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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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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 기독교의 역할은 사라진 것인가? 

분단의 ‘고’(苦)를 넘어 통일로




출처 : 기독교사상 8월호 http://clsk.org/gisang/



 


cover_644_s.jpg1. 불교와 통일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학문명의 발달로 물질이 풍성해지고 생활이 편리해졌습니다. 하지만 풍성하고 편리해진 생활을 누리는 반면 경제논리를 앞세우게 되면서 생긴 역기능도 적지 않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생활방식이 퍼지면서 전통적 가치관의 파괴와 도덕과 규범의 상실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국가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개개인은 오늘날 초래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국가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국가적 문제는 정말 나와는 상관없는 걸까요? 나는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나요? 아무리 나만 아니면 된다고 소리친다 해도 우리는 매순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환경파괴, 인종갈등, 빈부격차, 전쟁 등 다양한 사회적, 국가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에 등 돌리고 있는 순간에도 이 고통들은 우리에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반세기가 넘게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의 현실은 우리 민족에게 닥쳐있는 사회적 고통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 수백 만 명이 죽고 다치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며, 지금까지도 갈라진 채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현실이 주는 고통은 사실 가장 큰 사회적 고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 사회가 불안해지고 경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금의 안정된 상황이 더 좋다는 얘기들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만족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나요?

전쟁이 끝난 지 60여 년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나라로 여깁니다. 우리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우리가 위험천만한 상황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무장한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나라가 안정된 나라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분단은 안정, 통일은 불안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새기고 살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일부 사람들은 전쟁만 없다면 분단된 평화가 더 낫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러한 평화는 사실 휴전 상태의 한반도에서는 거짓 평화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평화는 당장 전면전을 발발시키지 않는다 할지라도 끊임없이 우리를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게 할 것이며 이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력을 통해 보장되는 평화는 전쟁의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쟁의 불안 속에서 계속해서 많은 군사비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민족이 분단된 불행한 시대에 살면서 분단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왔습니다.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에 빠진 채 부끄럽고 괴로운 대결과 반목의 시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왔으며, 이것을 평화로운 상태라고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분단이 존재하는 한 지금의 상황은 거짓 평화의 세상, 언제든 깨질 수 있고 깨지기 쉬운 평화의 세상일 뿐입니다.


21세기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통일은 꼭 해야 하나요? 통일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즉, ‘통일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져봅니다. 이 화두를 풀기 위해서는 분단이 우리에게 주는 고통과 원인을 살펴보고,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평화와 통일의 과제를 함께 고민해 봐야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연기의 세상에 살면서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는 것부터가 사성제의 출발이라 했습니다. 고통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부처님의 가르침, 즉 사성제(四聖諦),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에 따라 분단과 통일의 논리를 간단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쟁의 위협과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은 사성제 중 고제(苦諦)이며, 분단의 원인은 집제(集諦), 분단이 멸한 상태인 평화와 통일은 멸제(滅諦), 그리고 평화와 통일로 가기 위한 과정과 노력은 도제(道諦)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에 살면서 우리가 처해있는 분단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부터가 이미 분단의 고통을 멸하기 위한 과정에 들어선 것입니다. 오늘날 평화와 통일은 중요한 민족적 과제이며, 이미 불교계도 미력하나마 분단의 공업(共業)을 소멸하기 위한 평화와 화해의 사성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2. 불교계의 통일을 위한 노력 


