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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기독교 아닌 것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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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종교에 대한 사회학적 의미와 진단  




출처 : 기독교사상 11월호 http://clsk.org/gisang/




cover_647_s.jpg우리 사회 종교의 상황은 흔히 다종교, 다교파, 다종파로 불릴 정도로 공통점이 거의 없는 세계관들의 공존이란 양상을 띠고 있다. 그 때문에 흔히 ‘종교백화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불교, 유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그리고 이슬람교 등의 종교가 공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이들 종교 안에서조차 수많은 교파나 종파들이 어떤 제한도 받지 않은 채 생겨나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기성의 체계화 된 종교의 관점에서는 이단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수많은 신흥종교들도 난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신흥종교는 조사에 의해 확인된 것만도 393개에 이르고 있다.1) 여기에는 통일교를 비롯한 기독교계 신흥종교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신흥종교와 관련해서 이단, 사이비 종교 등 다양한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사회학에서는 주로 종파(sect)나 제의(cult)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유형 분류로 볼 때 기성 교회(church)와는 구별되는 특징에 따라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신흥종교(new religious movement)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현상 그 자체를 나타내는 뜻으로 이단이나 사이비보다는 신흥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신흥종교가 모두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는 아니므로 ‘새롭게 등장한 종교’라는 뜻의 신흥종교라는 가치중립적인 단어를 쓰는 것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최근 통일교 교주인 문선명이 사망하고, 여러 기독교 이단이 득세하면서 교계에서도 신흥종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신흥종교에 대하여 사회학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이것이 한국교회에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신흥종교의 발생의 원인
신흥종교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성종교와는 대조되는 종교현상을 나타내 보인다. 신흥종교는 기성종교와 비교해 역사와 전통이 짧을 뿐만 아니라 제도화의 수준이 낮고 신앙체계와 의례체계도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오늘날 4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신흥종교는 매우 다양한 계통을 가지고 있다. 
노길명 교수에 따르면 먼저 불교, 유교, 기독교 등 기성종교에서 파생된 신흥종교들이 있다. 그리고 민간신앙을 체계화시키려는 신흥종교와 외국에서 유입된 외래 신흥종교들이 있다.2) 기독교계 신흥종교 역시 크게는 안식교나 몰몬교와 같이 외국에서 유입된 유형과 통일교나 전도관, 구원파와 같은 자생적인 유형으로 구별된다.

사회학에서는 신흥종교의 발생과 발전에 대해 주로 사회 상황과의 연관성에서 설명을 시도한다. 신흥종교와 관련된 사회 상황은 먼저 사회 해체라는 사회변동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곧 신흥종파는 사회변동의 복잡성과 급진성에 따른 사회의 위기 상황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사회 통합과 사회구조의 균형 유지에 기여하던 기존의 가치 체계가 어떤 요인에 의해 손상되거나 와해될 경우, 사회구조는 심각한 해체상황을 경험하고 많은 사회문제들을 유발하게 된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회 성원들은 자신이 지향해 나가야할 인생의 목표와 방향을 상실하게 된다. 신흥종교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나타나는 사회운동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신흥종교는, 사회의 중심적인 가치체계가 급속하게 변하고 외래문화의 유입 등으로 사회구조가 불안정해질 때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삶의 의미를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을 상실한 하류계층이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여 기존의 가치체계를 부분적 또는 전면적으로 재구성하고자 시도하는 사회운동의 한 형태인 것이다.

여기서 신흥종교가 수행하는 대용 공동체로서의 기능이 중요하다. 산업화와 도시화와 같은 사회변동 과정에서는 기존의 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전통적인 결속을 파괴하는데 이때 신흥종교가 형제애와 같은 새로운 가족과 대용 공동체를 마련해 주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흥종교는 대개 박탈을 경험한 집단을 중심으로 생겨나는 경향이 있다. 신흥종교는 전형적으로 사회의 지배적 가치를 거부하는 데 박탈을 경험한 사람들은 신흥종교의 새로운 이념의 수용과 실천에 의해 잃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박탈 경험은 객관적인 환경이 아니라 이러한 환경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이 중요하기 때문에 흔히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표현된다.

