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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섬기는가? 돈을 좇는가? 

돈의 노예가 된 한국교회

 


                                                                                      출처 : 기독교사상 7월호 
http://clsk.org/gisang/

 


 

cover_643_s.jpg 서울에 있는 어느 교회 K목사가 수십억 원을 카지노에서 탕진해 소속 교단으로부터 면직을 당했다. 성직자로서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했으니 교단의 조치는 적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교회 교인들이 K목사 면직에 반발했다. 교인들은 K목사를 옹호하고 나섰고,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목사 면직을 결정한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한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이 K목사가 교인들을 속이고 상당수 교인들에게서 돈을 빌렸는데, 그 액수가 자그마치 11억 원이나 되었다. 만약 K목사가 면직을 당해 목회를 하지 못하게 되면, 그 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즉 ‘단지 돈 때문에’ 자격 없는 목사의 면직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한 술 더 떠 이들은 교단 탈퇴뿐 아니라 교단 유지재단에 귀속돼있는 교회 재산을 돌려달라고 교단에 요구했는데, 교회 재산 처분을 통해 자신들의 돈을 확보하려는 계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공동체는 신앙 공동체인가? 금전적 관계로 엮어진 공동체인가? 물론, 목사에게 돈을 빌려줬고, 또 그 돈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교인들이 전체 공동체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 공동체는 이미 돈의 지배에 놓이게 됐고, 돈으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겪게 됐으며 신앙은 돈에 밀려 구석에 처박히게 되었다. 이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고 K목사도 면직을 면했다고 해서 과연 정상적인 교회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자기 돈을 빌려가 카지노에서 탕진한 목사의 설교를 듣는 채권자나, 내가 계속 목회하도록 지켜줘 고맙기는 하지만 돈으로 내 목줄을 쥐고 있는 교인들을 향해 설교를 하는 목사나 무슨 의미가 있으며 무슨 신앙고백이 있겠는가? 돈을 돌려받기 위한 꼼수와 돈으로 엮인 채무 채권 관계만 있을 뿐이다.

 
서울에 있는 J교회의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교회 돈 32억 원을 횡령해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계속 복역하고 있다. 담임목사가 구속된 이후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의 갈등은 더욱 극렬해졌는데, 이 싸움으로 교인수가 줄어들고 헌금도 적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이 교회는 금융권 부채가 227억 원에 달하는데, 교회 분쟁과 교인 숫자 감소로 원금상환 기일을 맞추지 못하면서 연체이자가 21%까지 치솟게 됐다. 이 금리면 1년에 48억 원이 이자로 나가고, 한 달이면 4억 원 가량의 돈이 빠져나간다. 그런데 이 교회 한 달 헌금은 3억 5천만 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교인들이 정성을 모아 드리는 헌금이 통째로 이자로 나가도 부족할 판이다. 원리금 상환과 연체이자 납부가 계속 밀릴 경우 이 J교회 재산은 압류되고 경매에 붙여지게 될 것이다.

 
교인들의 헌금을 물 쓰듯 탕진하며 마음대로 사용한 한 목회자에 의해 벌어진 교회 갈등은 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은 물론 교회 건물과 재산까지 공중 분해시킬 위기를 초래했다. 이 교회 내부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교회 장로들 20명이 교회를 신축 또는 증축할 때 20억 원씩 각각 보증을 선 상태여서 “개인 재산 채권을 회수하겠다.”는 최고장을 이미 받은 상태라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이를 교회라고 할 수 있을까? 착하고 순수한 신앙으로 이 교회를 찾았던 수많은 교인들이 겪었을 고통과 자괴감은 누가 치유할 것인가?


