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리
물 깊은 밤
옹골진 바람 치내린
새들의 물그릇
그 옹당이 살얼음 내리고
텃밭 한 뙈기
까치 쪼아대던
대추나무에 첫서리 앉으니
님을 향한 구애 끝에
폭삭 고개 떨구었네
밤새 털린 앙상한 가지
파르르 한 이파리
텅 비어 가는 시간
거역할 수 없는
그 섭리
숙연하게 고개 숙였네
-이형근의 <한낮, 詩가 무릎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