남북 불교교류 약평

불교계의 대북 사업은 초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전개되었습니다. 북한에 불교 조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남한에서와 같은 대중적 조직과 위상을 갖추지 못한 상황, 일정한 통제 아래에서 불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남한의 불교계가 북한의 불교계와 동일한 위치에서 지원·협력을 전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또한 그 동안 북한과 아무런 종교적 교류가 없었던 상황에서, 불교의 지원·협력 사업은 초기 인도적 지원을 통해 점차 불교 특색의 교류 활동으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한 내에서 본격적인 불교교류에 대한 논의와 운동은 1988년 5월, 88서울올림픽의 남북공동 개최를 위한 ‘민족화합공동올림픽추진불교본부’가 공식 출범하여 ‘민족화합 차원에서 서울올림픽을 남북이 공동개최할 것’을 주장하면서부터입니다. 남한 정부의 창구단일화를 거부한 채 북측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한 점이 주목할 점입니다. 또한 이 활동은 공동올림픽 개최 추진이라는 당면목표의 실현여부를 넘어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설정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조성에 기여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남북 불교가 처음으로 자리를 같이 한 것은 1991년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LA에서 ‘남북·해외 불교지도자 조국평화통일기원 합동법회’를 개최하면서입니다. 이를 계기로 남북 불교간 교류는 물론 남한의 불교계에서도 통일단체의 결성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후, 1995년 베이징에서 남북 불교회의를 가졌고, 봉축 공동발원과 금강국수공장 설립(황해도 사리원, 97년), 금강산 신계사와 개성 영통사의 복원 등 불교 특색의 교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종단 대표의 방북 및 북한의 불교사찰 보존, 문화재 조사 및 보존과 생필품 지원 등의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불교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초기 식량난 등 긴급 구호 형태에서 점차 불교 문화재 복원과 불교 특색의 공동 행사의 개최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초 생필품에 대한 지원에서부터, 신계사·영통사 복원, 불교 문화재 공동 조사 및 발굴과 복원 등으로 불교와 관련된 교류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불교가 인도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자비의 실행과 동시에, 남북 불교의 궁극적인 하나 됨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교의 대북 지원·협력 사업은 불교 문화재 등의 불교 특색적인 것임과 동시에 민족적 전통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불교의 문화는 곧 민족 전통문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뿌리 깊은 생활 문화로 정착되어 발전해왔습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았을 때, 남북 불교 교류와 협력은 곧 민족 전통문화의 교류와 협력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교의 교류와 협력은 곧 ‘미래의 통일’을 위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대북 지원은 타 종단에 비했을 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계의 과제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통합에 이르는 과정을 대체로 화해·협력 단계 - 남북연합 단계 - 통일국가 단계의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3단계의 과정을 점진적으로 거치면서 남북통합의 길에 이른다고 할 수 있는데 현 시기는 아직까지 화해·협력 단계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화해·협력 단계에서 북한과의 신뢰 증진, 협력의 성과를 착실히 쌓을 때에만 이후의 남북연합 단계, 통일 국가 단계로 발전했을 때 남북 불교의 공존과 상생, 통합과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화해·협력단계인 당면시기에 추진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첫째, 인도적 대북지원의 활성화입니다. 현재 남북 간에 진행되고 있는 화해·협력은 민간 또는 정부 어느 일방의 몫이 아닙니다. 이는 전반적인 남북관계 발전에서 상호간 대화의 장을 열고, 신뢰를 구축하는데서 기본적이면서도 아주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남북불교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현재 불교계의 인도적 지원과 협력사업에서 양적, 질적 발전이 요구됩니다. 인도적 지원을 통한 신뢰 관계의 증진과 더불어 불교 고유의 영역에서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당면해서는 북한수해 등 자연재해에 의한 긴급구호를 지속함과 동시에 단일 진료과목의 의료시설 등의 인도적 지원 시설건립을 검토, 추진해야 합니다. 

둘째, 북한의 불교 인프라 관리보존 및 복원입니다. 2011년 6월 조계종 민추본이 발간한 좬북한의 전통사찰 도록좭(총10권, 도서출판 양사재)을 통해 확인했듯이 북한 불교 문화재는 전통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반면, 관리보존이 부실한 채로, 복원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교 문화재 및 사찰 등 불교 관련 유적에 대한 공동 조사와 관리보존, 복원을 추진해야 합니다. 금강산 신계사의 복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불교의 협력 사업이면서 동시에 민족문화의 복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면해서는 이미 북측과 협의된 바 있는 내금강 불교유적 공동조사부터 추진해야 합니다. 

셋째, 남북불교의 의례통합 및 교리에 대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의 남북불교 교류는 남북합동법회 봉행이라는 공동행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를 넘어서서 불교 의례통합, 교리에 대한 논의를 통해 남북불교 교류와 협력의 깊이를 더해가야 합니다. 이는 남북 불교간의 이질성을 줄이고 동질성을 높여서 향후 통합된 불교를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당면하여 제기되어 있는 남북불교의례 한글화 통합사업은 그 첫 시작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할 수 있습니다. 

넷째, 남북불교의 교류·협력은 불교도들의 만남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불교도들의 만남을 통해 이질화된 정서와 문화의 간극을 좁히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남북불교통합에서 아주 중요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 8·15광복절, 신계사 낙성기념일 등 남북동시(합동)법회 참여, 금강산 신계사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포함한 북한사찰 방문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섯째, 남북 사찰간의 교류와 협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남한의 사찰과 북한의 사찰이 전면적으로 1:1로 교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의 사찰간 역사적, 지리적 연관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교류를 추진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대단히 클 것입니다. 이는 종단 중앙차원만의 교류·협력이 아니라 각 단위 사찰의 주체성, 자발성에 기초한 교류·협력으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며, 실질적인 남북불교의 동질성 회복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3. 공존과 상생의 남북관계