몇 년 전 어느 방송에서 본, 이 J교회를 다니는 한 노부부의 헌금생활을 잊을 수가 없다. 70을 넘긴 남편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고 몸이 불편한 아내는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김치와 무말랭이, 그리고 밥으로 그들만의 진수성찬을 차린다. 이들은 매일 감사해 하며 하루 수입의 십분의 일을 정성껏 모아 헌금드릴 기쁨에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그 액수는 비록 수십억 원씩을 챙기고 탕진하는 목사들의 눈에는 하찮은 것일지 모르지만 너무 아름답고 소중한 보화다.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분들이 아직 J교회를 다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바라기는 그분들의 그 소중한 신앙심이 썩은 목사와 장로, 교인들의 욕심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지난 4월 의미 있는 통계가 발표됐다. 금융감독원이 상호금융권, 즉 농수축협과 새마을금고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이다보니 교회에 대출해 준 액수가 4조 9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다. 일반 금융권까지 합치면 9조 원대에 달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교인들 헌금 중에서 금융권 이자로만 한 달에 600억 원 이상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연간 7천 2백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종교계 전체의 대출규모가 파악됐지만 이 가운데 교회의 대출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어서 세간의 주목은 교회에 집중됐다.


 

교회가 대출을 받는 이유는 주로 교회 건축이다. 무리하게 대출 받아 건물 짓고 원금 이자 갚다보면 사역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부도와 경매, 교회 매매 사례도 그래서 끊이질 않는다. 교회가 돈에 시달리고 은행 빚 갚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헌금을 강요하게 되고 교인들 보증을 요구하게 되고 직분을 주면서 특별헌금을 걷기도 한다. 건축헌금을 요구하는 일천번제 헌금이나 다양한 형태의 헌금이 계속 개발(?)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역지를 찾는 이들에게 전임 목회자의 전별금, 퇴직금을 감당하는 조건으로 청빙을 하는 사례도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목회지 매매이다. 건물과 돈에 지배당하는 지금의 행태만 없다 해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행복은 더 많았을 것이다.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에 대한 신앙교육도 더 내실을 기하지 않았을까? 전 세계에서 핍박받고 굶어죽는 이웃들을 돌보는 일에도 더 마음을 쏟지 않았을까?


 

지난 4월 서울시가 체납 세금 독촉에 나섰는데,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서울시에 체납된 종교단체의 세금은 모두 1백여 건, 53억 원 규모였는데, 90% 이상이 교회였다. 물론 교회는 비영리 종교단체이기 때문에 세금이 면제된다. 하지만 종교 목적이 아닌 곳에 부동산을 사용할 경우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비과세 조항을 악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강서구의 한 교회는 2006년 340억 원을 들여 건물과 토지를 사들여 비과세 적용을 받았다. 그런데 지하1층에 사우나, 지상에 식당을 임대 운영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 적발된 것이다. 내야할 세금이 18억 원이었는데, 미루다가 가산금이 붙어 27억여 원으로 불었다. 이 교회는 세금을 내지는 않으면서도 새 예배당 건축에는 열심을 내 1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교회를 신축했고, 목회자 사택 명목으로 빌라 10채도 있다 한다. 거의 부동산 개발업자 수준으로 자금과 부동산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과연 주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함께 기도하고 고백하고 다짐하는 신앙공동체인가? 아니면 수십억대 부자가 되기 위해 사업을 벌이고 세금도 안내고 착복하고 돈을 좇아 투자하는 기업공동체인가?

한국교회 안에서 돈을 좇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너무 많아서 진부하기조차 하다. 교회 기관도 교회, 연합기구 할 것 없이 한 몫 챙기기 위해 신앙을 이용하고 교회를 이용하고 교인들을 활용한다. 성경에 나와 있는 대로 예수 이름으로 장사하고 영혼을 팔아 부를 축적하는 죄악이 만연해지고 있다.

새로 출범한 한국교회연합과 문제가 됐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최근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실무 정책책임자인 사무총장 또는 총무 자리에 모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측 인사가 내정된 것이다. 기하성 여의도측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교단이기도 하지만, 한기총과 한교연에도 참여하고 있다. 단, 한기총이 분열될 당시 한기총과 한교연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던 교단이다. 그런데 한교연 한기총 양측 모두가 기하성 여의도측 인사를 실무 책임자로 내정한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 벌어져 알아보니, 두 곳 모두에서 “두 인사의 내정이 기하성 여의도측, 또는 여의도순복음교회측의 재정적 지원을 조건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한 곳은 1억 원을 지원받았고 1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 다른 곳은 2억 원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돌고 있었다. 기하성 여의도측이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두 인사 모두 개인자격으로 내정됐을 뿐, 교단의 결의도 없었고 교단의 공식 추천도 없었다.”고 못 박았다.