우리나라 신흥종교의 발생 원인에 대하여 노길명 교수는 네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급격한 사회변동과 사회구조의 불안정이다. 서구와는 달리 짧은 기간에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경험하기 때문에 가치관과 세계관에 훨씬 더 심한 혼란이 생겨, 많은 신흥종교가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병리현상의 증대이다. 흔히 신흥종교는 ‘병든 사회의 산물’이라고 주장되는 것처럼, 구한말 이후 우리 사회가 가지게 된 여러 가지 병리 현상의 증대가 신흥종교의 출현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흥종교는 병든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민중의 종교운동으로 등장하여 그들에게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제공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한 때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른바 ‘시한부 종말론’에 대해서도 급변하는 사회변동 과정에서 병든 사회와 병든 종교의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나머지 두 가지는 앞에서 이미 설명한 상대적 박탈감의 증대와 기존 공동체와 권위의 붕괴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최근 중산층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흥종교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반론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신흥종교가 반드시 민중 종교나 하류층의 종교는 아니라는 것이다. 신흥종교의 구성원이 반드시 하류층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측면에서 설명을 한다. 절대적인 박탈이 아닌 상대적인 박탈감은 중산층이나 심지어는 상류층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이나 상류층에 속한 사람 중에서도 자신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신흥종교 발생의 또 다른 요인은 주로 종교적인 요인인데, 이것은 기성종교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사회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신흥종교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보다 자세하게 논의하도록 하겠다.

신흥종교로 개종하는 과정
신흥종교에 대한 초기 연구와 관련해서, 사회학자들은 196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생겨난 크고 작은 종교에 대한 열기가 바로 세속화 이론에서 예견했던 종교의 쇠퇴와 크게 어긋났기 때문에 신흥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종교의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이 약화되고 현대 사회에서는 결국 종교가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것이 세속화 이론인데, 신흥종교가 득세를 하면서 세속화 이론의 전망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초기에는 주로 개인 수준의 종교적 변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개인의 심리적 측면을 중시한 사회학 연구들은 주로 개인의 특성에 기초하여 개종을 연구하였다. 대개 어떠한 부류의 사람들이 개종을 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모집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따라서 이 시기의 연구들은 보다 넓은 사회 문화 수준의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3) 

최근에는 개신교, 천주교 또는 유대교와 같은 주요 종교로의 개종에 관심을 가지면서, 미국 성인의 3분의 1 정도가 일생에 한번 이상 종교를 바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들의 가장 큰 성과는 개종은 많은 결정요인들을 가진 복합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많이 인용되는 요인들 중 하나는 종교 신앙에 대한 사회화인 데, 젊었을 때 종교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사람들은 종교를 바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무렵부터 사회학에서는 개종 연구에서 개인 심리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요인을 중시하기 시작하였는데, 미국의 유명한 종교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는 그의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종교로 개종하는 사람들은 그 종교의 구성원에 대한 대인 밀착도가 비구성원에 대한 밀착도보다 큰 사람들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4)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적 연결망을 발전시킴에 따라서 새로운 준거 집단의 의견을 중시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사람의 친구들의 대다수가 새로운 종교 집단에 속해 있을 때에는 특히 더 그렇게 된다. 

통일교를 포교하는 과정을 연구한 이들은 개종의 핵심에는 애정(attachment)이 자리 잡고 있으며 따라서 개종은 아무데로나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애정이 감도는 인간관계로써 형성된 사회 연결망을 따라서 진행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를 개종시키려면 그 사람과 애정이 감도는 인간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1960대 초부터 이화여대 교수였던 김영온 박사가 샌프란시스코 근처에서 통일교를 선교하는 과정을 연구한 내용을 보면, 그는 미국에 가서 처음에는 어떤 단체에 가서 강연도 하고 신문과 라디오 광고도 하였으며, 대중 집회를 가지려고 큰 방을 전세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아무 소득이 없었다. 