얼마 전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지 열두 돌을 기념하는 모임에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된 바 있습니다. 아직도 12년 전 그날의 감동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12년 전 이 날 만큼은 이념과 체제, 정견과 사상을 떠나 모두가 기뻐하고 감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오늘, 그날의 감동과 환희는 온데간데없이 싸늘하기만 하여 안타깝습니다. 2008년 금강산 사건에 이어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후속조치인 5·24조치 이후 현재까지 남북관계는 단순한 단절에 그치지 않고 대결관계가 확대되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군사적 충돌을 비롯한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반도의 평화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2011년 9월 조계종 대표단의 방북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2010년 5·24 조치 이후 인도적 지원 사안을 제외하면 사실상 첫 평양 방북이었습니다. 정부가 인도주의적 지원에 한해 제한적으로 승인하던 방북이 조계종 대표단을 계기로 사회문화 분야까지 확대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7대 종단 지도자들의 평양방북도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이 방북과정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향후 남북교류의 기조로 ‘공존’과 ‘상생’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방북일정을 마무리하고 평양을 떠나기 전 간담회에서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북한문제는 공존과 상생의 문제다. 이기고 지거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각계각층 각 분야에서 공존과 상생의 원칙을 깊이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일을 추구해가야 한다”며 “불교계도 공존과 상생으로 대북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존과 상생의 원칙에 입각하여 남북당국은 갈등과 긴장해소를 위해 나서야 합니다. 언제까지 평행선을 달릴 수는 없으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루속히 대화의 장을 만들어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남과 북은 갈등과 대결의 관계가 아닌 공존과 상생의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공존과 상생의 기본 전제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상대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나만이 옳고, 진리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또한 상대를 인정함으로서 나에게 돌아올 일정한 손해, 엄밀히 말하자면 손해가 아니라 더 가지지 못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공존과 상생은 가능하며 평화가 이루어집니다. 



4. 종교계 통일운동에 대한 제언


화해와 관용의 문화 확산

2000년 6·15공동선언은 대결과 반목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의 흐름은 화해와 협력의 흐름으로 일대 전환점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이런 화해협력, 평화공존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냉전적 대결주의와 선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분열주의가 온존하고 있어 화해 협력으로 나아가는 역사의 흐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간구원에 이바지하는 종교는 대체로 ‘사랑’, ‘자비’, ‘섬김’, ‘인’ 등을 주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종교인이 앞장서서 우리사회의 적대적 모순관계 속에서 미움과 분열의식을 키워왔던 대중에게 화해와 관용을 가르치고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인 스스로가 타자에 대한 배타성, 이분법적 세계관을 넘어서야 합니다. 

지금 남과 북의 대결구도를 청산하고 화해와 공존, 통일로 가려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에 찬동하는 세력과 화해 협력의 대세를 우려하고 오히려 현상유지를 바라는 세력 간의 모순관계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 모순관계의 내면에는 분단 안에서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상실의 두려움이 깔려 있고, 분단의 현실에 안주해서 얻은 현재의 안락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탐욕이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이 서로 어우러지고 하나 되는 새로운 역사적 과정은 지금 가진 것의 빼앗김이 아니라 더불어 커지는 풍요입니다. 그리고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에의 집착을 떠날 때 함께 어우러짐의 크나큰 안락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결보다는 화해, 나뉨보다는 하나 됨 속에서 보다 큰 삶의 안락과 이익이 있음을 설득하고 안내하여 모두를 화해와 하나 됨의 운동에 적극 동참시켜야 합니다. 


대북지원, 교류협력 견인 

남과 북은 6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서로 나뉜 채 전쟁의 참화를 겪고 서로를 적대하고 미워해왔습니다. 그러나 1995년 북한이 계속된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위기를 맞았을 때, 굶주리며 고통 받는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 뜨거운 동포애로 줄지어 참여하는 대중의 행렬을 보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 미움보다는 사랑이, 분열보다는 하나 됨이 더 크고 강렬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물꼬를 튼 것은 종교계의 통일운동이었고 과거 민간차원의 대북교류가 제한되고 적십자사로 창구가 일원화되었을 때 종교계의 대북 지원, 교류활동이 창구 다원화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종교계가 앞장서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되어 왔습니다. 물론 최근 몇 년간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제한되고는 있지만 대북인도적지원 사업을 일반화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앞으로도 종교계는 신도들의 광범한 참여를 통해 북한 주민의 식량문제 등 시급을 요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각 종단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법의 지원, 교류사업을 개발하여 추진해야 합니다. 이미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령, 각 종단에 소속된 많은 의료기관을 통해 북한 주민을 위한 보건의료지원사업을 추진한다든가 어린이 등 취약계층 구호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의 경우 불교문화유산을 복원, 보존, 관리하는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종교계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와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대북지원, 교류협력사업을 주도하고 견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견지해야할 관점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주는 시혜적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하는 삶’, ‘함께 나눔’을 하는 큰마음으로 진행되어야한다는 점입니다. 즉 나눔으로써 민족공동체를 형성하고 가꾸어나가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일각에서 대북지원을 ‘일방적 퍼주기’라고 비난하는데, 이런 의혹의 눈길을 지양하고 민족의 한축을 치유하고,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통일문제의 인식수준을 높여야

마지막으로 통일문제의 인식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선교와 포교라는 현실적 문제의식에만 매몰되지 않고, 통일문제의 근본과 원칙에 대한 종교적 이해와 접근노력이 가능한 인식의 근거를 찾아내고 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비와 사랑, 진정한 평화를 구현해 나가는 각 종단의 역할과 도덕적 원칙을 발견하여 통일문제에 있어 종교계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종교인이라면 정치상황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민족의 삶에 대한 책임의식에 충실하여 체제와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민족사회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일인식 수준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박재산 l 사무국장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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