연합기구의 사무총장이나 총무는 회원교단으로부터 공식 추천을 받아 선임해왔다. 관례일 뿐만 아니라 당연한 절차이다. 연합기구 기반이 공교회성에 있음을 생각하면, 교단 추천도 없이 이뤄진 내정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특히 두 인사의 내정이 재정적 지원을 조건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되는 세상, 모든 것이 돈으로 되는 교회…. 총회장을 돈으로 사고, 연합기관 장을 돈으로 로비해 얻고, 교회 목회 자리를 돈으로 사고, 장로 권사 직분은 돈을 내고 받아야 마음 편한 세상, 아니 교회. 세상보다 더 세상 같은 교회가 되고 있다.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상보다 더 세속적인 교회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을 섬기는 교회, 재물의 우상을 좇는 교회, 왜 이렇게 됐을까? 신학적, 종교사회학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첫 출발은 기복신앙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70-80년대 경제발전시기, 경제성장과 교회성장이 같이 이뤄졌고, 세상에서 부동산으로 또는 사업으로 부를 축척한 교인들에게 “당신들이 번 돈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위안과 면죄부를 던져줬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또 교회 성장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해야 했고, 그 핵심이 “물질의 축복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도식이 아니었나 묻고 싶다. 물질적 풍요가 곧 성공이고, 이는 믿음의 결과요 하나님의 은혜라는 신앙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다. 사회경제의 모순이나 불합리한 부의 축적 구조, 인간의 탐욕 등 무수히 많은 문제들은 다 외면한 채 말이다.

한국교회 안에서 70-80년대의 ‘부=축복=믿음의 결과’ 논리가 개인 신앙생활에서 국한된 형태였다면, 90년대는 대형교회의 논리로 확대된다. ‘대형교회=축복=목회자의 능력, 믿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너도나도 수만 명이 모이는 대형교회 목회자를 꿈꾸고 그것이 하나님께 쓰임 받는 축복된 길이라 여기며 기도하고 교회성장 세미나를 기웃거리고 성경공부의 잔재주를 얻기 위해 인맥을 넓혀간다. 성경은 몇 번이나 읽었는지, 성경 안의 말씀을 얼마나 깊이 묵상하고 그 말씀에 얼마나 깊이 쓰임을 받고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대형교회 축복론에만 집중한다.

그 폐단이 돈과 성공을 좇는 패러다임을 한국교회 안에 깊이 각인시킨 것이다. 시장의 논리가 교회를 지배하고 목회에 실패하면 가차 없이 도태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대형 할인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이 경쟁할 수 없듯이 건물 번듯한 대형교회와 동네 작은 교회가 기본적인 원칙도 없이 무한 경쟁체제에 내몰리고, 온통 내 교회, 내 신도, 내 헌금에만 집중하는 시장체제를 만들어간 것이다. 교권을 잡은 또는 대형교회를 담임한 기득권층은 더욱 높은 권력을 탐하고 연합기구의 장이 되고 세상권력, 청와대를 몇 번 출입했는지가 자랑거리가 되고…. 교회가 돈을 좇고 권력을 탐하는 순간 부패하고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경험한 터. 더 이상 돈에 취해 있을 이유도 여유도 없다. 막다른 절벽에 처해있는 위기다.

결국, 목회자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불고 있는 작은 교회 운동이나 대안교회 모습, 의식 있는 목회 현장들이 늘고 있지만 더 많은 목회자들이 각성해야 한다. 높이 있기보다 내려와야 하고, 많이 가지려 하기보다 내려놓아야 하고, 말을 많이 하기보다 더 들어야 하며, 강단에만 서려 하기보다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

 

나이영 l 목사는 고려대 사학과와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한국교회사 전공)을 졸업했으며, 현재 CBS 보도국 종교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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