그런데 첫 번째 개종자는 그와 친분이 있던 친구들과 그들의 친척이었다. 추후의 개종자는 김 박사가 만든 소그룹 회원들의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스타크와 동료들은 기존 회원들과 깊은 애정의 인간관계를 형성한 사람들만 개종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교 회원들과 시간을 갖고 교리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통일교에 가입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통일교 회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도 애정 깊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들은 통일교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개종자는 자기 주변에 개종을 강하게 반대하는 친지가 없으면서 통일교 회원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 사람들 중에서 나온 것이다.5) 

이에 따라 스타크는 알려지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도 못하던 신흥종교 집단에 가입하는 데에는 친지들의 반대가 없어야 하고 새 종교집단 회원과의 애정 깊은 인간관계의 형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그는 신흥종교 집단으로의 개종과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종교로의 개종은 약간 다르다고 보았는데,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종교로 개종하는 것에는 친지들의 반대의 부재와 기존 신자와의 애정 깊은 인간관계 형성이 필수적 요인이라고 하였다. 신흥종교의 교리들은 많은 경우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상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는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쉽게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신흥종교에 빠진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학의 연구 결과로 볼 때 학력이나 지식수준과는 상관없이 누구라도 신흥종교로 개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신흥종교 발흥의 사회학적 의미
종교사회학자인 피터 버거는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을 ‘종교 다원주의적 상황’이라고 표현하였다. 버거에 의하면 세속화는 종교 다원주의적 상황을 낳게 하는데, 이것은 다양한 세계관이 공존하는 문화적 상황을 뜻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들은 다원화된 세계, 서로 경쟁하고 가끔은 서로 모순되는 설득력의 구조(plausibility structure)들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다. 이들 각각의 설득력 구조는 그의 다른 설득력 구조들과 어쩔 수 없이 공존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 영향력이 약화된다. 결과적으로 다원주의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견해도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경쟁적인 세계관들이 상대화되고 독점적이던 종교 전통이 탈독점화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종교 다원주의 상황에서 서로 다른 종교 집단들은 모두 국가에 의해서 공인됨과 아울러 서로 배타적인 종교 집단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는다.6) 이런 점에서 피터 버거는 오늘날의 종교 상황을 그의 책 제목과 같이 좬이단의 시대좭라고 표현하였다. 수많은 신들이 세속화 된 가치의 모습으로 재생하여 종결되지 않는 투쟁을 벌인다는 막스 베버의 논의에 따라 피터 버거 역시 정통 종교에서 보면 이단으로 여겨지는 많은 종교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종교 다원주의적 상황은 기존 종교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그것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를 낳는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의 발전은 종교의 시장 상황을 야기시킨다. 여러 종교가 경쟁 관계에 놓인다는 것은 일종의 종교적 시장 상황이 되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전에는 권위 있게 부과할 수 있었던 종교 전통을 이제는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종교 전통은 더 이상 ‘구매’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고객들에게 ‘판매’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종교 제도가 매매 기관이 되며 종교 전통은 소비자 상품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종교 활동조차도 일종의 시장 경제의 논리에 의해서 지배당하게 된다.

