 원판인 퍽이 안미끄러져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얼마전 하빈이가 속한 고등학교 그룹이 공동체 마을에서 한시간 떨어진 캣츠킬 산 정상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노스 앤 사우스 호수(North & South Lake)로 스케이트를 타려 갔습니다. 그곳은 한국의 북한산 만큼 높아 얼음이 꽁꽁얼고 호수가 워낙 넓어 스케이트를 타면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돌아올 때는 바람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미끄러져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가 그만입니다. 대부분 남학생들은 이 때를 아이스하키할 수 있는 기회로 삼습니다. 하빈이도 예외는 아닌지라 동생이 정성스레 만들어 놓은 하키스틱을 빌려갔습니다.

 

1스케장-.JPG

 

그런데 왠일입니까,  그만 그것을 뚝 부러트리고 말았습니다. 동시에 유빈이의 가슴도 철커덩 무너져 버리고 말았지요. 이번 것은 다른 것보다 정성을 몇 배로 들여 만들었는데… 유빈이는 그만 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둘 사이에 몇 번의 신경전이 오간 후, 다행히도 유빈이가 그 전에 만든 하키 스틱을 제가 창고에서 찾아내 다시 둘 사이에 평화를 찾게 되었습니다. 유빈이는 그래도 창고에서 찾은 것이 하빈이가 부러뜨린 하키스틱만 못하다고  중얼중얼 거립니다. 그러면 우리 아내는 말하지요. 내가 자랄때는 언니랑 저렇게 싸우지 않는데 도대체 누굴 닮아 매일 저렇게 다투냐고... 누굴 닮기는…  절 닮았지요. 제가 자랄때는 형들이랑 매일 치고 박고 싸우며 자랐지요. 싸우지 않으면 재미가 있나요.  하빈이가 심심해 슬슬 동생을 푹푹 찔러 싸움을 거는 것을 보면 내 어릴때 모습이 떠올라 싱긋이 웃게 됩니다.

 

드디어 메이플릿지도 얼음이 얼어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스케이트장이 오픈하는 토요일이 왔습니다. 유빈이는 오전에 학교에 가 장작패기, 동물농장 짓기등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돌아와  친구들과 잽싸게 아이스하키를 하러 갔습니다. 난 그 사이에 집 주변에 있는 나무 보일러 실과 장작을 보관하는 헛간을 청소하고 그 장소에다 단풍나무 수액을 받아 솥에 끊여서 메이플시럽을 만드는 장소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한 두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유빈이가 “아빠! 빨리, 빨리 좀 와 보세요!”하고 다급하게 나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난 뭔가 예사롭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아 그에게 곧바로 달려 갔습니다.

 

유빈이는 작 년 가을부터 집 주위에 두 개의 청솔모 덫을 놓았습니다. 청솔모를 잡으면 형이 취미로 삼아 훈련시키는 매의 먹이로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운이 좋게 서너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청솔모 덫에 그만 스컹크가 걸렸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자주 스컹크가 나타나곤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덫에 스컹크가 잡힌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난 허겁지겁 달려가 덫에 걸린 스컹크를 보고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유빈이에게 반응했습니다. 저도 이런 일을 본적이 없어 그저 속으로 ‘유빈이가 잘 알아서 처리하겠지’ 하고는 헛간으로 돌아와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나의 큰 실수였습니다. 헛간으로 돌아와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무슨 큰 일이 일어난 것처럼 놀란 집사람이 나에게 달려왔습니다. 난 급하게 달려 온 집사람을 얼굴보고는 그제야 ‘뭔가 큰 일이 일어났구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유빈이가 스컹크가 담긴 덫을 막대기로 질질 끌고 나오다가 그만 스컹크가  액체 방귀를 유빈이 손에 분사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멀찍이 떨어져 친구의 겁없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친구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않았습니다. 아마도 유빈이는 스컹크가 덫에 걸리면 액체 방귀를 분사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스컹크-.jpg

 

스컹크는 안전의 위협을 느끼면 방귀 하나로 적을 무찌르고 자신을 안전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등치 큰 곰들도 모두 스컹크를 피해가 동물들에게 방귀 냄새를 뿌릴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니 그 냄새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지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독한 냄새가 평온한 오후의 온 마을을 덮쳤습니다. 순식간에 공동체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여 들어 누구의 짓인지 모두가 궁금해 했습니다. 결국에는 냄새의 정체를 파악하고 벌어진 일을 처리하기 위해 스컹크 특별전담반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러나 방귀 냄새 소동이 아직 이것으로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꼼짝없이 당한 유빈이는 사람을 혼미하게 만드는 냄새를 온 몸에 품고는그만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유빈이는 방에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들고 욕실로 갔습니다. 옷을 갈아입고는 냄새나는 옷을 바깥으로 가져 나오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 지옥의 냄새가 저희가 사는 집 전체를 덮쳤습니다.

 

토요일 오후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파워풀한 냄새 기습을 받고는 몹시 놀라 기겁을 하거나 어쩔 줄 몰라 당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안정을 찾은 사람들은 바깥날씨가 영하 12도나 되는 강 추위에도 불구하고 집의 모든 창문을 열어제치고 스컹크 냄새 제거 작전에 곧 돌입했습니다. 그마나 집 밖에 냄새는 바람이 불어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지만 집안의 역겨운 냄새는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여름이 지나 다락에 집어 넣었던 선풍기를 다시 꺼내 틀어 놓아도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왜 스컹크를 건드렸니?” 
 “스컹크 덫이 집 옆에 있어서 냄새 풍길까봐 숲속으로 옮기려 했어요.” 
 “스컹크를 건드리면 냄새풍기는 것 몰랐니?”   
 “스컹크가 덫에 걸리면 꼬리를 올려 냄새를 안풍긴다고 들었어요.”
 
딴에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인데 여기 저기 유빈이를 향해 질책의 질문이 쏟아지자, 유빈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습니다. 아내는 사람들을 도우려 한 것이니 괜찮다며 유빈이를 달랬습니다.

 

토마토소스에 목욕을 하면 냄새가 사라진다는 말에 형 하빈이는 잽싸게 식품 담당하는 형제에게 달려가 커다란 토마토 소스 2통을 가져왔습니다. 그 때 공동체 의사인 크리스는 스컹크가 쏜 방귀에 당한 유빈이를 돕기 위해 집에 왔습니다. 그가 처방한 내용은 토마토케첩으로 샤워하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고, 베이킹 소다로 여러번 샤워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 때부터 유빈이는 몸에 달라 붙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무슨 전쟁을 치르듯이 베이킹소다와 비누로 다섯번이나 샤워를 했습니다. 그나마 효과가 있어 어느 정도 냄새가 제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스컹크 방귀가 닿은 옷은 냄새가 너무 지독해 입을 수 없어 버리고 그나마 유빈이가 아끼는 나이키코리아 후드티는 (유일하게 Korea라고 티에 적혀 있어 유빈이가 자랑스럽게 매일 입고 다녔던 티입니다.) 차마 버릴 수 없어 엄마가 베이킹 소다와 식초등을 섞은 물에 여러번 불려 세탁을 하고 그래도 냄새가 전부 제거 되지 않아 아직도 집밖에 걸어두고 다시 입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한바탕 냄새 제거 소동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 스컹크 제거 특별전담반은 스컹크가 잡힌 덫을 처리할 방법을 모색중입니다. 누군가 담요를 덮으면 스컹크가 저녁인줄 알고 안심이 되어 괜찮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일을 실행하면서 덫에 걸린 스컹크를 절대 자극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에 다시 한번 스컹크의 신경을 건드리면 그때는 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것인가가 문제였습니다. 담요를 덮는 사람은 다시 스컹크방귀를 맞을 각오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 때 한 형제가 긴 장대 끝에 담요를 달아 덫에 떨어뜨려 덮고 나르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이 방법이 그나마 위험지수가 가장 낮아 실행하기로 하고 10미터 정도 되는 긴 장대와 담요를 가져왔습니다. 이번 특별전담반 구성원은 이미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이들이라 스컹크 제거 작전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긴 장대에 담요를 달아 내려 조심스럽게 덫을 덮고는 한 형제가 조심스럽게 트럭에 실었습니다.  스컹크를 태운 트럭은  스컹크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깊은 숲을 향해 우리 시야에서 아주 멀리 사라져 갔습니다.

 

숨을 죽이고 이 일을 지켜보던 모두가 손에 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멀리 사라져가는 트럭을 보면서 우리 모두 한순간 ‘와’하고 다함께 함성을 질렸습니다. 이번 특별전담반의 스컹크 제거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스컹크 작전을 현장 가까이 와서 이일을 지켜보던 이들도 많았지만 추위 때문에 집 창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이것을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한 자매님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이것을 지켜보던 자기네 아이들에게 아주 놀랍고 짜릿한 경험이었다고 나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오후 내내 스컹크 냄새와 치열한 싸움으로 지친 유빈이는 벌써 공동체 모두가 스컹크 사건을 알고 있어 사람들이 자기를 보면 놀릴거라며 저녁 식사에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날 유빈이는 토요일 공동 저녁식사에 가지 않고 엄마와 함께 집에 머물렀습니다.

 

하키유빈-.JPG » 아이스하키를 하고있는 유빈이

 

나는 큰 아이와 함께 저녁식사에 참여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저녁식사 시간에 공동의 화제꺼리는 당연히 스컹크 냄새소동이었습니다. 유빈이 스컹크 스토리와 더불어 자기들이 경험한 스컹크 일화로 이야기의 꽃을 피었습니다. 어떤 형제는 자기 아버지가 경험한 스컹크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그것을 프린트까지 해 주면서 유빈이에게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 일을 가까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보았던 유빈이 친구 댄절은 친구를 격려하기위해 초코렛과 말린육포 그리고 ‘용기를 내라’는 내용이 담긴 카드를 써 가지고 집에 오기도 했습니다.

 

저녁 만찬이 끝나자 한 자매님이 다가와 “그 놈의 냄새나는 스컹크를 잡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라고 우리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지난 6개월간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이 스컹크 냄새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유빈이가 처리했기 때문에 이 집에 사는 모두가 유빈이를 칭찬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유빈이를 칭찬하는 것을 보면서 오후 내내 몸도 마음도 고생이 심했던 아들이 흐뭇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처음 유빈이가 나를 다급하게 부를 때에 유빈이가 스컹크를 잘 처리하겠지하고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주변 이웃에게 조언을 구해  유빈이에게 스컹크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신속하게 덫을 처리하도록 돕지 못한 제가 부끄러워 유빈이에게 용서를 구하고는 유빈이가 자랑스럽다고 말하자 유빈이는 수줍은 얼굴로 씩 웃어주었습니다.
스컹크 소동은 유빈이가 Super Hero(슈퍼 영웅)이 아닌 Smelly Hero(냄새나는 영웅)이 된걸로 결말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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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마음에 평화를 찾아 헤매다가 2007년 브루더호프를 만나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합류해 지금 미국 뉴욕주 메이폴릿지에 살며 플레이씽스에서 원목 어린이 가구를 만들고, 틈나는대로 두 아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거나 독서와 낚시, 산책을 하며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unghoonpark@cc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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