이러한 종교의 시장상황에서는 정통 종교를 ‘이단’이라고 규정한다는 것이 종교 소비자에게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 소비자는 자기 나름의 관점에서 종교 상품을 판단할 뿐 그것이 기성 종교에서 어떤 취급을 받느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특정 종교가 반사회성을 드러내거나 범죄와 연루되지 않은 이상 그것은 소비자 기호에 의해 평가받을 뿐이다. 여기서 필요한 미덕은 오히려 타종교인들 역시 그들의 교리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진지하게 영성적 삶을 살아가는 종교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개별종교들이 자기종교와 사회의 일원적 관계만 의식하고 대사회 활동이나 포교 활동을 할 때 종교 간의 마찰은 불가피하게 된다. 이 마찰은 자기 종교가 절대적이라는 절대 확신에 근거해서 그 종교 신념을 사회에 전파한다는 사실에서 온다. 종교적 절대 확신은 자기종교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우월감을 동반하게 되고 이는 다시 제국주의적 팽창주의로 이어진다. 문제는 하나의 종교만이 이러한 팽창주의를 갖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다 그런 태도를 갖는다는 데 있다. 이와 같은 종교적 자기 확대 의지는 결국 종교 갈등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종교인들이 자기종교와 사회의 일원적 관계에서 순수하고 양심적인 행동과 결단을 내렸다고 해서 그의 도덕적인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7) 

신흥종교가 기독교에 갖는 의미
기독교 국가도 아니고 기독교 문화권도 아닌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여타 종교에 대해서 어떠한 우선권이나 기득권을 주장할 위치에 있지 않으므로 신흥종교를 포함한 수많은 종교들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사회성이나 범죄성이 드러나지 않는 종교 집단에 대해 섣불리 사이비 종교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초기의 개신교도 정교회나 가톨릭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신흥종교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초창기에 이단 시비를 겪었던 우리나라의 한 교단은 지금 어엿한 정통 교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신흥종교가 발생하는 원인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양한 사회 요인에 있다면, 신흥종교의 발생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신흥종교가 발생하거나 사람들이 신흥종교에 가입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기성종교가 사람들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에 등장한 기독교계 신흥종교들은 대부분 기성교회에 대해 매우 강한 비판을 하며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사실상 그 비판 자체를 부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약점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자신들이 대안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기성 교인들이 이러한 신흥종교로 쉽게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교회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교회가 본래의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관료제화 되는 경향이 있어 교인들의 종교적 또는 영적인 욕구에 민감하지 못하고 그들을 단순히 관리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기성교회에 만족하지 못하는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다가 교회 자체가 계층화 되면서 중산층들이 교인들의 다수를 이루는 이른바 ‘중산층 대형교회’가 늘고 있어 이러한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외 계층의 교인들이 교회를 빠져나가 보다 공동체적인 몰입이나 신비한 종교 체험을 강조하는 신흥종교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신흥종교에 가입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종교 교리에 대한 심취나 이성적 동의보다는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이미지나 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때문이라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기성 교회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종교의 교인들이 친밀한 인간관계로 접근할 때 기성교회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기독교계는 아니지만 최근에 급성장한 한국 SGI(일명 창가학회, 남묘호렝게쿄)의 경우 좌담회라고 하는 소모임들을 통해서 주로 자존감이 부족한 주부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기독교계 신흥종교들도 기성교회에 침투해 잘 아는 교우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여 자신들의 성경공부 모임으로 유인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성교회가 교인들을 친밀한 교우관계로 촘촘하게 엮어내지 못하면 연결고리가 약한 교인들이 신흥종교로 빠져나갈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신흥종교나 이단적 주장의 허위성을 밝히는 것만큼, 기성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고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현대와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종교 공동체의 우월함을 일방으로 주장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자신들이 선택한 종교가 가르치는 바대로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다원주의 상황에서는 타종교를 가진 사람들과도 공존하고 그들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의 힘을 키워서 세력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서 타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힘으로 제압하자는 것은 강자 중심의 논리이고 패권주의식 발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기독교인들에게 거부감 없이 기독교의 진리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대화의 언어이다. 우리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기독교의 진리로 그들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의 진리는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서 누구라도 수용할 수 있는 진리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개신교의 지도자들은 각 교회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이 개신교인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이 정체성은 다른 종교인들을 배격하는 정체성이 아니라 저마다 가지고 있는 종교와 종교 신념을 서로 존중하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체성이어야 할 것이다. 개신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교회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에도 충실할 때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 역시 다른 종교인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정재영 l 교수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전공으로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종교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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